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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보조금’ 허들 추가한 美상무부 “환경영향평가 받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해 12월 1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아프리카 지도자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해 12월 1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아프리카 지도자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반도체 생산 보조금’ 정책을 총괄하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는 기업들은 환경영향평가를 신속히 받아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상무부가 보조금을 타려는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내부 공정 자료를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지급 요건을 제시한 데 이어 허들 하나를 더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매체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로이터 취재진을 만나 “상무부는 미 정부 보조금을 받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컨설턴트와 변호사를 이미 고용했어야 한다고 안내를 하고 있다”면서 “평가 결과를 신속히 제출할수록 보조금 심사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는 통상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짓기 위해 거치는 절차지만, 상무부가 불과 이틀 전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복잡한 심사 기준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투자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최대 수년이 걸리는 환경영향평가 특성상 25% 투자 세액 공제 자격을 얻기 위해 미 정부가 제시한 시한(2026년 12월)까지 기업들이 공장 완공 등의 기한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은 일정 요건을 갖춘 반도체 제조기업에 대해 미 정부가 총 390억 달러(약 50조8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게 핵심이다. 25%의 투자 세액 공제(총 240억 달러 규모, 한화 31조2700억 원) 혜택도 제공한다.

이에 주무 부처인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 원) 이상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초과 이익은 미 정부에 반납하고, 중국에 10년간 반도체 제조 능력을 확장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맺는 등의 세부 지급 요건을 발표했다. 미 국가 안보 기관이 요구하면 공장의 내부 공정도 공개해야 하고, 근로자들을 위한 보육 시설도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미 정부가 보조금을 빌미로 기업들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한 반도체 기업 임원은 로이터에 “환경영향평가까지 거치려면 최소 2년이 소요되고, 환경단체의 소송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에서도 초당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마크 켈리 상원의원과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상원의원은 러몬도 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상무부 방침에 따라 미 환경정책법(NEPA)의 전면적인 검토 대상이 되면 기업들의 사업에 수년간의 지연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의 역동적인 특성을 감안할 때 제조업체들은 신속한 허가 절차를 제공하는 다른 나라를 선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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