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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하이브의 SM 인수 추진…K팝 혁신 계기 돼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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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K팝 개척자 SM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다. 초대형 K팝 기획사의 탄생이다. 사진은 하이브가 이수만의 SM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한 지난 10일 찍은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모습. [뉴스1]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K팝 개척자 SM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다. 초대형 K팝 기획사의 탄생이다. 사진은 하이브가 이수만의 SM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한 지난 10일 찍은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모습. [뉴스1]

SM 최대주주 등극 하이브, BTS·슈퍼엠 등 한솥밥

불투명 경영, 연습생 인권 등 구태 개선 나서야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는 지난 10일 1세대 K팝 기획사 SM의 이수만 창업자가 보유하고 있던 SM 지분 14.8%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7일 카카오가 SM의 현 경영진과 손잡고 지분 9.05%를 확보하는 안을 발표한 지 사흘 만에 판을 뒤집어버린 것이다. SM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하이브는 최대 2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공개 매수도 진행한다. 경영권 확보를 향한 수순이다.

인수 계약과 공개 매수가 계획대로 성사되면 BTS와 NCT·투모로우바이투게더·슈퍼엠·엑소·에스파 등을 보유한 ‘공룡’ K팝 기획사가 탄생하게 된다. CNN 등 외신들도 K팝 전문가의 말을 빌려 “빅3 주요 레코드 레이블인 소니, 유니버설, 워너 뮤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

SM 창업자와 현 경영진이 각각 다른 기업(하이브·카카오)과 연합해 대결을 펼치고 있는 현 상황을 단순한 경영권 다툼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 K팝의 지속 가능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SM이 이수만의 개인 사업체 라이크기획에 2000년부터 1400억원대의 인세를 지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촉발됐다. 이 기간 SM 영업이익의 35%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이런 불투명한 경영 시스템은 K팝 산업의 고질병으로 지적돼 왔다. K팝이 세계 음악시장에서 급성장하는 동안에도 창업자 중심의 ‘1인 황제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소속 아티스트와의 불공정 계약도 뿌리가 깊었다. 전근대적 노예계약은 사라졌다고 알려졌었지만, 지난 연말에도 걸그룹 ‘이달의 소녀’가 소속사와 매출액 30%를 받고 제작비 50%를 부담하는 불공정 계약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데뷔 이래 18년 동안 음원 수익을 한 푼도 나눠 받지 못했다는 이승기의 사례도 지난해 말 드러나 공분을 샀다.

미성년 연습생들을 합숙 훈련시키는 시스템도 인권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려 9년 동안 합숙 생활을 한 BTS는 지난해 6월 단체활동 중단을 선언하며 피로감을 호소한 바 있다. “K팝 아이돌 시스템이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RM), “기계가 돼버린 느낌”(진) 등의 하소연은 화려한 K팝의 어두운 이면이었다.

거대 공룡 기획사의 등장은 아이돌 음악으로 편중돼 있는 K팝 생태계의 다양성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 액션 장르에만 몰렸던 홍콩 영화의 몰락이 반면교사다.  SM과 하이브, K팝 두 대표 주자의 한솥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려면 K팝 산업의 구태를 털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정립하려는 자기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