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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인사검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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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위문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위문희 정치부 기자

위문희 정치부 기자

고위공직자 인선 작업은 추천과 검증으로 나뉜다. 문재인 정부에선 인사수석실에서 후보를 추천하고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검증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은 교수 출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고 초대 공직기강비서관은 감사원 출신이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인사청문회도 안 치른 장관 후보자들이 각종 의혹에 휘말리자 민정수석의 경험 부족이 지적됐다. 검찰·변호사 등 법조 경험이 없는 조 전 장관이 인사 검증을 총괄하기에 역부족이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2017년 6월 첫 장관 후보자 낙마 사태가 벌어졌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닷새 만에 물러났다. 20대 시절 사귀던 여성과 몰래 혼인신고했다가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이 장관 지명 이후에 드러나 논란이 됐다. 조 전 장관은 안 후보자가 서울대 법대 교수로 일할 때 조교였고, 국가인권위원회 활동을 함께했다.

지난달 25일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경찰 수사전담기구인 국가수사본부 2대 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전학처분을 받자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갔지만 최종 패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수본부장 자격 논란이 불거졌다.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한 윤석열 정부에선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이 추천한 고위공직자 후보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사전 검증하고, 대통령 비서실장 직속 공직기강비서관실이 2차 검증한다. 인사기획관은 대검찰청 사무국장 출신이고, 공직기강비서관은 검사 출신이다. 법조계 출신이 인사 검증의 주축으로 바뀌었지만 부실 검증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어느 정부에서나 끼리끼리 인사가 검증 라인의 실력을 뛰어넘는 모양새다. 정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대검, 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한비자(韓非子)는 중국 전국시대 말 법가사상의 주창자다. 그가 지은 『한비자』 난삼편(難三扁)에 이런 대목이 있다. 공자를 만난 노나라 애공이 정치의 도리에 대해 물었다. 공자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신하를 뽑는 데 있다”고 답했다. 아홉번 탈이 없어도 한번 삐끗하면 참사로 번지는 게 인사 문제다. 봐주기 논란까지 보태지면 그것만큼 뼈아픈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