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2년만에 또 구글 반독점법 위반 소송 낸 美정부,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구글의 독점적 지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법무부가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며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구글이 검색엔진 시장의 경쟁을 저해했다며 법무부가 첫 소송을 낸 이후 두 번째 행동에 나선 것. 빅테크를 향한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가운데 구글의 핵심 매출원인 광고 사업까지 규제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구글의 광고사업을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무슨 일이야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는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는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메릭 갈런드 미 법무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글은 지난 15년 동안 반독점법 위반과 경쟁방해 행위를 계속해왔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구글이 시장을 통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더 높은 품질의 서비스와 더 나은 프라이버시 보호 혜택을 받지 못하고, 광고주들은 낮은 품질과 높은 가격으로 피해를 보고 이는 다시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설명. 플로리다 등 8개 주 정부도 함께 소장을 제출했다.

이게 왜 중요해

법무부는 구글이 정보를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겨냥했다. 구글은 2007년 온라인 광고 회사 더블클릭을 인수해 광고 전달 서버를 구축하고, 온라인 광고 판매소 애드 익스체인지(AdX)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시장 지배력을 키워왔다. 인터넷에서 광고를 하려면 구글의 시스템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고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도 없다. 미 CNBC에 따르면 구글의 한 임원조차 “골드만삭스나 시티은행이 미국 증권거래소를 소유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법무부는 “공정한 환경 조성을 위해 이 거대한 테크 기업의 광고 기술을 해체해달라”며 AdX를 포함한 광고 플랫폼을 매각하라고 요청했다. 구글의 글로벌 광고 수익은 2021년 기준 2090억 달러(약 257조 9000억원)로 회사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은 2786억 달러(343조 4000억원) 규모.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은 구글이 가져간다. 2019년 미국 디지털 광고의 31.6%를 구글이 차지했고, 지난해엔 27.7%ㅀ 줄었지만 여전히 1위다.

바이든 행정부의 빅테크 규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미 법무부가 바이든 행정부 들어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첫 소송”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1980년대 미국 유선 전화사업을 80%가량 독점하고 있던 벨 텔레콤(AT&T) 해체 이후 주요 기업의 해체를 요구한 몇 안 되는 사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 AT&T는 84년 반독점법 위반으로 7개 업체로 강제 분할됐다.

구글의 입장은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 . AP=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 . AP=연합뉴스

구글은 성명을 통해 “법무부가 무리한 주장을 밀어 붙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쟁이 치열한 디지털 광고 기술 부문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려내려는 시도”이자, “그 결과 혁신은 늦어지고 광고비는 상승할 것이며 수천개의 중소기업과 광고업체의 성장이 저해될 것”이라는 주장.

그 전엔 무슨 일이

미 법무부의 구글 상대 첫 반독점법 소송은 2020년 10월 트럼프 행정부 때였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나 애플 스마트폰에 구글 검색을 기본으로 탑재하는 방식이 문제가 됐다. 휴대폰 제조업체나 이동통신사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모바일 검색 시장을 독점해 검색엔진 시장의 경쟁을 막았다는 것. 구글은 소비자 피해가 없으므로 독점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 오는 9월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국내 상황은 어때

네이버는 2021년 ‘성과형 디스플레이 광고’를 선보였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2021년 ‘성과형 디스플레이 광고’를 선보였다. 사진 네이버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은 네이버·카카오 ‘양대산맥’이 주도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네·카가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의 규모는 약 8조 5000억원.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전년 대비 성장률이 13.4%에 그쳤지만, 올해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16.1% 증가한 9조 9000억원대로 예상된다.

◦광고에 힘 싣는 네·카: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신규 광고 상품을 앞세워 실적 견인에 나설 계획. 네이버는 모바일 디스플레이 광고면을 확대하고 전면 동영상·인공지능(AI) 추천 기반 성과형 광고 등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톡 먹통사태’로 판매 중단했던 시간당 과금(CPT) 상품을 재개한다. 카카오톡 상단에 위치한 이미지 형태의 배너를 영상 형태로 확장해서 노출하는 ‘비즈보드익스팬더블’을 통해 동영상 광고 비중도 확대한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광고면 확대 효과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네·카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

◦정부, 거대 플랫폼 예의주시: 정부도 거대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디지털 플랫폼 발전방안’에는 플랫폼 사업자의 과도한 광고비 책정 등 부당행위를 검토하기 위한 제도 개정 계획이 포함돼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플랫폼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거대 플랫폼의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팩플배너

팩플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