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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알뜰폰·탈통신이 뒤흔든 이통 점유율...SKT 40% 지킬까

중앙일보

입력

이동 통신시장 1위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40% 아래로 내려갈 조짐이다.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운 알뜰폰의 가입자·사물인터넷 회선 등 점유율이 늘었기 때문. 통신 3사가 이전처럼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대신, 미래 먹거리를 찾는 ‘탈 통신’기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슨 일이야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무선통신 서비스 가입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이동전화 가입현황(기타회선 제외) 회선 수 점유율은 SKT 40.2%(3049만명), KT 22.4%(1699만명), LG유플러스 20.7%(1569만명), 알뜰폰 16.7%(1263만명)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SKT(41.3%)와 KT(23.8%)는 점유율이 감소했고, LG U+(20.7%)는 비슷한 수치를 유지했다. 눈에 띄는 건 알뜰폰(14.14%)의 급성장. 1년 새 2%p 이상 늘었다. 이런 추세면 오는 3월 발표 예정인 1월 기준 통계에서는 SKT가 처음으로 40% 점유율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 SKT는 CDMA를 통해 본격적인 무선통신서비스가 시작된 1996년 이후 줄곧 40% 이상 점유율을 유지했다.

이게 왜 중요해  

① 너도나도 알뜰폰 : 알뜰폰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알뜰폰 사업자)가 기간망사업자(MNO·통신 3사)의 통신망을 도매가격으로 빌려 와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11월 기준 알뜰폰 가입 회선 수는 전년 대비 200만개가 늘었는데, 이는 통신 3사의 증가분을 합한 수치보다 30만개 이상 높은 수치. 휴대전화 회선 수만 볼 때 알뜰폰은 120만개 이상 늘었다. 고물가로 통신비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알뜰폰에 갈아탔을 가능성이 크다. 알뜰폰 활성화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 영향도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2일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 3사에 내야하는 망 사용료를 올해부터 20%가량 인하하기로 했다. 특히, 이달 중 금융 앱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알뜰폰 ‘토스모바일’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토스를 쓰는 젊은 통신 소비자들의 ‘알뜰폰 갈아타기’도 예상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해외 AI기업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SKT 유영상 대표. 사진 SKT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해외 AI기업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SKT 유영상 대표. 사진 SKT

② 점유율 경쟁에 한계 : 통신 3사는 통신 시장이 가입자를 더 늘리기 어려운 포화상태라 가입자 확보 중심의 성장 전략에 한계가 왔다고 보는 분위기다. 기존 가입자를 바탕으로 통신에 AI나 클라우드, 플랫폼 등을 접목한 사업을 하면서 차츰 통신 의존도를 줄여나가거나, 아예 통신 밖에서 새 먹거리를 찾는 전략으로 태세를 바꿨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SKT는 AI, KT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LGU+는 플랫폼 등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3사 모두 과거만큼 이통 가입자 점유율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통신 관련 매출 증가나 가입자 기반으로 어떤 신사업을 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통신3사는 어때  

SKT 관계자는 “통계 중 휴대전화 가입자만 놓고 보면 SKT의 시장 점유율은 42%를 유지하고 있다”며 “3사 전반적으로 알뜰폰에 의해 비중이 줄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타사 대비 5G 커버리지, 속도 등에서 1등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 가입자가 증가로 2위 KT와 3위 LGU+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KT 관계자는 “무선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나 5G 가입자 비중에서는 시장 1위로, 무선 시장에서 KT의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이 장관,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이 장관,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연합뉴스]

나랑 무슨 상관인데? 

3사의 시장 점유율이 흔들린다고 해서 요금 인하 경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3사가 요금 인하로 저가 요금제 가입자를 모으는 게 이제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정부 정책도 저가 요금제는 알뜰폰이 흡수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저가 고객 유치보다 멤버십, 콘텐트 경험, 서비스 등 차별화된 편익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알뜰폰 가입자 증가가 통신 3사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알뜰폰 사업자 52개 중 통신 3사의 자회사(5곳)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019년 37.1%에서 2021년 50.8%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알뜰폰 사업이 잘되는 게 통신 3사 수익성에도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으로는  

알뜰폰 가입자 증가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 3사 자회사 점유율 상승에 대해 불공정 행위 감시 필요성을 밝힌 공정위는 올해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규제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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