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튀는 막바지 손익계산|주역 4자의 입장 점검-UR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최종타결을 위한 회원국 각료회의가 오는12월3∼7일 브뤼셀에서 개최된다. 지난86년 우루과이 푼타 델 에스터시에서 모인 세계 통상장관들이 보다 완전한 무역자유화를 실현하자는 취지로 다자간 협정개시를 선언한 이래 4년여를 끌어온 협상결과가 이제 보름 남짓 후면 어떤 형대로는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향후 국제무역질서를 결정하게 될 이번 UR협상에는 세계 1백5개국이 참여, 농업·관세·서비스 등 15개의 의제를 놓고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각료회의를 앞둔 각국은 자국입장을 조금이라도 더 반영하기 위해 막바지 조정작업을 열심히 벌이고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UR협상의 연내타결이 어렵다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있다. 외신으로 들어온 내용을 중심으로 최종회담을 앞둔 미국·EC·일본·개발도상국의 입장을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미국-섬유류 대폭양보>
막바지 절충을 위한 시간을 2주 남짓 남긴 가운데 미국은 UR협상의 연내타결을 바짝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최근 그 동안 개도국과 이해가 엇갈려 난항을 거듭하던 섬유류 협상에서 섬유류 수출국인 개도국의 주장대로 MFA(섬유류 다자간 협정)를 폐지하고 관세를 인하키로 하는 등 개도국에 대폭적인 양보를 했다.
이는 어떡하든 서둘러 미국이 우위에 있는 서비스 및 지적소유권 등의 분야에서 개도국으로부터의 양보를 끌어내자는 의도에서 나온 카드.
엄청난 무역적자를 안고있는 미국은 「힘이 있는」동안 미국의 우위분야인 이들 분야를 자유무역의 틀 안에 집어넣어 타국의 추적을 불허하겠다는 생각이다.
클레이턴 야이터 미농무장관은 최근 EC(유럽공동체)와의 농업분야 협상을 위해 유럽 7개국에 「출정」맹렬한 조정작업을 벌였다.
그는 출발에 앞서 가진 외신기자 브리핑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며 『미국이 내달초로 예정된 각료회의를 연기하거나 협상연장을 고려하리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라며 연내 협상타결의지를 나타냈다.
미국은 UR가 성공할 경우 관세 및 비관세장벽이 현재보다 33%정도 낮아져 90년대 말까지 1천3백억 달러의 이득을 보고 여기에다 교역국들의 시장개방 확대까지 감안하면 미국 측 이익은 2천5백억∼3천억 달러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EC와의 농업분야 협상은 적극적인 농산물수출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여보려는 미국과, 역내 농업보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EC와의 입장차이가 너무 커 타협점이 발견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6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둔 것도 이번 UR협상에서 부시정권의 입장을 보다 어렵게 하고 있다.


92년 경제·사회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는 EC는「설사 UR협상이 실패해도 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식의 생각을 하면서 이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C로서는 통합을 위한 연성협의가 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UR협상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이다.
이 같은 「집안문제 우선」이라는 EC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번 UR협상에서 최대의 쟁점이 되고 있는 농업문제에 대한 태도다.
EC는 농산물에 대한 보조금을 언제까지 얼마만큼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서(오퍼리스트)를 지난달 15일의 마감 후 3주가 지나서야 제출했다.
유럽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인 프랑스와 오는 12월2일로 예정된 전독총선을 앞두고 농민유권자들을 의식한 독일정부가 보조금 삭감에 반대, 성내의 이견을 조정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농업보조금 삭감폭도 75%를 요구하는 미국과는 차이가 큰 30%에 그친 데다 역내 농산물의 거래에서 EC산의 우선 판매 원칙을 유지한다는 등 조건들을 달았다.
농산물 보조금 삭감과 관련, EC로서도 UR가 『EC 때문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는 것은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C관계자들은 다음달3일 각료회의에서 현 EC입장에 대한재조정 가능성을 제시하겠다고 하는 등 유연한 협상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남은 기간 안에 그 「간격」을 좁히는 것이 가능할 지에 대해선 비관적 견해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UR협상에 임하는 일본의 태도는 느긋하다.
이미 농산물·서비스 등 이번 UR의 현안이 되고 있는 분야의 개방이 시작된 데다 UR가 논의하고 있는 모든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본은 이번 UR협상을 보호주의의 움직임을 막고 무역관계에서 자국 애로사항을 해결하려는 기회로 삼으려 하고있다.
특히 일본은 수년간 슈퍼 301조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었던 미국과의 관계정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말해 다국간 룰의 확립, 제도화를 지향하는 UR협상을 통해 미국과의 쌍무적 무역문제를 다음간 규범에 귀속시킴으로써 더 이상 미국의 압력에 시달리지 않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미국을 다자간 룰의 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필요하다』며 미국이 강력히 주장하는 서비스무역의 자유화에 찬성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와 관련, 일본은 거꾸로 개도국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시장을 반쯤 닫은 상태에서 경제대국에 도달한 후 왜 우리들에게는 엄격한 시장개방 규율을 적용하느냐』는 게 개도국의 불만이다.
현재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고 있는 쌀 시장 개방문제에 대해 최종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에 놓여있다.
일본정부의 공식입장은 일단 『쌀은 UR협상의 교섭대상조차 될 수 없다』는 완강한 태도다.
그러나 이 같은 공식입장과는 달리 실제로는 부분개방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른 분야의 교섭에서 오는 막대한 이익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개도국-충격최소화 노력>
선진국과 개도국의 대립구도가 뚜렷한 것이 이번 UR의 특징이다.
개도국은 대체로 섬유와 농업·열대산품의 교역자유화에 집착하면서 공산품에 대한 관세인하나 서비스·지적소유권 협상 등에 소극적 대도를 보이고있다.
개도국은 「선진국 우위」라는 현 상황을 고정시킬 수밖에 없는 금융·항공·해운·통신 등의 서비스분야와 지적소유권 교섭에 대한 저항자세를 최후까지 누그러뜨리려 하지 않고 있다.
개도국은 이들 분야에서 버틸 대로 버티다가 농업과·열대산품·섬유 등에서 관세문제에 관해 유리한 조건을 끌어낸다는 계산이다.
또 구조적으로 「힘의 열세」를 인식하고 있는 개도국은 서비스 등의 개방에 합의한다고 해도 개방시기 등에 「유보」조항을 두어 자국내 산업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겠다고 생각하고있다.
이와 함께 개도국들은 서비스시장을 개방하라는 선진국측의 공세에 『노동시장을 자유화해야만 한다』며 노동력의 이동도 서비스교역의 대상으로 삼아야한다고 역공세를 펼치고있다.
그러나 현재 서비스분야에서 선진국들은 변호사·엔지니어 등 전문인력의 이동만 포함시켜야한다고 주장, 개도국과 팽팽한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개도국 내부에서도 일부 신흥공업국(NIES)은 관세인하와 덤핑규제가 『경제발전을 위해 유리하다』며 저 개발도상국과 이견을 드러내는 등 내부사정이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는 UR협상타결의 열쇠를 쥐고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협상에서 개도국의 입장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영렬 기자>

<우루광이 라운드 일정>
86. 9 우루과이 푼타 델 에스터 각료선언으로 UR협상 공식출범
88. 12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중간평가 각료회의.
89. 4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 실무급 회의 (미합의 분야에 대한 기본방향합의).
90. 7 제네바에서 무역협상 위원회(TNC) 협상그룹별 의장 초안 접수.
90. 8∼10 15개 협상그룹별 회의.
90. 10.1 농산물분야 나라별 협상기초자료(country·list) 제출
90. 10.15 각국 개방계획(offer list) 제출(관세·비관세·농산물·열대산품·천연자원 등)
90. 11. 첫째 주 개도국 관심 사항 평가회의.
11월23일까지 협정결과 종합한 최종협정문안작성.
90. 12 .3∼7 브뤼셀 각료우루과이 라운드 회의에서 종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