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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클린스만, 감독 클린스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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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송지훈 기자 중앙일보 스포츠부 차장
송지훈 스포츠부 차장

송지훈 스포츠부 차장

독일축구 레전드 위르겐 클린스만(59)이 한국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이 됐다. 2026년 북중미 3국(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로 열리는 월드컵 본선까지 3년 5개월간 지휘봉을 잡는다.

현역 시절 클린스만은 금발을 휘날리며 멋진 골을 터뜨리는 미남 골잡이였다. 경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하며 1980년 후반부터 1990년 초반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았다. 마르코 판바스턴(네덜란드),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아르헨티나), 로베르토 바조(이탈리아) 등 당대 최고의 스트라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전차군단’ 독일의 우승을 이끌어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다. 4년 뒤 미국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전(독일 3-2승)에선 2골을 몰아넣어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지도자 생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화끈한 공격 축구로 ‘전차군단’ 독일의 3위 등정을 이끌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선 축구 변방이었던 미국대표팀을 16강에 올려놓았다. 상대적으로 클럽팀에선 부진했다. 바이에른 뮌헨과 헤르타 베를린(이상 독일) 지휘봉을 잡았지만, 나란히 한 시즌을 넘기지 못했다.

전임자 파울루 벤투(54·포르투갈) 감독이 카타르월드컵에서 원정 16강을 달성한 직후여서인지 클린스만에 대한 국내 평가는 박한 편이다. 대체로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전술을 코치에게 일임하는 팀 운영 방식, 짧지 않은 휴지 기간(2020년 이후 3년 만의 현장 복귀) 등이 불안요소다.

하지만 기대할 만한 대목도 적지 않다. 앞서 두 차례 대표팀을 맡아 이끄는 동안 클린스만 감독은 새 얼굴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세대교체를 완성했다. 선수들의 빅 리그 및 빅 클럽 진출을 독려하고 직접 연결고리 역할까지 자임했다.

종목과 팀을 막론하고 감독의 수백 가지 책임 중 결국 신경 써야 할 것은 단 하나, 결과뿐이다. 부임할 때 기세등등하던 지도자가 성적 부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도망치듯 물러나는 상황을 우리는 흔히 본다. 반대로 ‘욕받이’ 신세를 면치 못하던 감독이 결과를 보여준 뒤 단숨에 ‘명장’으로 거듭나는 케이스도 있다. 제74대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클린스만 감독의 시대는 어떤 결말을 남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