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교사 찌른 고교생, 佛 발칵..."'살인하라' 들렸다"

교사가 살해당한 프랑스 생토마다캥 고등학교 앞에 쌓인 꽃들. AFP=연합뉴스

프랑스 서남부 생장드뤼즈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생은 '내면의 누군가가 살인을 시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23일(현지시간) 브리핑을 열어 생토마다캥 고등학교에서 스페인어 교사(52)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한 학생(16)에 대한 초기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처럼 밝혔다.

가톨릭계 사립학교에 다니는 용의자는 전날 오전 9시 45분경 교실에서 수업 도중 교사에게 다가가 흉기를 휘둘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용의자가 스페인어 수업을 듣던 중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교실 문을 잠갔고, 칠판 앞에 서 있는 교사에게 다가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교사를 찌르고 나서 놀란 듯 서 있었고, 같은 수업을 듣고 있던 다른 학생들은 교실 밖으로 도망갔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있었다고 덧붙었다.

이후 용의자는 옆 교실에 들어갔고, 흉기를 바닥에 놓으라는 다른 교사들의 말을 따랐다. 그 순간 "내가 내 인생을 망쳤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했다.

용의자는 범행 후 조사를 받으면서 "살인을 저지르라는 작은 목소리가 있었다"며 그 목소리는 "이기적이고, 사람을 조종하며 자기중심적인 존재"라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악행을 부추기는 그 존재가 범행 전날 살인을 하라고 권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용의자가 전과가 없어 사법 당국이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아동 복지 당국에서도 용의자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신 감정 결과 용의자는 "분별력을 방해할 수 있는 불안 증세"를 보였지만 조현병, 우울증, 지적장애 등을 앓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검찰이 전했다.

검찰은 용의자가 지난해 10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으며, 항우울제를 처방받았다고 덧붙였다.

브리핑에 앞서 익명을 요청한 한 소식통은 AFP 통신에 "용의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어 명확한 범행 동기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프랑스 전역에 있는 학교에서는 1분간 묵념하면서 사망한 교사를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숨진 교사가 몸담았던 학교 앞에는 교사를 추모하는 하얀색 장미들이 수북이 쌓였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