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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기간 연장 vs 예비군 연령 상향’ 짙어가는 양안의 전운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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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실감하는 현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확실한 징후 중 하나는 군인 수를 늘리는 조치다. 현역병들의 복무 기간을 늘리거나 예비군 병력을 확충하는 등을 통해서다.

6·25 전쟁 때는 부족한 현역 군인 수를 보충하기 위해 수많은 10대 고교생들이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1968년 무장 공비들이 청와대 습격을 기도했던 1·21 사태가 터지자 박정희 정부는 복무 중이던 현역병의 제대를 6개월 늦추고 향토예비군과 전투경찰을 창설했으며 고교 교과에 교련 과목을 신설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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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해협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도 불사할 것임을 강조했다. 중국 자연자원부는 최근 대만을 자국의 성(省)급 행정단위로, 타이베이를 성도(省都)로 표기하는 ‘지도 표기 규정’을 발표하고 지도 제작시 반드시 규정을 준수하도록 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고 지난해 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만을 동맹국으로 대우하는 국방수권법안(NDAA)에 서명하자 중국군은 대만 해협에 항공기와 군함을 대거 투입하는 군사훈련으로 위협했다.

대만의 차이잉원 정부가 이에 응전하기 위해 꺼낸 초강수는 병역 기간 연장이었다. 

현행 4개월인 의무복무 기간이 2024년 1월부터 1년으로 늘어난다. 대상은 2005년 출생자(18세)부터다. 또 의무 복무자의 월급도 6500대만달러(약 27만원)에서 2만320대만달러(약 83만원)로 인상된다.

차이잉원 총통은 의무복무 연장을 발표하며 “대만은 (중국의) 권위주의적 확장의 최전선에 있으며, 평화는 그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또 “현재 대만의 방어 시스템으로는 중국의 침략에 대처하기 충분치 않다”며 “미국 등 선진국 군대에서 일부 요소를 차용해 징집병 훈련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대만의 현역 병력은 약 17만 명이고 중국 상비군은 390만 명(무장경찰 165만 명 포함)에 이른다.

대만 국민들도 복무 기간 연장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만민의기금회(TPOF)가 지난해 말 20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73.2%가 복무 기간 연장에 찬성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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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예전부터 징병제를 유지해 왔다. 공산당에 패배한 장제스의 국민당 세력이 1949년 대만 정부를 수립한 이후 모든 18세 이상 남성을 대상으로 2∼3년 의무복무제를 시행했다. 그러던 것이 21세기 들어 중국과 화해 무드가 고조되면서 2008년부터 1년으로 단축됐다. 이후 친중 성향의 국민당 마잉주 정권은 2013년부터 4개월로 줄였고 징병제와 지원병 제도를 병행해왔다.

중국은 이에 맞서 예비군 증강 카드를 꺼냈다. 

3월부터 18~60세 중국 남성을 대상으로 예비군 연령 제한을 상향키로 했다. 새로 시행되는 예비군법은 계급에 따라 50세, 55세, 60세로 제한하던 기존 예비역 장성급 지휘관 및 교관(영관)급 장교의 동원 연령을 일률적으로 60세로 정했다. 위관급 장교의 동원 연령은 계급에 따라 35세, 40세, 45세로 제한하던 것을 45세, 50세로 높였다.

고위 간부 외 일반 예비군에 대한 연령 제한도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된다. 한국군 원사와 상사에 상당하는 중급군사는 55세, 상등병과 중사·하사 등 하급군사는 45세, 기타 병사는 30세로 변경된다.

중국의 예비군 전력은 기준에 따라 수치에 차이가 난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 기관 GFP가 추산한 2020년 기준 중국의 예비군 수는 약 51만 명으로 세계 13위였다. 베트남이 500만 명으로 1위, 한국이 275만 명으로 2위였다. 185만 명으로 계산한 자료도 있다. ‘인민해방군 예비역 부대’와 별도로 2021년 기준 800만 명을 운용하던 ‘중국 민병’을 합친다면 숫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예비군 훈련은 한 해에 240시간 동안 진행해 왔다.

중화권 매체들은 예비군법 개정이 대만 침공을 준비하는 한편 미국의 압박을 저지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들을 내놨다. 한 중국 전문가는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차치하고, 중국이 전쟁에 대한 준비 자체는 잘하고 있는 게 분명한 사실”이라고 평했다.

쑤쯔윈(蘇紫雲)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군사전략소장은 “(중국의) 예비군은 중국 공산당이 동원할 수 있는 국방 자원에 속한다”며 “예비군은 보충적인 수단이지만 수비하는 입장(대만)에서는 예비군 동원이 중요한 무력 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중국이 자신을 공격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강해질수록 대만이 느끼는 ‘안보 딜레마’는 커질 것이며 점점 전쟁의 소용돌이 중심으로 빠져들어갈 것이다.

이충형 차이나랩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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