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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쟁 1년, 국제정치 구도 격변] ‘다윗과 골리앗 전쟁’ 장기화, 800만 난민 대탈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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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호 10면

SPECIAL REPORT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와 비나치화를 위해 싸우겠다.” 지난해 2월 24일 오전 6시(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TV 특별 연설과 함께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권과 서방 세력에 의해 괴롭힘과 집단 학살을 겪은 사람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우크라이나 영토에 진입한 뒤 이를 전쟁 대신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규정했다.

당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다윗과 골리앗’ 대결로 바라보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에 이어 세계 군사 강국 2위인 러시아와 15위 수준인 우크라이나의 체급에 현격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코미디언 출신의 초보 정치인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치 베테랑 푸틴을 상대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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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쉽사리 항복하지 않았다. 해외 도피 권유도 거절한 채 자국에 남아 결사 항전을 예고했다. 전쟁 초기 키이우 수성에 성공한 데 이어 하르키우도 탈환하는 등 군과 예비군을 총동원해 게릴라전을 벌였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서방국가들도 잇따라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며 든든한 뒷배 역할을 자처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대공 미사일 800기 등 10억 달러(약 1조2300억원) 규모의 군사 물자를 지원했다. 유럽연합(EU)도 개전 직후 5억 유로(약 6676억원)어치의 무기를 제공하고 우크라이나에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다.

러시아의 전쟁 범죄에 책임을 묻기 위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도 잇따랐다. 지난해 4월 유엔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민간인 학살을 이유로,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박탈했다. 국제 스포츠 기구들도 카타르월드컵을 비롯해 각종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러시아를 퇴출시켰다.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석탄 등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도 속전속결로 진행해 러시아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

러시아는 예상보다 강한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국제적 고립 등으로 전황이 악화하자 특단의 조치를 꺼냈다.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은 예비군 30만 명 추가 동원령을 발표했다. 곧이어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주를 자국 영토로 강제 병합하며 반격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인명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후방 지역에까지 미사일을 쏘면서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번 전쟁에 따른 민간인 사상자가 1만8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여기엔 19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도 1200여 명이나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국민 800만 명은 전쟁을 피해 주변 국가로 탈출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이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황폐화와 경제적 손실도 막심하다. 키이우경제대학 집계에 따르면 개전 이후 주택과 산업·교육·의료·공공시설 피해 규모는 무려 1145억2000만 달러(약 140조원)에 달했다. 데니스 시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국가 재건 예상 비용이 지난해 6월 3500억 달러에서 7000억 달러(약 860조원)로 두 배나 늘었다”며 “세계 각국이 동결해 놓은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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