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니클로 탈의실은 왜 맨날 사고가 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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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피팅룸. 사진 바이두

유니클로 피팅룸. 사진 바이두

얼마 전 ‘유니클로 피팅룸’이 중국 SNS 웨이보(微博)를 도배했다. 지난 3일 허난(河南)성 신양(信陽)의 한 여성이 유니클로 피팅룸에서 옷을 입어보던 중 아이 2명이 여러 차례 커튼을 젖혔고, 여성이 아이의 부모와 말다툼을 벌인 것이 발단이었다.

사진 웨이보

사진 웨이보

해당 사건은 계속해서 중국 SNS 검색어에 오르며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다. 네티즌들은 커튼을 젖힌 남아의 나이와 부모의 태도에 관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 여자 화장실, 여자 탈의실 등 여성 전용 공용구역에 남아가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이 정도로 화제가 된 이유는 바로 유니클로 피팅룸에서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한 커플이 유니클로 피팅룸에서 불미스러운 동영상 촬영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유니클로 피팅룸은 대체 왜 사고가 끊이지 않는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이 문제는 최근 유니클로의 성장 추세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유니클로의 빠른 매장 개점 속도와 전 연령을 커버하는 제품군이 탈의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다시 말하면, 장사가 잘돼서 그에 비례해 사건 사고도 끊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 어려울수록 유니클로 장사는 오히려 잘 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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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유니클로의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柳井正)는 중국에 3000개의 매장을 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은 웨이보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2억 6000만 회의 클릭을 끌어냈다.

그의 말은 사실 2년 전 발언에 대한 수정이다. 당시 야나이 다다시는 중국 유니클로 매장 수를 3000개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000이라는 숫자는 부족하다며 중국 시장 인구에 따라 최소 목표가 정해져야 한다고 정정했다. 그의 자신감은 2022 회계연도의 눈부신 실적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유니클로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의 2022 회계연도 재무보고에 따르면 패스트리테일링의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 60.9% 증가했다. 엔화 약세에도 역대 최대 이익을 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중국 시장은 특히 강세를 보인다. 2022 회계연도에 중국 시장은 유니클로 전체 브랜드 수입의 23.4%를 차지하며 35.2%를 차지한 일본 다음으로 유니클로의 가장 큰 시장이다. 유니클로는 2022년 솽스이(雙十一, 중국의 쇼핑 축제) 기간 티몰(天貓, Tmall) 솽스이 패션 판매 순위와 남성복 판매 순위에서 1위, 여성복 차트에서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패스트패션 브랜드 갭, 자라, H&M 등은 중국에서 인수, 매장 폐쇄, 중국 시장 철수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유니클로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유니클로 제품은 ‘기본템’이라는 포지셔닝 덕분에 유행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유니클로는 남녀노소 모두를 대상으로 한 가장 베이직한 의류를 만든다. 기본 모델은 경기 침체기에도 꾸준히 수요가 있어 가격도 시장도 크게 위축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본에 충실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것 외에도 유니클로의 인기에는 몇 가지 숨겨진 전략이 있다.

첫째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방법이다.

후리스, 히트텍, 경량 패딩은 유니클로의 대표 상품으로 의류 제품에 기술을 더하는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유니클로의 대표 상품은 몇 년째 이 세 가지인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 잘 살펴보면 유니클로가 계속해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경량 패딩 라인은 처음 출시되었을 때 도시 사무직 소비자를 타게팅한 얇고 휴대하기 좋은 '출근룩'이라는 특징만 있었다면, 이후 방수 기능을 더한 제품, 정전기 방지 기능을 더한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였고, 올해는 오염 방지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유니클로는 기본 아이템에 트렌드를 첨가하는 전략을 취한다. 유니클로는 최근 몇 년 동안 셀린느의 도시적인 스타일, 아크테릭스의 아웃도어 스타일, 룰루레몬의 애슬레저 스타일 등 다양한 유행 스타일을 모두 아울렀다. 그러나 해당 유형의 제품을 디자인할 때 도시 생활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능성을 다운그레이드하고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내놓는 방식으로 중산층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했다.

유니클로의 중국 시장 성장 전략 중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소도시 점유다. 유니클로는 2022년 중국 내 신규 매장을 고객 감소 폭이 큰 1·2선 도시 대신 쑤첸(宿迁), 쯔시(慈溪), 쉬안청(宣城) 등 3·4선 도시에 열었다. 매장은 직영점을 고집하며, 각 도시 주요 상권에 있는 경향이 있다. 우핀후이(吳品慧) 유니클로 중화권 최고시장책임자(CMO)에 따르면 유니클로 신규 매장 면적은 기본적으로 1000㎡ 이상이다.

유니클로가 3·4선 도시에 신규 매장을 여는 것은 하침시장(下沉市場, 중국의 3선 이하의 도시와 향진(鄉鎮, 지방 소도시) 등 농촌 지역을 아우르는 말)의 구매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인구 규모 측면에서 3선 도시의 총인구는 수십 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현재 3선 도시의 인구수는 1선 도시의 6배가량에 달한다. 소비수준 측면에서는 3선 도시 소비자의 부채비율이 낮아 더 활발한 소비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최근 몇 년간 대도시에서 3·4선 도시로 돌아온 젊은이들이 늘어났고, 이들이 원래의 소비수준을 유지하면서 유니클로 제품을 계속 선택하여 시장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에도 계속되는 인기, 언제까지 갈까?

현재 중국 시장에서 유니클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지만, 여전히 몇 가지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원가 통제와 이윤 유지 때문에 유니클로는 최근 몇 년간 중고가 제품의 비중을 꾸준히 높였고, 가성비가 좋다는 브랜드 특징이 약해졌다.

왕이옌쉬안(좌)과 징둥징자오(우). 사진 36kr

왕이옌쉬안(좌)과 징둥징자오(우). 사진 36kr

반면 중국 국내 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가성비를 내세운 브랜드가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IT 대기업의 활약이 눈에 띈다. '행복한 삶은 그리 비싸지 않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양질의 제품을 엄선해 선보이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왕이옌쉬안(網易嚴選)부터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PB 제품을 선보이는 징둥징자오(京東京造) 등은 모두 '탈브랜드화' 전략으로 중산층 소비의 수요를 만족한다. 이들은 유니클로보다 강력한 소비층, 다양한 유통 채널, 높은 가성비를 갖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소비자 범위다. 유니클로의 현재 제품 가격은 1·2선 도시나 3·4선 도시에서는 합리적이지만, 현급 시장에서는 높은 편에 속해 소비자의 범위가 제한적이다.

마지막으로는 일부 제품군의 부진이다. 유니클로는 기본 아이템이 주력인데 모든 카테고리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중국 시장은 최근 들어 세분된 수요가 뚜렷하다. 언더웨어 부문에서는 베네언더(蕉下, Beneunder), 유브라스(由彼, Ubras) 등 중국 국산 브랜드가 부상하고 있다. 유브라스는 ‘내 피부 같은’ 원단을 개발해 속옷의 착용감을 향상했고, 베네언더는 '자외선 차단', '쿨링' 등 기능성을 추가한 속옷 제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유니클로는 뚜렷한 특징이 있는 언더웨어 제품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2019년만 해도 티몰 솽스이 언더웨어 판매 순위에서 유니클로는 난지런(南極人)에 이어 2위를 차지하였으나, 2020년에는 1위 유브라스에 이은 2위에 올랐고, 2021년과 지난해에는 베네언더와 유브라스에 이은 3위로 밀려났다.

장이(张毅) 아이미디어리서치(艾媒咨詢) CEO 겸 수석 분석가가 유니클로가 신생 브랜드에 추월당한 원인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 소비자의 쇼핑 습관 변화가 중국 시장의 판매 유통, 마케팅 방법 등을 바꾸어 놓았고, 유니클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 이 부분이 유니클로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그는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유니클로의 과거 마케팅 모델은 기존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소비 주류가 될 00년대생에 똑같이 적용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며 "유니클로가 더 나은 소비 인식과 브랜드 인지도를 확립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중국 시장에서 유니클로가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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