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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프레임에 얽매여 민생 외면, 어떻게 총선 이기겠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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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호 07면

[설 민심 살펴보니] 박용진 민주당 의원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나 민생에 집중해야 총선 승리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근 기자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나 민생에 집중해야 총선 승리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근 기자

“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직면해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나긴커녕 오히려 더욱 얽매이고 있다. 이러면 내년총선 승리도 힘들어진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구을)은 이 대표의 2차 검찰 조사를 앞두고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당내 기류에 대해 이같이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던 지난 정부 때 추진한 정책들이 최근 유권자들에게 그다지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정책 대안을 마련해 민심을 얻으려 하기보다 당대표 의혹 감싸기에만 몰두해서야 어떻게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전 당대표들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선당후사의 각오로 어떻게 당을 살려냈는지 곰곰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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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가 출신의 재선 의원인 그는 당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도 속에서도 대선후보 경선과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끝까지 완주하며 당내 차세대 주자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기본소득 도입 등 정책 현안을 둘러싸고 당내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당 핵심 지지층의 마음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가 이번 설 연휴 때 접한 민심은 어떠했는지, 현재 민주당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총선 승리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지 들어봤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맞이한 설이었다. 지역 현장에서 느낀 명절 민심은 어땠나.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불만을 넘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물가 압박과 금리 부담에 최근엔 난방비 등 에너지 요금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사회적 한파’가 닥친 듯했다. 무엇보다 부의 집중이 심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크게 늘었더라. 그런 점에서 최근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 강남 중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계별 자산 격차를 심화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건 아픈 대목이다.”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도 적잖았을 텐데.
“물론이다. 어딜 가든 주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리더십에 대해 불안감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신기하게도 다들 말과 표현이 똑같아 이게 정말 현장 민심이구나 싶었다. 한편에선 우리 당에 대한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 당대표를 둘러싼 의혹에 더해 민생 정당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한 따가운 질책도 많았다. 최근 여론조사를 봐도 대통령 지지도 못지않게 민주당 지지율 또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지 않나.”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당내 원로도 예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조언을 받았나.
“내년 총선을 이기지 못한다면 우리 당이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지금도 위기지만 대안 정당으로서의 입지가 더욱 축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위기 국면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 급선무고 그래야 총선 승리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다.”

박 의원은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과제 중 하나로 선거법 개정 등을 통한 정치개혁을 꼽았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강화든,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든 뭐든 상관없다. 다만 더는 현행 선거제도로 선거를 치러선 안 된다. 상대방보다 단 1%만 더 득표해 승리하면 모든 걸 독식하는 지금의 선거제도는 결국 진영 대립 구도만 공고히 할 뿐”이라며 “더 늦기 전에 양당 독점과 대립의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은 뗐지만 여야 모두 선거제도 개편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어긋났다. 우선 윤 대통령 스스로 정치 소신이라며 선거법 개정을 말해 놓고는 정작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면 당과 소통하고 설득하며 양보를 끌어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없다. 야당도 잘못이 있다. 선거제도 개편 얘기가 나왔을 때 지도부가 제대로 샅바를 잡지 않았다. 오히려 선거법 개정보다 개헌에 더 중점을 두지 않았나. 여기서 엇박자가 났다. ‘좋다. 의논해 보자’며 적극적으로 이슈를 끌고 갔어야 했다.”
이 대표가 2차 검찰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여전히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이 대표도 살고 당도 살려면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데 여전히 당은 이 대표를 옹호하느라 태세 전환을 못하고 있다. 이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갈 때 동료 의원들이 함께 따라가고 당이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정부 여당과 계속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게 과연 선거에서 이기는 길일까. 그래선 백약이 무효다. 특정 지지층에겐 호소력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국민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공당의 자세는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기소될 경우 당대표 사퇴’ 여론이 높게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이 대표의 대선 득표율이나 전당대회 지지율과는 분명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원들도 적잖게 당황해하며 내심 불안해 하는 것 같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야당 탄압인지 아닌지는 당에서 판단할 문제다. 하지만 기소 시 이 대표의 당무 정지는 당헌 80조에 따라 처분이 내려져야 할 부분이다. 당헌은 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규정 아닌가. 만약 직무 배제가 적합하지 않다고 결정한다면 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이 뒷받침돼야 할 거다.”

박 의원은 집권 2년차를 맞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낙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도 없고 입법부에 대한 설득도 없이 개혁한다고 말만 하면 개혁이 이뤄지느냐”며 다수의 합의를 얻기 위한 대통령의 실질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해외 순방을 통해 얻은 외교 성과가 잇따른 말실수 등으로 가려진 데 대해서도 “대통령뿐 아니라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주변 참모진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당면한 과제를 꼽자면.
“하루빨리 ‘소인배 정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정치 동반자로 여기는 게 아니라 찍어 눌러야 할 대상으로 보는 건 국정을 이끌 대통령이 가져선 안 될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이는 최근 노동개혁을 강조하며 노동조합을 묵살하려는 시도와 여당 전당대회 경선에서 나경원 전 의원을 배제하려는 태도 등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처럼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끼리만 웃고 즐기며 넘어가려는 모습에 국민이 과연 희망을 가질 수 있겠나.”
올해는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 등 협치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 국회는 끊임없이 대립을 키우는 가운데 마음이 맞는 정치인하고만 끼리끼리 어울려 정치하는 구조다. 문제는 여야 구분 없이 모두가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상대방을 조롱하고 험담하며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틀 안에 매몰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대통령과 국회, 여당과 야당의 일시적 협치는 가능할지 몰라도 지속 가능한 협치는 상당 기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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