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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앞으로 10년 어둠의 터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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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소아 진료가 축소되고 전공의 지원율이 급락한 가운데 소아청소년과가 앞으로 10년간 어둠의 터널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진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8일 서울대 의대 주최 ‘소아 의료체계 혁신과 위기 탈출’ 포럼에서 “소아청소년과가 앞으로 10년 어둠의 터널에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제도적 지원체계’ 주제 발표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이 소장은 소아청소년과 실태를 공개했다. 저출산으로 인해 분만 건수가 2019년 30만건에서 2021년 26만건으로 떨어졌고,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2017년 2229개에서 2021년 2111개로 118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무렵 전공의 확보율도 100%에서 올해 17%로 떨어졌다. 소아 환자의 절대적인 숫자가 줄었고, 전공의 미달 사태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절대 환자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가를 아무리 올려도 한계가 있다”며 상황에 맞게 수가 방식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짚었다.

김웅한 서울대병원 흉부외과(소아) 교수도 “일본은 어린이병원을 정부가 지원한다. 아프리카·네팔·이라크 같은 나라도 소아 진료는 무료”라면서 “내가 수술하는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환자의 절반이 진료 수가 항목이 없다. 그래서 수술비를 달라고 (건강보험에) 신청하면 삭감된다. 수술 수가가 워낙 낮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소아과 위기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면서 소아외과 세부 전공별 전문의 실태를 공개했다. 전국적으로 소아외과 전문의는 20명, 소아성형외과는 20명 내외, 소아이비인후과는 2~3명, 소아비뇨기과·소아정형외과 각각 10명, 소아흉부외과는 15명에 불과하다. 소아신경외과는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에만 있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코로나19 이전 예산만큼 되돌려 소아과가 유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가장 좋은 대책은 연령 가산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 진료에 훨씬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수가를 가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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