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동네 구멍가게에서 팔리는 삼성폰, ‘이 기업’ 덕 봤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삼성 휴대폰이 중국 시골 동네 구멍가게에서 팔리고 있다. 농촌 사람들도 삼성의 뛰어난 기술력을 알아본 것이다. 그러나 ‘이 기업’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지방에서의 판로 확장은 쉽지 않았을 거다. 중국 농촌 지역 공급망을 꽉 쥐고 있는 후이퉁다인터넷주식유한회사(匯通達網絡股份有限公司, 이하 ‘후이퉁다’)의 얘기다.

후이퉁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중국의 하침(下沈) 시장에 상품을 유통하는 회사다. 일찍이 하침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2010년부터 적극적으로 시장 개척에 나섰다.

사진 소후

사진 소후

☑️ 여기서 잠깐!

하침(下沈) 시장이란? 중국 3선 이하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 소비시장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 총면적의 90%를 차지하며, 상주인구는 10억 명에 달한다. 과거에는 소비력 높은 대도시에 가려졌으나, 최근 들어 상황이 역전됐다. 인터넷과 교통∙물류의 발달로 하침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었고, 각종 농촌진흥 정책으로 이 지역 거주민의 소득수준이 향상했다. 그 결과, 하침 시장은 중국 내 거대 소비 세력으로 부상했으며, 많은 기업이 앞다퉈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하침시장을 타깃한 후이퉁다의 주요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다양한 공급상으로부터 상품을 조달해 하침 시장 소매점에 유통하는 것이고, 둘째는 하침 시장 공급상과 소매점이 필요로 하는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19만 골목상점, 공급상과 이어주고 디지털 전환 도와

후이퉁다가 사업을 시작한 2010년에는 부부점(夫妻店∙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이 하침 시장의주력 소매 업태로 자리 잡고 있었다. 대형마트가 적고 지연의 힘이 강한 중국 농촌에서 부부점은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후이퉁다는 농촌 지역 부부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당시 부부점은 디지털에 약하고, 공급망 상류에 있는 공장·도매상과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애로사항을 갖고 있었다. 후이퉁다는 이들의 해결사를 자처했고, 부부점·도매상·공장을 한데 모은 하침 시장 물류망을 구축했다.

주력 상품은 하침 시장에서 잘 팔리는 가전제품, 소비자 전자제품, 농자재∙농기구, 식음료 등으로 정했다. 공급업체와 제휴를 맺어 상품을 조달하고, HTD mall(匯通達商城)을 통해 도매상과 소매점에 유통했다. HTD mall은 후이퉁다가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B2B 쇼핑몰이다.

2022년 기준, 후이퉁다는 중국 21개 성(省)·직할시, 2만 2000여개 향진(鄉鎮·지방 소도시)을 아우르는 온∙오프라인 통합 물류 생태계를 조성했다. 여기에는 19만여 개의 소매점과 2만여 개의 도매상, 1만여 개의 공급업체가 함께했다. 업계 선두 기업인 삼성과 애플(가전), 우량예(주류), 루이싱그룹(농자재)도 후이퉁다를 통해 하침 시장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사진 후이퉁다 주식모집서

사진 후이퉁다 주식모집서

물류망 구축 후엔, 후이퉁다 생태계에 합류한 도소매상에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했다. 구독료를 받고 고객 데이터 관리, 매장 내 재고 관리, 물류의 디지털화 등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팔았다. 후이퉁다의 SaaS 솔루션은 하침 시장 공급상과 소매점의 각종 운영 비용을 절감해줬다. 난퉁(南通)시 퉁저우(通州) 구에서 가전제품 매장을 운영하는 차오 씨는 “후이퉁다의 회원이 된 이후 매장, 재고, 고객 관리가 전부 수월해졌고 매출도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동시에 소규모 부부점의 온라인 시장 진출을 이뤄냈다. 후이퉁다의 도움을 받아, 동네 구멍가게도 이제는 온라인에 상점을 열고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 물건을 팔았다. 작은 마을에 국한됐던 부부점의 활동 영역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전국으로 확장됐다.

사진 중국산업경제정보망

사진 중국산업경제정보망

팬더믹 때도 60% 넘게 성장, 농촌 디지털화 앞당겨

코로나 19로 많은 기업이 위기를 겪었을 때, 후이퉁다는 오히려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다. 코로나 19가 소매의 디지털화를 촉진하면서, 후이퉁다를 필요로 하는 업체가 늘었기 때문이다.

2021년, 후이퉁다의 매출은 전년보다 32.5% 증가한 657억 6000만 위안(약 11조 9374억 원)을 기록했다. 회사의 조정 후 순이익은 3억3000만 위안(약 599억 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66.4% 증가했다. 성장세는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2022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후이퉁다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398억 9000만 위안(약 7조 240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33.1% 증가한 숫자다. 조정 후 순이익도 1억9000만 위안(약 34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7.7% 늘어났다.

매출과 순이익 성장은 후이퉁다 생태계에 합류한 소매점과 SaaS 구독 업체 확대에서 비롯됐다. 2022년 상반기, 후이퉁다의 회원 소매점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19만 1000여 곳으로 집계됐다. SaaS 유료 구독 계정도 2만 7000여 개로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농민이 더 잘 살도록” 외치는 후이퉁다, 어디까지 성장할까

“현대화 국가 건설은 농업과 농촌 현대화를 떠나 이뤄질 수 없다” “농촌 진흥을 추진하고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지방 시찰에 나선 시진핑 주석이 한 말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농촌 살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농촌 환경 개선과 농민 소득 증대가 ‘공동부유’ 달성에 기여하고,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덕분에 농촌에서 사업을 하고, 농촌 진흥에 기여하는 기업들은 중국에서 큰 호황을 맞고 있다. ‘농민이 더 잘 살도록’을 사명으로 내건 후이퉁다의 승승장구에도 이러한 배경이 깔렸다.

홍콩증시 상장식. 사진 후이퉁다 공식홈페이지

홍콩증시 상장식. 사진 후이퉁다 공식홈페이지

지난해 2월, 후이퉁다(HK.09878)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하침시장 제1주’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최근까지도 자본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설립 이래 줄곧 성장 가도를 달려왔지만, 현지 증권사들은 아직도 후이퉁다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은 산업인터넷 발전과 농촌진흥을 추진하는 국가 정책에 힘입어 후이퉁다가 앞으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 전망했다. 중국국제금융공사(中金公司)는 후이퉁다의 수익성이 올해 더 향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이나르네상스(華興資本)은 지난 31일 후이퉁다의 목표가를 기존 63홍콩달러에서 67.84홍콩달러로 높였다. 참고로 후이퉁다의 2월 1일 종가는 39.4 홍콩달러였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