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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1주년 기념 승전보 없다…“동부 최전방 수명 고작 4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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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에 맞물려 러시아군이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공격을 강화한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선 우크라이나에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주요 전선에서 소모전 양상의 혈투가 계속되면서 러시아는 고대했던 ‘1주년 승전’ 소식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모두의 단결로 올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최대격전지인 바흐무트 인근에서 군용 차량 앞에 서 있다. 러시아군은 개전 1주년에 맞춰 바흐무트 함락을 원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결사항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최대격전지인 바흐무트 인근에서 군용 차량 앞에 서 있다. 러시아군은 개전 1주년에 맞춰 바흐무트 함락을 원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결사항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는 침공 1년에 맞춰 성과를 올리기 위해 이달 초부터 점점 공세를 높여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전선이 격화되고 있다.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주(州)는 반년 넘게 밀고 밀리는 소모전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돈바스 점령을 위한 핵심 거점인 바흐무트는 최소 8개월 동안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면서 유령 도시가 됐다.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과 싸우고 있는 트로이 오펜베커 전 미국 해병은 최근 ABC뉴스와 인터뷰에서 “바흐무트에선 양쪽 다 사상자가 너무 많아 ‘고기 분쇄기’로 불린다”면서 “동부 최전방에 배치된 후, 평균 수명은 고작 4시간 정도”라고 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가 1주년 즈음에 바흐무트 함락 승전 소식을 발표하길 원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수차례 막아내면서 무산됐다. 다만 동부와 비교해 덜 치열했던 남부 헤르손·자포리자주 등에서는 최근 러시아군 포격이 강화되면서 수만 명에게 난방 공급이 안 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1주년을 맞이한 연설에서 “동부와 남부 모두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했지만, 우리는 이를 견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협박과 포격, 집속탄, 순항 미사일, 자폭 드론, 정전, 추위를 이겨냈다. 우리는 이들보다 더 강하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세계를 놀라게 했고 영감을 줬고 통합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년은 저항과 투쟁, 고통과 슬픔, 믿음과 단합의 시간이었다. 우리는 인내했고 패배하지 않았다”면서 “승리의 빛이 보인다. 올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 러시아 살인자들이 처벌받을 때까지 결코 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기념하여 우크라이나 국기 색으로 밝혀졌다. AP=연합뉴스

23일 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기념하여 우크라이나 국기 색으로 밝혀졌다. AP=연합뉴스

개전 1주년을 맞아 미국 등 서방에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지원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 타운홀 행사에서 “우크라이나에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 안보 지원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또 24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선 러시아에 수출 금지된 제품을 제공하는 국가들에 대해 새로운 제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호주도 24일 우크라이나에 3300만 호주달러(약 293억원) 상당의 드론(무인항공기) 시스템을 지원하는 한편 이번 전쟁과 관련된 러시아 개인 90명과 40개 단체에 대한 금융 제재와 여행 금지 조치를 추가로 내렸다. 뉴질랜드에서도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 등이 포함된 러시아 시민 87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다만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앞두고 논의 중인 10차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안 합의는 EU 회원국 간 이견으로 23일에도 무산됐다. EU 회원국들은 24일 오전 다시 만나 최종 합의를 시도할 계획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난 23일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 기념일에 열린 우크라이나 지지 집회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난 23일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 기념일에 열린 우크라이나 지지 집회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곳곳에선 개전 1주년을 기념하며 연대 물결이 일어났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23일 밤 우크라이나 국기 색인 노란빛과 파란빛을 수놓았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23일부터 이틀간 EU 관련 빌딩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로 뒤덮였다.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선 23일 밤 수많은 인파가 몰려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고 푸틴 대통령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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