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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곽상도 쇼크…檢, 대북송금도 이재명 '3자 뇌물죄' 적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3자 뇌물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그간 검찰에서 “북한에 보낸 800만 달러 가운데 300만 달러는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이고, 500만 달러는 경기도의 대북 스마트팜 비용 대납”이라고 진술해 왔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한때 이 대표에 대해 단순수뢰죄 적용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전 의원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당초 계획했던 제3자 뇌물죄 법리에 따른 증거 보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제3자 뇌물죄, 입증 하려면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의 제3자 뇌물죄를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가 쌍방울 대북사업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제3자인 북한에 최소 800만 달러의 뇌물을 줬다는 내용이다. 사진은 21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 대표. 뉴스1.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의 제3자 뇌물죄를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가 쌍방울 대북사업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제3자인 북한에 최소 800만 달러의 뇌물을 줬다는 내용이다. 사진은 21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 대표. 뉴스1.

검찰이 검토중인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본인이 아닌 제3자에게 뇌물을 제공하게 하면 성립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가능하다. 다만 묵시적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해선 청탁 대상 직무가 뭔지, 그리고 제3자에게 건네진 금품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해 당사자들 사이에 공통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청탁 대상 직무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도 없다. 공무원의 직무와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고, 이미 발생한 사안 뿐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도 대가관계만 인정되면 부정한 청탁이 될 수 있다.

“500만 달러로 경기도 파트너, 300만 달러로 사업 추진”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에 있는 수원지검 전경. 뉴시스.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에 있는 수원지검 전경. 뉴시스.


2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이 대표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청탁 내용을 직접 말로 전하지 않았더라도, 쌍방울이 800만 달러 대북송금을 매개로 경기도 대북사업의 우선 사업자 지위를 약속받는 등 대가성에 대한 서로의 인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대납한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는 두 가지 성격이 있다”며 “쌍방울은 대납을 통해 경기도의 대북사업 파트너 자격을 보증 받고, 경기도는 대북사업과 관련해 북한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북사업과 관련해 경기도와 쌍방울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 역시 대가성에 대한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는 근거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500만 달러를 보내지 않으면 (대북) 사업 자체가 어그러지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김성혜 조선아태평화위 실장이 2018년 11월 중국 선양에서 김 전 회장에게 직접 “경기도에서 스마트팜을 지원해 준다고 해서 그 말을 믿고 다 준비를 해놨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어 큰일”이라며 쌍방울에게 500만 달러 대납을 요구했다는 게 근거다.

검찰은 또 “2019년 11월 송금한 300만 달러 역시 이 대표 입장에선 단순히 방북을 위한 것일 수 있지만, 쌍방울 입장에선 2019년 5월 북한과 맺은 경협을 실제로 추진하기 위한 대가성 비용”이라고 말했다.

부정청탁 내용은 대북사업 우선권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경협 협약서를 작성하고 6개 대북사업 우선권을 확보한 2019년 5월의 사진. 당시 경기도와 북한 사이 가교역할을 한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중국 단둥 모처에서 북한 조선아태위 송명철 부실장, 민경련 리형룡 과장과 함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독자 제공.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경협 협약서를 작성하고 6개 대북사업 우선권을 확보한 2019년 5월의 사진. 당시 경기도와 북한 사이 가교역할을 한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중국 단둥 모처에서 북한 조선아태위 송명철 부실장, 민경련 리형룡 과장과 함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독자 제공.

검찰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를 구성하는 부정청탁의 내용에 대해선 쌍방울이 경기도로부터 약속받은 대북사업 우선권을 들고 있다. 국내에서 대북사업을 할 수 있는 기업이 매우 드문데, 천문학적인 이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가 쌍방울에게 독점적으로 주어졌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쌍방울은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 문제 등만 해결해주고 10대 재벌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고, 실제 주가도 크게 뛰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500만 달러를 대납한 바로 다음 달인 2019년 5월 이화영 전 부지사와 함께 중국 단둥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관계자들을 만나 경협 합의서를 작성했다. 당시 쌍방울은 북한의 ▶지하자원개발 ▶관광지 및 도시개발 ▶물류유통 ▶자연에너지 조성 사업 ▶철도건설 관련 사업 ▶농축수산 협력 사업 등에 대해 우선적 사업권을 취득했다.

경협 합의 1~2주 후 이 전 부지사는 경기도 브리핑에서 ▶평안남도 밀가루 및 묘목 지원 ▶아시아 국제 배구대회 참가 ▶제2회 아태평화국제대회 공동개최 ▶DMZ 평화페스티벌 ▶개성 수학여행 등 총 5개 사업을 내용으로 하는 남북평화협력사업을 발표했다.

더 명확한 증거 찾기 나선 검찰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임현동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임현동 기자.

다만 검찰은 부정한 청탁이 명시적으로 있었고, 이 대표가 이를 인지했다는 보다 뚜렷한 증거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3~5차례 통화를 하고, 경기도가 주관한 1·2회 아태평화국제대회 자료 등에 쌍방울이 후원사로 명시된 것까지 드러났지만, 아직 직접 청탁을 했다는 내용까지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22일 경기도지사실 및 도지사 비서실, 이화영 전 부지사 비서실장의 주거지 등 총 19곳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을 재차 대질조사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장동이나 성남FC 사건은 복잡한 법리 다툼으로 갈 수 있는 사건”이라며 “검찰로서는 상대적으로 혐의가 뚜렷한 대북송금 사건이 최후의 보루일 수 있어 제3자 뇌물 혐의 입증에 공을 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곽상도 전 의원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이 대표에게 직접 뇌물 법리를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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