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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가족, 끝까지 책임져야죠"...'멍뭉이' 11마리 견공 촬영 비화

중앙일보

입력

1일 개봉한 영화 ‘멍뭉이’ 촬영 당시 현장에서 유연석(왼쪽)과 차태현 모습. “초등학교 때부터 집에 강아지가 없었던 적이 없다”는 천생 반려인 주연 배우 유연석은 영화의 좋은 메시지에 출연료까지 자진 삭감하고 ‘털 난 동료들’과의 촬영에 뛰어들었다.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1일 개봉한 영화 ‘멍뭉이’ 촬영 당시 현장에서 유연석(왼쪽)과 차태현 모습. “초등학교 때부터 집에 강아지가 없었던 적이 없다”는 천생 반려인 주연 배우 유연석은 영화의 좋은 메시지에 출연료까지 자진 삭감하고 ‘털 난 동료들’과의 촬영에 뛰어들었다.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영화 촬영은 최대 30분마다 쉬면서 할 것. 해변 장면에선 따로 연기 코치 없이 맘껏 뛰놀도록 내버려 둘 것.
영화 ‘멍뭉이’(1일 개봉)가 견공 배우들을 위해 세운 촬영 수칙이다.

1일 개봉 유연석·차태현 영화 '멍뭉이' #반려견 맡기려다 8마리 돌보게 된 사촌들 #"가족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

배우 유연석‧차태현 주연의 ‘멍뭉이’는 반려견 ‘루니’를 위한 새 가족을 찾으려던 주인공들이 오히려 길에서 만난 7마리 개까지 더 책임지게 되는 로드무비. ‘청년경찰’(2017)로 565만 관객을 동원한 김주환 감독이 먼저 떠나보낸 반려견 ‘루이’, ‘레이’에게 바치는 영화로 각본을 겸해 연출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개를 잘 모르고 그저 예뻐서 키우려 했던 초보 집사, 잘 못해준 죄책감을 가진 주인, 쉽게 포기하려는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들의 시행착오를 지켜보며 ‘개는 가족이고, 가족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에 동화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차태현(왼쪽)은 기수 역할을 맡은 영화 ‘챔프’(2011)에서 말(馬)과 호흡 맞춘 후 '멍뭉이'로 다시 동물영화에 도전했다. “‘챔프’ 때 너무 힘들어 다시는 동물과 영화‧드라마를 찍긴 어렵겠다”고 생각했지만, ‘멍뭉이’ 시나리오를 읽고 마음을 돌렸다고.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차태현(왼쪽)은 기수 역할을 맡은 영화 ‘챔프’(2011)에서 말(馬)과 호흡 맞춘 후 '멍뭉이'로 다시 동물영화에 도전했다. “‘챔프’ 때 너무 힘들어 다시는 동물과 영화‧드라마를 찍긴 어렵겠다”고 생각했지만, ‘멍뭉이’ 시나리오를 읽고 마음을 돌렸다고.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지난해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이 말(馬) 학대 논란을 일으킨 뒤 농림축산식품부가 영화‧드라마‧광고 등에 등장하는 동물 보호 안내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멍뭉이’는 많은 견공 배우들이 극을 이끄는 만큼, 촬영 준비에도 만전을 기했다.
감독부터 주연 배우들까지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는 것도 도움이 됐다. 루니(플로이드)‧레이(별이)‧토르(구찌)‧공주(핀아)‧라임이(라임이) 그리고 4마리 강아지 사수수(장군이‧장강이‧사랑이‧행복이)까지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 ‘털 찐 배우들’의 당시 현장을 제작진의 촬영 뒷이야기로 재구성했다.

‘멍뭉이’에서 결혼을 앞둔 회사원 민수(유연석)와 카페 주인을 꿈꾸는 사촌형 진국(차태현)은 좋은 ‘집사’(반려동물의 보호자)를 찾아 서울에서 출발해 배를 타고 제주도까지 향한다. 문제는 지나가던 길가의 유기견들. 유기견 센터에서 안락사 위기에 놓인 퍼그, 민박집에서 만난 식용견 등 가는 곳마다 사연 많은 개들을 외면할 수 없어 데려오게 된다.
이런 에피소드는 김 감독이 직접 유기견 등을 취재해 녹여냈다. 그가 여느 동물영화와 달리 믹스견을 많이 출연시킨 이유도 있다. 김 감독은 “시대마다 견종 유행이 있고, 동물 영화가 흥행하면 출연 품종을 우르르 입양했다가 다시 파양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상황을 방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생후 4개월부터 6살까지 견공 10마리 뭉쳤다

(왼쪽부터) '루니' 역의 견공 배우 '플로이드'와 '공주 '역의 '핀아', '토르' 역의 구찌, '레이' 역의 별이. 나이는 플로이드가 가장 많고 핀아가 5살, 별이가 당시 4살, 구찌가 3살, 사진에는 없는 막둥이 사형제 사수수가 4개월이었다.사진 키다리스튜디오

(왼쪽부터) '루니' 역의 견공 배우 '플로이드'와 '공주 '역의 '핀아', '토르' 역의 구찌, '레이' 역의 별이. 나이는 플로이드가 가장 많고 핀아가 5살, 별이가 당시 4살, 구찌가 3살, 사진에는 없는 막둥이 사형제 사수수가 4개월이었다.사진 키다리스튜디오

극중 등장하는 개는 두 사촌형제가 맡게 되는 골든리트리버 ‘루니’, 래브라도 리트리버 ‘레이’, 퍼그 ‘토르’, 토종견 ‘공주’ ‘사사수’들까지 8마리에 제주행 배에서 잠시 만나는 노견 ‘라임이’까지 9마리지만, 실제 촬영은 총 11마리였다.
주연급인 ‘루니’는 40kg 대형견인 당시 6살 견공 배우 플로이드를 중심으로 중형견 루이(짱아), 소형견 루니(켈리)로 성장기를 나눠 촬영했다. 보호자가 각기 다를 경우 견공 배우들끼리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해 반려견 교육 센터 겸 에이전시 ‘퍼펙트독’에 출연 견공 관리를 일임했다고 김 감독은 설명했다.

유연석 울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글썽' 감성 루니

어릴적부터 부모님과 유기견을 많이 구조해 보살폈다는 유연석(오른쪽)은 ‘멍뭉이’ 촬영을 마치고, 부모님댁에서 독립한 후 처음으로 유기견 ‘리타’를 입양해 반려인으로 돌아갔다.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어릴적부터 부모님과 유기견을 많이 구조해 보살폈다는 유연석(오른쪽)은 ‘멍뭉이’ 촬영을 마치고, 부모님댁에서 독립한 후 처음으로 유기견 ‘리타’를 입양해 반려인으로 돌아갔다.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루니 역의 플로이드 등과 특히 많은 교감을 해야 하는 유연석은 촬영 전 자주 훈련소를 방문해 같이 놀아주고 촬영 현장에서도 주머니엔 늘 칭찬용 간식거리를 넣고 다녔다. 권순호 퍼펙트독 훈련소장은 “유연석 배우가 적극적으로 동물과 연기 호흡 맞추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유연석은 “어느 순간부터 놀라울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면서 “완성된 영화를 보고 또 놀랐다. 영화 초반 퇴근하는 저를 반길 때 루니가 꼬리 치는 모양이 제가 루니를 떠나보내기로 생각하고 돌아왔을 때 꼬리 치는 모양과 달랐다”고 지난달 15일 언론시사 후 간담회에서 밝혔다.
김 감독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장면에서 민수가 울자 루니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울먹이는 눈빛이 되더라. 새삼 개들의 감정이 풍부한 걸 느꼈다”면서 “평소 연석씨가 마음을 잘 터준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쇠사슬도 플라스틱으로 눈속임…옥에 티는

 ‘퍼펙트독’에서 입양해 키우던 유기견 ‘핀아’가 공주 역을 연기했다.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퍼펙트독’에서 입양해 키우던 유기견 ‘핀아’가 공주 역을 연기했다.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현장에선 견공들이 더위를 타지 않도록 얼음과 시원한 물이 필수품이었다. 특히 민박집 개 공주는 주인 할아버지에 의해 앙상한 몸에 무거운 쇠사슬을 매단 모습. 촬영 당시 현장에선 초경량 플라스틱으로 쇠사슬 모형을 만들어 금속 페인트 효과를 내 촬영했다.
개집을 두드리는 장면은 핀아가 없을 때 따로 찍어 편집에서 합성했다. 실제 아무런 위협도 못 느낀 핀아가 극중 주눅들어야 할 상황과 달리 기분 좋게 귀를 세우고 있었다는 게 옥의 티였다고.

영화 속 퍼그 ‘토르’를 데려오는 유기견 보호센터는 실제 운영중인 곳에서 촬영했다. 간담회에서 차태현은 “비교적 여건이 좋은 곳에서 촬영한 것일 텐데도 환경이 안타까웠다. 봉사하시는 분들이 대단했다”고 돌이켰다.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영화 속 퍼그 ‘토르’를 데려오는 유기견 보호센터는 실제 운영중인 곳에서 촬영했다. 간담회에서 차태현은 “비교적 여건이 좋은 곳에서 촬영한 것일 텐데도 환경이 안타까웠다. 봉사하시는 분들이 대단했다”고 돌이켰다.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차태현은 개들이 자유롭게 뛰놀면서 촬영할 수 있도록 어떤 작품보다 연기에 집중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사람 배우도 약속되지 않은 애드리브를 하면 순간적으로 대사를 잊어버리는데 특히 강아지들은 통제가 전혀 안 됐다. 너는 너, 나는 나 하는 생각으로 엄청나게 집중하며 순발력을 발휘했다”고 했다.
애초 "개들이 현장에서 다르게 행동하면 시나리오가 바뀔 수도 있다"는 김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개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마음이 열려 있구나’ 라는 믿음이 가서 출연을 결정했다는 그다.
‘멍뭉이’는 지난해 서울동물영화제 폐막작으로도 상영됐다. 당시 집행위원장이자 동물권 보호에 앞장서온 임순례 감독은 “동물애호가들도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유쾌하고 따뜻한 동물영화”라고 호평했다.

영화 '멍뭉이'에서 차태현(왼쪽)과 유연석이 극 중 주인공들이 길가에 버려진 꼬마 강아지 '사수수' 사형제를 구조하는 모습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영화 '멍뭉이'에서 차태현(왼쪽)과 유연석이 극 중 주인공들이 길가에 버려진 꼬마 강아지 '사수수' 사형제를 구조하는 모습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멍뭉이' 현장에선 강아지를 통제하기보단 자유롭게 두고 사람 배우들이 그에 맞춰 연기하며 촬영했다.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멍뭉이' 현장에선 강아지를 통제하기보단 자유롭게 두고 사람 배우들이 그에 맞춰 연기하며 촬영했다.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영화 '멍뭉이' 제작기 영상 캡처. 촬영 전 유연석이 틈틈이 훈련소에 가 주연 견공 배우 플로이드와 놀아주며 교감을 나눴던 추억을 담은 사진이다.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영화 '멍뭉이' 제작기 영상 캡처. 촬영 전 유연석이 틈틈이 훈련소에 가 주연 견공 배우 플로이드와 놀아주며 교감을 나눴던 추억을 담은 사진이다.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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