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간은 단 3개월…美에 시한부 판정받은 화웨이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사진 GizChina

사진 GizChina

미국의 화웨이를 ‘수출 통제 명단’에 올린 지 4년이 되는 지금, 화웨이는 더 큰 도전에 직면했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부품 공급을 전면 차단하기로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1월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미국 공급업체와 화웨이의 모든 연결을 끊고 인텔, 퀄컴을 포함한 미국 공급업체가 화웨이에 어떤 제품도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에 기술을 수출하는 일부 기업에 더는 수출 라이선스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정책은 아직 검토 단계에 있으며, 오는 5월 통과될 것으로 알려졌다.

선택적으로 허용되던 미국 장비 역시 모두 금지된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정부가 4G, 5G, 와이파이6 및 와이파이7,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 클라우드 아이템 등의 기술과 제품을 화웨이에 수출할 수 있는 라이선스 발급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거래를 이어왔던 4G 애플리케이션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 라이선스까지 모두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퀄컴은 화웨이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인텔과 AMD는 노트북 프로세서를 수출할 수 없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네덜란드와 일본을 설득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국 수출 제한 조치를 끌어내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바이든 정부 들어 더욱 가속하고 있다. 남은 시간은 단 3개월이다. 바이든 정부가 내린 시한부 선고에 화웨이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2022년은 미국 제재라는 전시 상태에서 제재 상시화 경영 시대로 전환하는 해였다면, 2023년은 미국 제재 일상화 시대에서 맞이하는 정상 경영의 첫 번째 해다

화웨이 쉬즈쥔(徐直軍) 순환 회장은 2023년 신년사에서 화웨이의 새해 경영 청사진을 이렇게 밝혔다. 미국 제재에서 벗어나 미래 생존의 토대를 마련해 나가자는 메시지다. 쉬회장은 2022년 연간 매출이 6369억 위안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1년 매출과 거의 비슷한 수치라고 밝혔다.

다가올 제재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화웨이지만, 글로벌 전자산업 체인의 분업이 매우 명확한 상황에서 제재의 범위가 더 넓어지면 화웨이 산하 사업 모두 상당한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의 첫 번째 급선무는 단말기 사업이다. 단말기 사업은 끝없는 하락세를 보인다. 화웨이 스마트폰은 핵심 칩 공급 제한으로 5G가 아닌 4G로만 출시되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2022년 상반기 재무보고에서 단말기 사업의 매출은 1013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 감소했으며 전체 매출에서 33.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2022년 출시한 최신형 스마트폰은  퀄컴 스냅드래곤8+(4G 버전)를 적용한 메이트50 시리즈 등 4G 모델이 주를 이룬다. 만일 미국 기업의 4G 칩 수출마저도 제한하면 화웨이는 미디어텍 4G 칩으로 전환해야만 하지만, 해당 칩은 대부분 중저가형 모델에 탑재된다. 화웨이가 중저가 모델만을 내놓으면서 점유율이 쪼그라든 데에 비해 기존의 중저가 모델을 양산했던 비보(vivo)는 최상단부터 엔트리 모델까지 모두 구비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대부분의 와이파이 6칩은 SoC(시스템온칩)에 집적돼 있는데, 이 역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통제하고 있어 자국산 와이파이6 칩을 단기간에 개발해 내긴 역부족이다.

화웨이 메이트 P50 Pocket BAL-AL00 스마트폰에 포함된 모든 전자 부품. 퀄컴, SK 하이닉스, 코보 등 해외 부품이 주를 이룬다. TechInsights

화웨이 메이트 P50 Pocket BAL-AL00 스마트폰에 포함된 모든 전자 부품. 퀄컴, SK 하이닉스, 코보 등 해외 부품이 주를 이룬다. TechInsights

더 큰 복병은 ‘RF프런트엔드’ 칩이다. RF프런트엔드 칩은 무선통신에 필수적인 제품이다. 안테나에 연결돼 전화를 걸고 인터넷을 하는 등 IT 기기 간 송·수신을 담당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화웨이는 그동안 프런트엔드 칩에 미국의 퀄컴, 스카이웍스, 코보(QORVO) 등이 생산한 제품을 사용했다. 근거리통신칩에는 네덜란드 NXP의 제품을 탑재했다. 그러나 미국 제재가 본격적으로 가해진다면 해당 부품은 조달할 수 없게 된다.

자국산 대체도 어렵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산 프런트엔드 칩은 외산 모듈의 집적도에 여전히 큰 차이가 있다며, 자국산이 이를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고도로 국산화돼 있는 화웨이 메이트 50 모델이라도 미국 코보사의 RF 프런트엔드 모듈 칩을 탑재해야 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5G 통신 장비’와 ‘5G 기술’ 역시 위태롭다. 화웨이 5G 기지국에 필수적인 FPGA 칩(프로그래밍 가능한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은 미국의 칩 설계 기업 자일링스(Xilinx)와 알테라(Altera)가 독점하고 있다. 자일링스는 매 분기 화웨이로부터 5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릴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클라우드 서비스도 휘청인다. 인텔과 AMD로부터 핵심 공급을 부품 받는 화웨이다. 그러나 자국산에서 대체할 만한 클라우드 업체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사진 화웨이

사진 화웨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범위가 확대되면서 화웨이도 그에 상응하는 제품 및 R&D 전략을 조정하는 상황.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화웨이는  ‘5G소형기지국(수십 미터에서 1km 미만인 기지국)’ 사업을 추진 중이다. 소형 기지국엔 미국산 부품의 비율이 1%에 불과하다. 대형 기지국과 달리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필요하지 않아 FPGA와 같은 고단가 부품이 필수가 아니며 미국의 공급 제한을 우회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5G 소형기지국은 2019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다. 지난 몇 년간 RF 프런트 엔드와 같은 핵심 부품뿐만 아니라 광학, 디스플레이 및 스토리지 등에 투자를 해왔지만 정식 탑재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5월, 화웨이가 미국의 원천 차단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한다. 통신산업 전문가인 샹리강(項立剛)은 ”화웨이가 핵심 최첨단 칩, 특히 새로운 프로세스 칩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며 설계 및 제조 능력을 섭렵해야만 미국의 협박에 맞서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1일 중국 관영통신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적나라한 기술 패권”이라며 맹공에 나섰다. 마오 대변인은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을 부당하게 탄압하고 있다면서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수 차이나랩 에디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