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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길 바로잡지 않고 맹종하는 건 친윤 아니라 망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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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호 06면

[설 민심 살펴보니]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설득해 민심과 보조를 맞추도록 돕는 게 진짜 친윤”이라고 강조했다. 박종근 기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설득해 민심과 보조를 맞추도록 돕는 게 진짜 친윤”이라고 강조했다. 박종근 기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부산 해운대구갑)은 자신을 ‘적극적 친윤’으로 규정했다. “여당 의원이라면 대통령의 입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경우 설득하려고 노력을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다. 그러면서 “그런 노력도 안 하고, 잘못된 길로 가는데 바꾸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따라가기만 하는 건 ‘친윤(親尹)’이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을 망치는 ‘망윤(亡尹)’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의 언행이 논란을 빚을 때 침묵하며 맹종만 하기보다는 설득하고 쓴소리하며 민심과 보조를 맞추도록 돕는 게 진정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하 의원은 부산·경남(PK) 출신의 3선 의원으로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부산시당 위원장과 국회 정보위 간사 등 주요 보직을 잇따라 맡으며 여당 내 중진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럼에도 평소 당 안팎의 정치 현안과 관련해 소신 발언을 아끼지 않아 당내 대표적인 ‘쓴소리 의원’으로 꼽히고 있다. 그가 이번 설 연휴 때 직접 접한 지역 민심은 어떠했는지, 당내 일부 친윤계 의원들의 최근 행보를 ‘맹목적 친윤=망윤’이라고 비판하고 본인처럼 직언을 마다하지 않는 의원들을 ‘적극적 친윤=진짜 친윤’으로 부르는 근거는 뭔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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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가보니 설 민심이 어떻던가.
“무엇보다 민생 문제가 큰데, 예년과는 또 다른 게 대출이자 부담이 만만찮았다. 자영업자들을 만나니 대출이 없는 분이 거의 없더라. 젊은 층도 집 구한다고 영끌 대출했는데 이자가 두세 배나 올랐으니…. 정부도 이자 부담을 어떻게 줄여줄지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더 나아가 지금 힘들어도 고통이 길지 않을 것이란 희망을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것이란 신호와 함께 터널의 끝이 곧 올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터널의 끝이 올 거라는 메시지에 민심이 쉽게 동의할까.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도 아랫목이 뜨뜻해져야 윗목도 뜨뜻해진다는 말이 있지 않았나.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기업들 돈이 막혔던 게 최근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에도 영향이 있지 않겠나. 좀 더 강력하고 일관된 조치를 취하면 조만간 희망의 시기가 올 거라고 본다.”
정치권에 대한 민심은.
“두 가지 목소리를 같이 듣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잘 좀 도와주라는 얘기와 바른 소리도 많이 하라는 주문이 서로 다른데, 이걸 잘 소화해 실천하는 건 결국 정치인의 몫일 거다. 나도 과거엔 돌직구 쓴소리를 했다면 지금은 좀 더 섬세하게, 쓴소리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정제된 발언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쓴소리도 상대방이 수용할 수 있어야 효과가 있는 것 아니겠나. 예전엔 수용성까진 생각 못한 측면이 있었다.”
당권 경쟁 등 당내 현안에 대한 반응은.
“우리 당에 대한 민심도 둘로 쫙 갈리는 것 같다. 적극 지지층이 있고 관망형 지지층이 있는데, 후자는 대통령이 좀 더 포용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 불편한 사람들 말 중에도 새겨들을 게 있는 것 아니냐, 메신저가 싫다고 메시지까지 다 배척하지 말고 포용하려고 노력하는 게 대통령 리더십 아니냐는 조언이었는데 타당한 얘기도 있다 싶었다. 대통령이 너무 속 좁게 보이는 건 여당에도 좋지 않다. 몰아내는 방식의 정치를 하면 오히려 대통령이 국민 속에서 고립될 수 있다.”
‘윤심’ 논란도 뜨겁다.
“당대표 후보들이 윤심 마케팅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는데 그럴수록 대통령실 차원에선 ‘대통령은 누가 당대표가 돼도 협력 가능하다. 우리 당 사람이라면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 경상도 말로 다구리 친다고 하는데,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서도 너무 몰매가 심하지 않았나. 심지어 감별사 논란까지 벌어지니 국민도 ‘이질적인 건 수용하지 못하는 대통령이구나’라고 넘겨짚게 되는 것 아니겠나. 전대가 불공정 게임으로 인식되면 누가 관심을 갖고 보겠는가. 대통령 주변 참모들이 대통령을 제대로 모시지 못하고 있는 거다. 그런 메시지로 해석되지 않게 지금이라도 선을 분명하게 그어야 한다.”

그러면서 그는 ‘당내 협치’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지금처럼 제2의 진윤 감별사 정당 논란만 커지면 당도 굉장히 힘들어지고 내년 총선도 폭망할 우려가 크다. 그러면 바로 레임덕이고, 이는 대통령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우리가 제1당이 되려면 당내 비주류와의 협치는 필수다. 당내 다른 목소리와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하나가 되려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도 우리를 인정하고 찍어주지 않겠나. 정당 내에서도 다원주의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당내 협치가 뒷받침돼야 윤석열 정부도 성공할 수 있다.”

본인을 ‘적극적 친윤’으로 규정했는데.
“맞다. 대통령과 입장이 다르면 대통령을 설득하고, 설득 못 시키면 내가 따르겠다는 점에서 적극적 친윤이다. 국민도 이런 게 진정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자 진짜 친윤으로 평가하지 않겠나. 맹목적 친윤은 망윤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 때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때도 진박 논란으로 망친 것 아니냐. 그나마 다행인 건 진윤 감별사 논란이 총선 1년 전에 나왔다는 점이다. 총선 직전에 불거졌으면 다 망할 뻔했다. 예방주사를 잘 맞은 셈이다.”
집권 2년차를 맞았지만 대통령과 당 지지율은 여전히 30%대에 머물러 있다.
“딱 세 가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리더십 중 가장 보완해야 할 게 ‘말’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권한이 막중한 만큼 발언의 파급력 또한 커서 말 한마디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선 절제되고 준비된 메시지가 필수다. 최근 핵무장이나 이란 관련 발언도 오해 소지가 많지 않았나. 그런 점에서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건 매우 잘한 결정이다. 과거 대통령들이 A4 용지에 정리한 걸 읽은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이젠 즉흥적 발언 대신 준비된 말씀만 하셔야 할 때다.”

하 의원은 이어 “법치를 확고히 뿌리내리는 것과 경제·안보 분야에서 실적을 내는 게 둘째·셋째 필수조건”이라며 “이 세 가지 기조만 끝까지 유지해도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절제된 메시지는 더 이상 실점하지 않는 것, 확고한 법치는 윤석열다움을 통해 지지층을 공고히 하는 것, 경제 실적은 민생 현안 해결로 중도층 민심까지 회복하는 것이란 진단으로 읽혔다. 이 세 가지가 함께 작동해야 집권 2년차 원활한 국정 운영과 내년 총선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야 협치에 대한 여론의 주문도 적잖다.
“영역을 나눠 접근했으면 싶다. 국내 정책 분야는 투쟁 속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외교안보 분야는 반드시 협치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목소리가 외국에 ‘투 보이스’로 나가면 안 되지 않나.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여야 원로들과 자주 만나 외교안보 현안에서 공통분모를 마련하면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신홍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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