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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방미해 정상회담 최종 조율…'칩스법' '확장억제' 논의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의 다음 달 말 미국 국빈 방문이 가시화된 가운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5일(현지시간) 미국을 찾았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구체적인 의제 등을 최종 조율하기 위한 방문이다.

김 실장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첨예한 국익이 걸린 미국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대북 확장억제 등을 집중 논의할 것임을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0일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봤다. 중앙포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0일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봤다. 중앙포토

특히 김 실장은 미국이 반도체지원법으로 삼성전자ㆍ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민감한 기술 정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진 것과 관련해 “아무리 동맹이지만, 이익이 같을 수도 있고 또 우선순위가 다를 수도 있고 하니까 심금을 터놓고 솔직하게 협의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은 소위 공급망 협력에 있어서 같은 배를 타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앞으로 전개하려고 하는 반도체(지원)법의 향방이 우리 업계나 경제 이익의 관점에서 어떤 부분이 잘 맞아들어갈 수 있는지, 어떤 부분이 어긋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이런 부분들을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반도체지원법에 따르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는 기업은 비용의 약 10%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급 기준에 기업 정보 공개는 물론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시설 접근권 등이 들어가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기업들의 기술 역량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반도체지원법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는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이 강하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ㆍ하이닉스 등처럼 중국에 공장을 두거나 투자한 기업들에 대한 제약도 커질 전망이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설상가상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한국을 동참시키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글로벌 가치 사슬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본ㆍ네덜란드와 맺은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협정에 한국과 독일을 합류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김 실장은 이같은 우려와 관련해 “국내에 알려진 부분과 다른, 또 보다 심층적인 미국의 속내라든지 이런 것들도 파악해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핵우산 신뢰도 향상에 역점" 

김 실장은 이번 방미 기간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들과 만날 계획이다. 그가 출국에 앞서 “(한ㆍ미 정상회담의) 최종 결론 내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밝힌 만큼 구체적인 정상회담 시기와 의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이 지난해 5월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의 후속 성격인 데다, 그사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더욱 고조된 만큼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를 두고 열띤 협의가 오갈 전망이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은 “핵우산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도를 보다 향상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 있을지 거기에 상당히 역점을 두고 토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미국 해군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SSN 761)가 입항하고 있다. 사진 미 태평양함대

지난달 23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미국 해군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SSN 761)가 입항하고 있다. 사진 미 태평양함대

앞서 지난달 한ㆍ미 양국의 국방 대표단은 미 국방부에서 8차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가졌다. 이후 한국 대표단은 미 조지아주 킹스베이의 미 해군 핵추진 잠수함 기지를 최초로 방문하는 등 강력한 핵우산 의지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핵공격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는 지난해 미 국방부 발표(2022 핵태세보고서) 수준의 강력한 경고를 끌어낼 수 있도록 물밑 조율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연장 선상에서 최근 미국이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사이버ㆍ우주 분야에 대한 논의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의회 연설 조율도 주목 

대북 문제를 둘러싼 한ㆍ미ㆍ일 3국 협력도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한ㆍ일 양국이 최대 외교적 난관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서두르는 것과 관련해 김 실장은 “미국이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며 “(미국은) 한ㆍ일관계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더 나아가서 한ㆍ미ㆍ일 협력이 보다 포괄적이고 풍부한 그런 어떤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시 미 의회 연설 여부도 주목된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3년 5월 미 상ㆍ하원 합동연설이 마지막이었다. 김 실장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는 “확인해 드릴 수가 없지만, 이번 일정은 행정부에 집중돼 있다”고만 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4월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받아, 골프 카트를 직접 몰며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과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4월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받아, 골프 카트를 직접 몰며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과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외교가에선 “국빈 방문이 성공하려면 굳건한 동맹을 보여주기 위한 양국 정상 간 스킨십이 있어야 한다”며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받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과 골프용 카트를 함께 탔던 것과 같은 상징적인 장면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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