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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침략” 말했다 증발… 중국판 ‘챗GPT’ 사흘만에 서비스 종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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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5일 구글 알파고와 최종 경기에서 첫 수를 놓고 있는 이세돌 9단. 한국기원

2016년 3월 15일 구글 알파고와 최종 경기에서 첫 수를 놓고 있는 이세돌 9단. 한국기원

세계 최정상급 프로기사인 이세돌과 대국을 펼쳤던 AI ‘알파고’를 기억하는가. 아무리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최고 수준의 딥러닝 인공신경망을 갖고 있다고 한들, 사람을, 그것도 세계 정상급 프로를 4승 1패로 꺾었던 알파고에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알파고의 등장은 바둑계 판도 변화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이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했다는 신호탄이 됐다.

알파고의 등장 6년 뒤인 지금, 다시 한번 패러다임을 뒤집을 AI가 나타났다. 바로 ‘챗GPT(ChatGPT)’다. “오늘 날씨 어때?” “퇴근하고 뭐 할까”와 같은 일상적인 질문부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4차 산업혁명 그다음 시대를 말해줘”와 같은 깊이 있는 질문까지 대답해낸다.

논문·코드 작성, 업무 보조, 대본 구상까지 해낸다. 의사 시험도 합격했다. 미국공공과학도서관(PLOS)에서 발행하는 학술전문지 ‘PLOS 디지털 헬스’는 챗GPT가 미국 의사면허시험에서 생화학, 진단 추론, 생명윤리 3개 과목에서 대부분 합격했다고 밝혔다. 정답률은 52.4~75.0% 사이로 60%를 넘거나 근접했다.

챗GPT는 AI 업체 오픈AI(OpenAI)사가 출시한 대화형 AI 챗봇 소프트웨어다. 지난 11월 출시 5일 만에 사용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또 지난 1월엔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1억 명에 달하며 역사상 사용자 수가 가장 빨리 늘어난 컨슈머 애플리케이션이 됐다.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챗GPT. AP/연합뉴스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챗GPT. AP/연합뉴스

💬 질세라 중국도 뛰어들었다 

공식적으로 중국에선 챗GPT를 이용할 수 없다. ‘해당 국가(중국)에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고지되면서 중국 네티즌들은 챗GPT 사용 방법을 공유하고 있는데, 이는 해외 우회가 필수다. 이에 IT 기술 굴기를 꿈꾸는 중국 기업들이 챗봇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지난 7일 중국 바이두(百度)는 챗GPT와 유사한 서비스 ‘원신이옌(文心一言·ERNIE Bot)’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당일 주가는 15%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500억 홍콩달러 이상 치솟았다. 바이두는 원신이옌의 내부 테스트를 오는 3월 완료하고 대중에 공개할 계획이다. 바이두에 따르면 AI 모델 ‘어니’(ERNIE)는 심도 있는 이해 능력과 텍스트 생성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AI 음성인식 기술기업 아이플라이텍(iFlytek, 科大訊飛)은 자사의 AI 학습기가 챗GPT 기술을 응용한 첫 번째 제품이 될 것이라며 오는 5월에 제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징둥(京東) 클라우드 산하의 ‘옌시(言犀)’ AI 응용 플랫폼도 산업용 챗GPT인 챗JD를 출시할 예정이다. 주요 응용 시나리오는 콘텐츠 생성, 인간-기계 간 대화, 사용자 의도 이해 등 5개 분야를 포함한다. 알리바바도 유사한 인공지능 챗봇을 개발 중이며 현재 내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중국 IT 기업 텐센트,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싼류링(三六零·360) 등 여러 기업이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진 바이두

사진 바이두

💬 챗GPT와 유사한 中 ‘챗위안’, 사흘 만에 서비스 중단 사태

이미 개발된 중국의 챗봇도 존재한다. 중국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위안위 인텔리전트(元語智能)가 만든 ‘챗위안’이다. 챗위안은 챗GPT와 비슷한 개념의 소프트웨어로, 질문에 답하고 상황에 맞는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에 ‘반짝’ 각광을 받았던 챗위안은 이미 서비스가 중단됐다. 그것도 공개 사흘 만에 자취를 감췄다.

개발사는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항간엔 ‘공산당의 심기를 거스르는 답변을 해 퇴출당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2일 대만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지난 3일 서비스를 개시한 챗 위안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전쟁’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금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표현을 최대한 삼갔던 중국 당국이 표방했던 입장과 반하는 답변이다. 챗위안은 이어 “양측의 군사력과 정치력 등이 동일 선상에 있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의 일방적인 침략전쟁으로 간주된다”고까지 설명했다.

또 중국 경제 문제에 대해 묻자 챗위안은 “투자 부족, 주택 거품, 환경 오염, 사업 효율성 저하 등 중대한 문제가 있다”면서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 낙관의 여지가 없다고 답변했다. 중국당국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챗 위안 개발사인 위안위 인텔리전트는 13일 자정을 기준으로 서비스가 일부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서비스 복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슬아슬하지만 거침없는 AI의 답변이 중국 당국의 심산을 건들인 모양새다.

2월 13일 13시 서비스를 복구한다고 공지한 챗위안. 바이두 갈무리

2월 13일 13시 서비스를 복구한다고 공지한 챗위안. 바이두 갈무리

💬 상업적 응용 위해 넘어야 할 산 많아

현재 중국 IT 기업들은 AI 개발 경쟁에 대거, 성급하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챗위안의 예시처럼 예민한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기엔 역부족이어 보인다. 그뿐만 아니다. 성급하게 진출한 까닭에 기술 부족 현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오픈AI의 챗GPT는 3000억 개 이상의 단어와1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사전훈련된 모델이다. 게다가 중국에서 금지된 엔비디아(NVIDIA)의 기술을 사용했다. 대화형 AI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영역을 학습해야 하는데, 그 학습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도구로는 중앙처리장치(CPU)보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더 효율적이다. 챗GPT는 1만 개 넘는 엔비디아의 ‘A100’ GPU를 활용해 막대한 문서 데이터를 학습했고, 그 결과 인간처럼 대화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9월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에게 GPU를 중국에 허가 없이 수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해당 반도체가 중국에서 군사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결국 해당 칩과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중국 기업은 챗GPT를 구현해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또다른 챗봇을 개발중인 중국 소프트웨어 업체 싼류링의 경우 풍부한 다중 모드 빅 데이터를 축적하고 중국 말뭉치를 대거 보유하고 있지만, 외국 제품과 비교하여 대형 모델의 사전 교육과 효과적인 다중 모드 데이터 정리 및 융합 기술에서 뒤떨어져 있다.

안후이(安暉) 중국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 부수석 엔지니어는 “챗GPT는 효율적인 정보 획득 방식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중요한 생산툴이 될 것이며 잠재적인 응용 분야도 매우 광범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연언어처리(NLP)는 복잡한 기술 분야로, 데이터와 컴퓨팅 리소스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고 언어 모델에 오류나 편견 등 문제가 존재할 수 있어 개발자가 끊임없이 개선·최적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1~3년 동안 중국내외 AIGC 시장이 성장할 것이며 각 업계 분야에서 응용과 탐색을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업계 및 소비 시장의 디지털 콘텐츠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은수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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