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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쟁 1년, 국제정치 구도 격변] “국난 앞에 똘똘 뭉친 우크라 국민, 불만 표출 본 적 없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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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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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과 함께 우크라이나 국기와 EU 깃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과 함께 우크라이나 국기와 EU 깃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하루에도 세 번씩 공습경보가 울리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은 놀랍도록 차분하게 생업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국난 극복을 위해 모두 똘똘 뭉쳐 있는 모습이다.”

김형태(사진) 주우크라이나대사는 중앙SUNDAY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에 대해 “1년간 지속된 전쟁에 불안과 공포감이 왜 없겠느냐. 하지만 조국과 자유를 지켜내겠다는 단결된 의지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견디기 힘든 현실 속에서도 주민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면서다. 그만큼 국민적 단합이 탄탄히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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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주우크라이나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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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대사로 부임한 김 대사는 지난해 전쟁 발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현지를 지키며, 교민 보호와 우크라이나 정부와의 소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대사관은 지난해 공습 후 수도 키이우를 가장 늦게 나가고 가장 먼저 들어온 대사관 중 하나다. 김 대사는 “우크라이나 장·차관과 주지사 등 고위 관료들도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며 이 점을 특히 고마워했다”며 “급박한 상황에도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고 남아준 한국이야말로 진정한 우방으로 정말 큰 힘이 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교민들 안전은 어떤가. 불안해하진 않나.
“현재 교민 20여 명과 대사관 직원 10여 명이 체류 중인데, 계속된 공습에 도시에서도 사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에도 꿋꿋하게 잘 생활하고 있다. 대사관에서도 매일 최소한 한 번씩 교민들과 교신하며 꼼꼼히 챙기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전국적으로 에너지 인프라의 50% 이상이 손상되면서 고강도 순환 정전 조치가 시행 중이다. 삼엄한 경계 태세 속에 야간 통행도 금지됐고 혹한기에 난방도 잘 되지 않는 등 굉장히 큰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달에만 1·14·26일 등 세 차례에 걸쳐 동부 전선은 물론 서부까지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가하면서 민간인 사상자도 급속히 늘고 있다. 이처럼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현지 주민들이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다.”
휴전에 대한 현지 전망은.
“당연히 우크라이나 국민도 평화를 조속히 되찾게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면서도 임시적 미봉책을 통한 평화는 바라지 않는다는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평화협정은 영토의 완전한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국민도 이를 적극 지지하는 분위기다. 갤럽 조사에서도 91%가 ‘모든 영토를 수복해야 승리로 간주할 것’이라고 답했고 ‘승리할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 응답도 70%에 달할 정도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한 싱크탱크 조사에서는 93%가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답할 만큼 온 국민이 결의에 차 있는 모습이다.”
한국을 바라보는 이미지는 어떤가.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한국은 역사적 시련과 안보적·지정학적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한강의 기적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 선진국이자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 관료들도 한국은 적극 배워야 할 나라라며 더 많은 분야에서의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번영된 미래상이 한국과 가깝게 되길 바란다는 말도 종종 듣고 있다.”

김 대사는 그러면서 최근 사례들을 소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해 7월 국가 재건 계획을 국제사회에 발표했는데 이때 벤치마킹의 대표 사례로 든 게 바로 한국이었다. 우크라이나 교육부도 지난해 8월 고등학교 교과서 편찬 지침을 개정하면서 한국의 발전상을 매우 비중 있게 다루기로 했다. 최근엔 국가적 복구 작업에서도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가 크게 올라가고 있다. 발전기와 변압기 등 에너지 분야는 물론 심지어 지뢰 탐지·제거 장비에 대해서도 한국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 대한 기대도 클 듯한데.
“우리도 우크라이나가 지금의 시련을 극복하고 발전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경제 발전 경험을 적극 공유할 방침이다. 지난해 1억 달러였던 인도적 지원도  계속해 나가면서 전쟁으로 파괴된 국가 재건 과정에서도 우크라이나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박신홍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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