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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둔 272㎏ 거구 연기…‘미이라’ 스타의 부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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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화 ‘더 웨일’ 비만 연기를 위해 브렌든 프레이저는 살을 찌우고 특수 분장을 했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더 웨일’ 비만 연기를 위해 브렌든 프레이저는 살을 찌우고 특수 분장을 했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내가 연기한 찰리처럼 고통받거나 어두운 바다에 있다고 느끼는 분이라면 당신도 두 발로 서서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영화 ‘더 웨일’(1일 개봉, 감독 대런아로노프스키)로 복귀한 배우 브렌든 프레이저(54)의 지난 1월 미국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이다. 오랜 슬럼프를 겪은 그가 소파에 파묻혀 지내는 체중 272㎏ 대학 강사 연기로 미국 시상식 시즌을 휩쓸고 있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를 신호탄으로, 지금까지 25개의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아카데미 연기상 전초전 격인 지난달 미국배우조합상(SAG)도 받았다.

‘미이라’(1999~2008) 시리즈 등 모험영화로 한때 할리우드를 풍미했던 캐나다 출신 중견 배우가 이토록 화제가 된 건 연기력 말고도 이유가 있다. 프레이저 자신이 ‘더 웨일’의 주인공처럼 혹독한 암흑기를 지나왔기 때문이다. ‘미이라’ 액션 촬영 중 잦은 부상으로 인한 수차례 수술의 후유증을 오래 앓았다. 자폐 스펙트럼의 첫아들, 결혼 10년 만의 이혼 소송, 어머니 사별 등 개인적 비극이 겹치며 우울증까지 왔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골든글로브시상식 주관단체) 회장에게 동성 성희롱을 당했고, 이후 할리우드 A급 영화 캐스팅에서 밀려났다”는 그의 주장도 논란이 됐다. 가해 당사자가 부인한 가운데, 프레이저만 할리우드에서 밀려났다. 지난 1일 뉴욕타임스는 그를 재조명한 기사에서 “이 캐나다 배우에게 스타덤은 너무 쉽게 다가왔고, 진지한 배우보다 백치미로 인식됐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프레이저는 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미이라’(1999) 때 모습. [사진 유니버설 픽처스]

‘미이라’(1999) 때 모습. [사진 유니버설 픽처스]

2012년 초연된 동명의 연극에 매료된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원작 극작가와 영화화를 준비해왔다. 10년째 주연감을 찾다가 남미의 저예산 영화에 출연한 프레이저를 발견했다.

‘더 웨일’은 초고도 비만 찰리가 동성 애인이 죽은 뒤 고래처럼 불어난 거구에 갇혀 자기 혐오로 점철해온 삶의 마지막 닷새간을 그린다. 무거운 비만 분장으로 연약함을 드러내야 했다. 프레이저는 “겁이 나 더 깊이 캐릭터를 파고들었다”며 “주저하지 않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스크린에 쏟아냈다”고 했다.

프레이저는 45㎏짜리 보형물 분장을 촬영 기간 40일간 매번 최대 4시간, 스태프 5명의 도움으로 입고 벗어야 했다. 그는 찰리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을 위한 공명심을 힘이 됐던 요인으로 꼽았다. “영화를 준비하며 만난 사람들로부터 알게 된 건 그들도 자신의 이야기가 알려지기를 바라고 공정하고 진솔하게 대우받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더 웨일’은 12일(현지 시간) 아카데미상 시상식 레이스에서도 선두다. 예측 사이트 ‘골든더비’에 따르면, 5일 기준 남우주연상 부문에서 프레이저는 득표수로 올 초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자 오스틴 버틀러(‘엘비스’)에 크게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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