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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SM엔터, 하이브ㆍ카카오ㆍ네이버 격전지 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사진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뜨겁다. SM을 설립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와 손잡으면서, 플랫폼 강자 카카오와 힘겨루기에 나섰기 때문. 이 결과에 따라 국내 콘텐트 산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슨 일이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이브는 지난 10일 이수만의 SM 지분 중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7일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SM 지분 9.05%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된 카카오를 제치고 최대 주주에 오른 것. 하이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 달 1일까지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SM 지분 공개 매수를 통해 최대 25%의 지분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을 40%까지 늘리겠다는 구상.

반면 카카오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이수만이 법원에 신주ㆍ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투자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경영에서 한발 물러난 이수만을 등지고 카카오와 손을 잡은 SM 경영진은 “모든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게 왜 중요해  

① 누가 왕이 될 것인가: 하이브와 카카오는 물론 CJ ENM까지 SM 지분 인수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업계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함이다. 각각 K팝ㆍ플랫폼ㆍ미디어 기업으로 보면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사업 영역이 점차 확장되면서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10일 기준 하이브 시가 총액은 8조 763억원으로 SM(2조 7307억원), JYP(2조 6020억원), YG(9813억원) 등 다른 엔터사를 압도하는 1위.

하지만 하이브가 지향하는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네이버(37조 7313억원)와 카카오(30조 1168억원)와도 경쟁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엔터 산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는 이미 다른 엔터 회사와 비교했을 때 매니지먼트 비중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IT 등 다른 업계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 일일이 설명해야 할 부분도 많은데 누가 와도 굴러갈 수 있도록 공식화하고 싶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9~2020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지옥’.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졌다. 사진 네이버웹툰

2019~2020년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지옥’.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졌다. 사진 네이버웹툰

② 서로 탐내는 이유는: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플랫폼으로 컸지만, 일찌감치 콘텐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지난해 매출은 각각 8조 2201억원, 7조 17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4년 만에 감소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 그동안 웹툰과 웹소설이 콘텐트 부문 성장을 견인해왔다면,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해줄 또 다른 킬러 콘텐트가 필요하다.

두 회사의 목적은 같지만 접근법은 다르다. 네이버는 지분 투자를 통해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을 택했다. 2017년 YG에 10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이듬해 음원 플랫폼 바이브를 출시하고 YG플러스에 운영을 맡기는 식. 네이버의 동영상 서비스 브이라이브는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와 공생을 택했다. 2021년 하이브와 네이버가 각각 51%, 49% 투자한 위버스컴퍼니로 재탄생했다. 아티스트 관련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하이브에 주도권을 넘긴 셈. 반대로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처럼 하이브ㆍYGㆍJYP가 고루 투자한 서비스도 있다.

오는 17일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2’ 방영에 맞춰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하는 ‘모범택시:Recall’. 사진 카카오페이지

오는 17일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2’ 방영에 맞춰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하는 ‘모범택시:Recall’. 사진 카카오페이지

반면 카카오는 2021년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을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출범, 직접 플레이어로 나섰다. 이담(아이유)ㆍ스타쉽(아이브) 등 가수는 물론 BH(이병헌)ㆍ숲(공유) 등 배우 소속사를 자회사로 두고 영화사 집ㆍ글앤그림미디어 등 제작사를 통해 콘텐트를 만드는 식. SM 인수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도 그 때문이다. NCT 등 메가 IP를 확보함으로써 K팝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동시에 음원 유통 및 공연 제작 등 기존 카카오엔터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게 많다는 계산에서다. 네이버-하이브 동맹이 더 공고해지면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한몫했을 것.

③ 시너지 쉽지 않네: 엔터와 IT의 결합이 성과를 내려면 생각보다 갈 길이 멀다. 위버스나 제페토처럼 엔터와 IT 양측 모두 ‘글로벌 팬들과 소통’을 원해 서비스가 잘 운영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도 있다.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는 게임 회사인 엔씨소프트가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2년 만에 철수한 사례다. 코로나19 시대 대안으로 여겨진 온라인 공연도 대면 공연이 재개되면서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 하이브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 하이브

하이브 역시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에서 게임 사업 본격 진출을 선포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수퍼브를 인수해 선보인 소속 가수 IP를 활용한 ‘리듬 하이브’나 2대 주주(18.02%)인 넷마블과 손잡고 발표한 ‘BTS 월드’ 등도 저조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엔씨가 기술에 신경 쓰느라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하고 싶은 팬들의 마음을 간과했다면, 하이브는 IP에 천착한 나머지 게임 그 자체로 즐기고 싶은 이용자 요구를 소화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는  

SM 지분을 놓고 하이브와 카카오가 각각 밝힌 포부는 분명하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이수만 선생님께서 추진해오신 메타버스 구현, 멀티 레이블 체제 확립, 지구 살리기를 위한 비전 캠페인과 같은 전략적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글로벌 도약을 말했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대표는 “글로벌 음원 유통 및 매니지먼트 사업 협력, IP 경쟁력 강화, 팬플랫폼 라인업 확대와 인공지능(AI)ㆍ메타버스ㆍ블록체인 등 기술 협력”을 강조했다. 공통적으로 기술과 콘텐트의 결합을 노린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서로 다른 기업 문화가 섞이면서 시행착오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IT 인력을 영입한 하이브가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서 실시간 소통과 단계별 인앱 결제 등 게임적 특성을 접목한 점을 예로 들며 “한국 기업들이 선점 효과를 발판으로 아티스트 IP 기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M이 선보인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걸그룹 에스파, 카카오와 넷마블이 합작한 메타버스 걸그룹 메이브 같은 시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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