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후분양제 도입 미룰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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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아파트 후분양제 수정을 검토 중이다. 신도시에서 민간 건설업체가 후분양제를 택할 경우 분양시기가 늦춰져 주택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입장과는 달리 서울시는 후분양제를 강행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21일 "후분양제 때문에 11.15 부동산대책에서 제시한 주택 공급시기가 1년 정도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분양원가 공개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에서 후분양제에 대한 점검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팔문 건설교통부 주거복지본부장도 이날 평화방송에 출연해 "후분양을 하면 국민이 물건을 보고 살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측면이 있지만 지금은 많은 주택이 분양돼야 할 때"라며 후분양제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또 "2002년부터 분양원가 공개와 맞물려 후분양제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 2004년 후분양제 로드맵을 마련한 것"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공급이 달리고 있어서 후분양제 도입이 너무 이르다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로드맵을 만들 당시엔 후분양제가 도입되는 내년 이후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돼 후분양제를 시행할 적절한 시기로 판단됐지만 실제론 오히려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후분양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건설공사가 진행된 뒤 소비자가 지어진 집을 직접 확인하고 분양받는 제도로 내년부터 공공택지에서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정부의 로드맵에 따르면 공공택지에서 대한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분양하는 아파트는 내년부터 공정률이 40%가 넘어야 분양할 수 있고 2009년 60%, 2011년 80% 등으로 공정률 기준이 강화된다. 후분양제를 신청하는 민간업체에는 택지 배정 우선권이 부여돼 공공택지 내 민간 분양주택의 상당 부분이 후분양제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뉴타운 등지에서 공급하는 아파트에 대해 80% 공정 후 분양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점이 정부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로드맵에 따라 상당수 신도시 민간 아파트의 분양 일정이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서울시마저 정부안보다 강화된 후분양제를 시행하면 단기간 내 많은 주택을 공급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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