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동참해야” 콕 집은 미 싱크탱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4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그린빌의 브랜디와인 성당 미사 뒤 떠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미 행정부는 미국 민간 자본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그린빌의 브랜디와인 성당 미사 뒤 떠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미 행정부는 미국 민간 자본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네덜란드에 이어 한국도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나왔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 생산지원금’ 가이드라인 발표를 통해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압박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제기된 주장이다.

5일 외신과 미 경제계 등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네덜란드·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협상안’ 보고서에서 “미국 주도의 반도체 글로벌 가치사슬이 깨지는 것을 막으려면 독일과 한국이 수출 통제에 합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일본과 네덜란드는 대중 수출 통제 방침에 동참한다고 밝힌 상태다. AMAT·램리서치(이상 미국), ASML(네덜란드), 도쿄일렉트론(일본) 등 반도체 장비 빅4 업체는 세계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관련기사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반도체 칩 제조의 선두주자이자 작지만 정교한 장비를 생산하는 국가”로 평가하며,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한국으로의 외연 확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심 부품·장비를 생산하는 독일도 언급했다.

미국이 얻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가령 네덜란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일본은 불화아르곤(ArF) 액침 스캐너를 각각 독점 생산하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모두 최첨단 반도체 칩 생산을 위한 필수 장비다. 핵심 반도체 장비의 중국 유입을 차단하면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보고서는 “중국은 노후화한 공정 노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조치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미래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내 반도체 공장

중국내 반도체 공장

한국 기업의 속내는 복잡하다. 보고서는 “(한국 등) 신뢰할 수 있는 국가에 본사를 둔 회사는 여전히 중국 생산시설을 위한 장비를 구매할 수 있다”며 중국에 D램과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우회적으로 언급해 이들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삼성과 하이닉스는 중국 반도체 생산시설에 각각 누적 33조원, 25조원 이상을 투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꾸준한 설비 투자가 생산력과 연결되는 메모리 반도체 특성상 중국으로의 장비 반입이 차단된다면 기업의 미래 경쟁력에도 타격을 주게 된다. 초과이익 환수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미 반도체 보조금 신청을 놓고 한국 기업들이 득실을 따지고 있는 와중에 미국 정부가 안팎으로 압박해 오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오는 7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과 면담을 해 미국 반도체지원법 관련 업계 의견을 듣고 대응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중국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최근 중국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등 국영 투자회사 세 곳으로부터 총 490억 위안(약 9조26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에 따라 YMTC의 등록 자본금도 기존보다 두 배인 1050억 위안(약 20조원)이 됐다. YMTC는 중국 정부 주도로 2016년 우한에 설립된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곤경에 처한 반도체 산업에 다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일본·네덜란드의 대중 수출 통제 규정이 명확해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장비·부품 확보에 나서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