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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결·무효 애매한 2표 탓, 체포안 초유의 개표 중단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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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뉴스1]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뉴스1]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은 투표 종료 1시간30분이나 지나서야 결과가 발표됐다. 가부(찬반 의사) 표시가 불명확한 투표용지 두 장 탓에 개표가 중단되는 초유의 소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의원 체포안은 이날 오후 3시18분 투표가 종료됐다. 의원들은 무기명 투표로 투표용지 표기란에 직접 수기로 한글 또는 한자로 ‘가’ ‘可’ 또는 ‘부’ ‘否’를 한 글자 적어 투표함에 넣는 방식이었다. 이 외에 다른 글씨를 적거나 아무것도 적지 않으면 무효표가 된다.

그런데 개표 과정에서 표기가 불명확한 두 표가 나왔다. ‘무’나 ‘부’로도 보이는 투표용지 한 장과 ‘복’으로 보이는 흘려 쓴 나머지 한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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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과정 중 여야 감표 위원들이 투표용지 분류 과정에서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가 적힌 투표용지 2개의 무효표 여부에 대해 논쟁을 하고 있다. [뉴스1]

개표 과정 중 여야 감표 위원들이 투표용지 분류 과정에서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가 적힌 투표용지 2개의 무효표 여부에 대해 논쟁을 하고 있다. [뉴스1]

의사국에 따르면 한글·한자를 잘못 적거나 가·부 외에 마침표·기호 등이 들어간 경우 무효표로 처리한다. 글자를 쓰는 칸 위에 적힌 ‘가·부란’에 동그라미를 쳐도 무효표가 된다. 하지만 흘려 쓴 이 2개의 투표용지는 보기에 따라 해석이 달랐다. 국민의힘 감표 위원들은 “둘 다 무효표”라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감표 위원들은 “모두 부결표”라며 대립했다.

개표가 지연되자 국민의힘 의원석에선 고성과 야유가 터져나왔다. “이런 역사적 심판에 용지의 ‘가부란’이란 글씨를 보고 쓰는 것도 하지 못하는 의원들이 있느냐” “제대로 보고 쓰셔야지”라는 식이었다.

대립이 길어지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주호영 국민의힘,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불러 상의했다. 이후 김 의장은 “두 표는 일단 제외하고 나머지 표로 (개표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민주당 쪽에선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는 반발도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개표는 이어졌고, 두 표를 제외한 개표 결과는 가결 139, 부결 137, 기권 9, 무효 10이었다. 두 표와 상관없이 이날 출석 의원 297명의 과반인 가결 정족수 149표에 미달해 동의안은 부결이었다.

오후 4시45분쯤 김 의장은 “국회에 파견된 중앙선관위 직원 두 사람에게 의견을 들어본 뒤 이를 참고해 제가 판단했다”며 “제가 보기에 한 표는 ‘부’로 보는 게 맞고, 한 표는 ‘가부란’에 쓰이지 않았다는 것으로 봐서 무효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의 두 표 중 한 표는 부결표에 주고, 나머지 한 표는 무효표로 나눠준 셈이다.

이에 따라 최종 투표 결과는 가결 139표, 부결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확정됐다. 통상 20분이면 나오는 개표 결과가 이날은 1시간30분이나 걸렸다.

논란의 두 표는 가·부결 결과엔 영향이 없었지만 민주당 주장대로 2표 모두 부결표로 간주됐으면 가(139)·부(139) 동수가 될 뻔했다. 정치권에선 “시간을 끈 건 2표를 늘려 체포안 찬성이 더 많았다는 결과는 피하려 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이날 반대표 수 역시 정치적 의미가 있기에 두 표 모두 무효표로 처리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표결된 노웅래 민주당 의원 체포안은 이번처럼 수기가 아닌 전자투표로 진행됐다. 투표 부스에서 투표자가 ‘가’ ‘부’ 버튼을 누르면 되는 방식이라 당시 무효표는 0표였다. 아예 버튼을 누르지 않은 기권만 9표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투표 방식은 여야 합의로 정하는데 이 대표 체포안은 민주당에서 수기투표를 원했다”며 “투표 과정에서 점을 잘못 찍는 등 실수로 가결표가 무효표가 되는 점을 노린 듯한데 반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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