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가 국민체조 됐으면…K팝 댄스 섞으면 신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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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선수 시절 리듬체조 요정이라 불린 손연재. 은퇴 후 리듬체조 스튜디오를 열고 꿈나무 대회를 개최하며 리듬체조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김현동 기자

선수 시절 리듬체조 요정이라 불린 손연재. 은퇴 후 리듬체조 스튜디오를 열고 꿈나무 대회를 개최하며 리듬체조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김현동 기자

“2018년에는 리듬체조 꿈나무들이 나갈 수 있는 국내 대회가 전혀 없었어요. 해외 선수들과 거기서부터 (기량) 차이가 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1회 대회를 국제 대회로 개최했어요.”

선수 시절 ‘리듬체조 요정’으로 불렸던 손연재(29) 리프 스튜디오 대표는 2018년부터 4회째 리듬체조 꿈나무 대회를 열고 있다. 최근 서울시 용산구 리프 스튜디오에서 만난 손 대표는 “내가 어릴 때 동유럽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려면 3000만원 정도 들었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1년에 10차례 이상 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코치 선생님 항공권과 숙식비까지 개인 부담하고, 비자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서 뒤지지 않은 신체 조건을 갖췄는데, 결국 차이는 경험과 멘탈이다. 진천선수촌에서만 연습하다가 갑자기 세계 대회에 나가면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나도 대회에서 막상 부딪히면서 ‘다 같은 선수구나’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손연재는 리듬체조 꿈나무 육성을 위해 리프 챌린지컵 대회를 연다. 사진 넥스트 유포리아

손연재는 리듬체조 꿈나무 육성을 위해 리프 챌린지컵 대회를 연다. 사진 넥스트 유포리아

지난달 인천남동체육관에서 개최한 ‘손연재 리프 챌린지컵’에 축구선수 박주호(수원FC)와 안나(스위스)의 딸인 나은이를 비롯해 6세~13세 아이들 등 1500여명이 모였다. 손 대표는 “나은이가 예전에 리듬체조 스튜디오를 다니고 싶다고 찾아 온 적이 있는데 아쉽게 집과 거리가 멀었다. 이번에 보니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졌더라. 나은이가 참가해준 덕분에 대회가 더 알려진 것 같다”며 웃었다.

대회 개최에 억대 금액이 들지만, 리듬체조가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거의 사비를 쏟아부었다. 올해는 인천시, 베스트슬립 등이 후원해줬지만 2021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후원사가 아예 없었다. 손 대표는 “2021년에 대회가 열리지 않아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그만둔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까웠다. 매트와 심판석을 준비해 최저 예산으로 개최했는데 300명이 참가했다”며 “올해는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주려고 메달과 상장을 250~300개 준비했다. 지금도 수익은 안 나고 마이너스가 안 되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손 대표는 선수 시절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리듬체초 최초로 개인전 금메달을 땄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개인 종합 4위에 올랐다. 2017년 은퇴했지만 요즘도 아침에 220도 각도로 다리를 찢는 스트레칭을 하며 관리를 한다. 팬들은 소셜미디어에 ‘걸그룹 뉴진스 멤버 같다’는 댓글을 달았다. 손 대표는 “나이상 이모인데 감사하다. 선수 때와 달리 먹으면 안되는 스트레스가 없어 체중은 더 줄었다”고 웃었다.

손연재는 리프 챌린지컵에서 흑조로 변신해 갈라쇼를 펼쳤다. 사진 넥스트 유포리아

손연재는 리프 챌린지컵에서 흑조로 변신해 갈라쇼를 펼쳤다. 사진 넥스트 유포리아

손 대표는 이번 리프 챌린지컵에 ‘블랙 스완(흑조)’으로 변신해 갈라쇼를 펼쳤다. 손 대표는 “2013년 연기했던 리본 작품 음악을 사용했다. 물론 10년 전이기에 제가 할 수 있는 기술들은 적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게 ‘걸어라도 다니자’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 함께 갈라쇼를 펼친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지인(17)을 본 아이들이 ‘선생님보다 잘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눈이 반짝반짝 빛나더라. 난 마지막 은퇴 무대라고 생각했는데, 내년에 또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손 대표와 국제대회에서 경쟁했던 외국 선수들은 은퇴 후 어떻게 지낼까. 손 대표는 “러시아와 동유럽 친구들은 둘 중 하나다. 엄청 빨리 결혼해 애를 낳고 키우거나, 마스터클래스나 대회를 주최한다. 방송국 스포츠 리포터로 변신한 일본 친구도 있다”고 했다.

손 대표는 은퇴 후 2019년 리듬체조 스튜디오를 차리고 꿈나무 대회를 개최하며 리듬체조와 끈을 이어가고 있다. 손 대표는 “리듬체조와 애증의 관계지만 떼 놓을 수 없을 만큼 사랑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당장 엘리트 육성도 좋지만 대중화 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리듬체조 꿈나무를 위해 자비로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손연재. 사진 넥스트 유포리아

리듬체조 꿈나무를 위해 자비로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손연재. 사진 넥스트 유포리아

요즘 여성들 사이에서 체형과 자세를 교정해주는 필라테스와 발레와 함께 리듬체조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손 대표는 “리듬체조는 올림픽에 나가는 엄청 유연한 사람만 한다는 거리감이 있지만, 룰에서 벗어나 리본에 케이팝 댄스 장르를 섞어 안무를 짜면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근력과 밸런스에 좋다. 10대와 20대는 입시 준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콘텐트로 배운다. 30대 중후반과 어머니들도 어릴 때 로망이라며 용기 내 시작한다”고 했다.

작년 8월 결혼한 손연재는 축의금 5000만원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 기부했다. 사진 손연재 인스타그램

작년 8월 결혼한 손연재는 축의금 5000만원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 기부했다. 사진 손연재 인스타그램

작년 8월, 9살 연상 글로벌 헤지펀드 한국법인 대표와 결혼한 손 대표는 축의금 5000만원을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 기부했다. 기부금은 중증소아 재택의료 사업에 쓰였다는 소식에 많은 네티즌들은 ’마음까지 예쁘다’는 댓글을 달았다. 손 대표는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기부 대상을 어린이로 정했다. 남편과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기부하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어 손 대표는 “20년 후에 리프 챌린지컵에 참가한 친구들이 올림픽에 나가면 신기할 것 같다. 그래서 대회를 오래오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새해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팀 코치로 국제대회에 나가보고 싶기도 하다”며 웃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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