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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남편 안긴채 구조된 여성도…韓구호대 밝힌 처참한 광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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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강진 피해 지역에서 생존자 수색·구조활동에 나섰던 한국 긴급구호대(KDRT) 1진 소속 대원이 “울면서 무릎 꿇고 애원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기억이 남는다”며 현지 참상을 상세히 전했다.

구호대 소속 김민지 대원은 2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처음 보는 처참한 광경”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9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일대에서 한국 긴급구호대(KDRT)의 간호장교 김혜준 육군 대위가 구조된 생존자 어린이의 체온과 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일대에서 한국 긴급구호대(KDRT)의 간호장교 김혜준 육군 대위가 구조된 생존자 어린이의 체온과 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원은 “사방에서 앰뷸런스 소리가 들렸고 정말 혼란의 도가니였다”며 “‘우리 가족 시신만이라도 찾게 도와달라’고 울면서 무릎 꿇고 애원하는 분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은 (시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애원하다가도 생존자 신고를 받아서 가봐야 한다고 설명하면 또 바로 수긍하고 응원해줬다”며 “가다 뒤돌아보면 다시 울고 있곤 해서 너무 마음이 안 좋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구호대가 구조한 8명 중에는 숨진 남편 품 안에 안긴 채 발견된 60대 여성도 있었다. 이 여성은 우리 구호대가 구조한 마지막 생존자로, 골든타임인 72시간을 넘겼음에도 극적으로 구조됐다.

김 대원은 “이 여성은 남편과 함께 매몰됐고, 남편이 아내를 안은 채였는데 안타깝게도 남편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며 “(60대 여성이) 어떤 마음으로 구조대원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을까, 옆에 있는 남편이 숨지는 모습을 지켜본 것도 마음이 아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2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주 안타키아에 마련된 한국 긴급구호대(KDRT) 숙영지에서 구호대가 구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12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주 안타키아에 마련된 한국 긴급구호대(KDRT) 숙영지에서 구호대가 구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수색 작업 중 가장 힘들었던 점으론 영하의 추위와 여진에 대한 두려움을 언급했다. 김 대원은 “피해자분들을 만나는 게 제일 힘들긴 했지만, 영하의 날씨였어서 겨울이라서 정말 밖에서 숙영하는 게 추위를 이기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김 대원은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숙영하면서 침낭 안에서 잤는데 추위가 가장 힘들었다”며 “안전한 곳을 선택해서 그곳에서 숙영지를 치긴 했지만, 여진의 여파로 만약에 무너지게 되면 저희 안전도 100% 보장할 수는 없겠구나, 이런 불안감은 조금은 있었다”라고도 밝혔다.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주 안타키아에 설치된 한국 긴급구호대 숙영지 텐트에 한 튀르키예 시민이 한국어로 "고마워 형"이라고 쓴 문구가 남아있다.사진 한국 긴급구호대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주 안타키아에 설치된 한국 긴급구호대 숙영지 텐트에 한 튀르키예 시민이 한국어로 "고마워 형"이라고 쓴 문구가 남아있다.사진 한국 긴급구호대

튀르키예인들이 한국어로 전한 감사 인사에 눈물 흘리는 한국 긴급구호대. 사진 TRT HABER 유튜브 영상 캡처

튀르키예인들이 한국어로 전한 감사 인사에 눈물 흘리는 한국 긴급구호대. 사진 TRT HABER 유튜브 영상 캡처

이날 인터뷰에서는 구호대 일동이 귀국길에 오르던 중 ‘울음바다’가 됐던 사연의 후일담도 전해졌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국영 방송 TRT 하베르는한국 구호대 1진이 아다나 공항에서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기내에서 튀르키예인들이 서툰 한국어로 구호대에 전한 감사 영상 소식을 보도했다. 김 대원은 “눈물을 많이 흘리신 분들도 있었고 (자막이 아닌) 한국어로 해준 인사에 저도 그간 했던 고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구호대 1진은 지난 9일부터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구조활동을 시작해 열흘간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하고, 18일 귀국했다. 이어 17일 구호대 2진이 파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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