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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KT, 이번주 임원 인사…국민연금 반대 속 ‘구현모 2기’ 시동

중앙일보

입력

구현모 KT 대표가 2일 서울 송파 사옥에서 열린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 KT]

구현모 KT 대표가 2일 서울 송파 사옥에서 열린 KT그룹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 KT]

KT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구현모 체제 2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것.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연임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구 대표가 연임 의지를 재확인하는 모양새다.

무슨 일이야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르면 이번 주 금요일 사장단을 포함한 임원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KT는 보통 12월에 정기 임원 인사를 했지만, 이번에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 결정이 지연되며 인사도 한 달 여 늦어진 것. KT 관계자는 “현 디지코(디지털플랫폼) 전략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임원 인사와 소폭의 조직개편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인사를 내고 설 전에 조직 정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게 왜 중요해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질의하고 있다. [사진 KT]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질의하고 있다. [사진 KT]

현재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둘러싸고 KT의 최대주주(9.99%)인 국민연금, 그리고 여권의 반대 기류가 형성된 상황이다. 3월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구 대표 연임에 반대한다면 다른 주주들의 표심을 두고 국민연금과 경쟁해야 할 수 있다. KT의 2·3대 주주는 현대차그룹(7.79%), 신한은행(5.58%)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가 연임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공개압박 시작한 여권: 여권은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구 대표의 연임 과정에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KT가 대표 후보 결정 과정에서 언론과 국회의 자료 공개 요구에도 전혀 응하지 않아 ‘밀실 담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그간의 후보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권과 KT의 불편한 기류는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개최한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도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500여 명의 재계 관계자가 만나는 자리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구현모 KT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 반대 암시한 국민연금:국민연금도 구 대표의 행보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대표 후보자 선정) 경선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라는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의결권 행사 등의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3월 주총에서 구 대표에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은 구 대표 임기 중에 KT와 지분 교환을 통해 각각 2·3대 주주에 올라 현재까지 우군으로 분류되지만, 국민연금은 이들 회사에서도 주요 주주(현대차그룹의 2대 주주, 신한은행 최대주주)다. 이들의 의결권에 국민연금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12월 기자간담회에서 KT,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을 놓고 “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인사 허용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국민연금공단]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12월 기자간담회에서 KT,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을 놓고 “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인사 허용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국민연금공단]

구현모의 ‘탈압박 전략’은

구 대표는 소액주주(57%)를 겨냥해 경영 성과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연임 굳히기에 나섰다. 이번 인사와 조직 개편도 디지코(디지털플랫폼) 전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상 중이다. 이를 통해 외국인(약 40%) 주주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① 지주형 회사: 앞서 구 대표는 지난해 주총에서 ‘지주형 회사’ 전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 전환은 불가능 하지만, 신사업 부문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지주사의 구조를 갖출 예정. 이미 지난해 2월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부문을 분할해 ‘KT클라우드’로 독립시켰다. 콘텐트 사업 법인인 스튜디오지니를 중간지주사처럼 활용해 미디어 수직계열화에도 속도를 내는 상황. 현재 대표 직속 미래가치추진실 산하에 있는 ‘디지털&바이오헬스사업단’의 분사도 추진하고 있다.

② 이사회 재편: 차기 대표 후보 선정을 끝으로 연임 준비를 마친 이사회도 정치색 지우기에 나섰다. 현재 사외이사 8명 중 이강철, 김대유, 유희열 이사는 참여정부 시절 각각 시민사회수석, 경제정책수석,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을 지내 친노·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이 중 이강철 이사는 지난해 차기 대표 후보 선정을 끝으로 사의를 표명한 상태. 아직 임기가 1~2년 남은 김대유, 유희열 이사도 이사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T 부문장을 지낸 표현명 이사와 현직 교수인 강충구·여은정 이사는 오는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교체 대상이지만,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한 만큼 잔류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는

KT는 이달 중 조직 개편과 인력 정비를 통해 ‘디지코 2기’의 틀을 구축한다는 계획. 3월 주총 전까지 구 대표의 경영 성과 홍보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한편 구 대표는 다음 달 27일부터 3월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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