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7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시민 원팀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2/28/8c027aac-ede5-4cc5-81b0-a16a4cf523f5.jpg)
구현모 KT 대표가 7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시민 원팀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현모 현 KT 대표가 이사회에서 차기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으면 연임이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KT 지분 10.35%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입장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KT 이사회는 28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열고 구 대표를 차기 CEO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사회 측은 “구 대표는 재임기간 서비스 매출 16조원을 상회했고 주가를 90% 상승시키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성장형 포트폴리오, 변화와 혁신 리더십 등으로 지속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회와 지배구조 고도화를 통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모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사회는 지난 13일부터 그룹사의 부사장급 이상 임원과 외부 추천 인사를 놓고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을 진행했다. 구 대표를 포함한 후보군에 대해 평가를 진행한 것. 앞서 연임 적격 판정을 받았던 구 대표는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의 우려를 반영해 이사회에 직접 복수 후보를 검토해달라고 지난 13일 요청했다. KT 관계자는 “사내 13명, 사외 14명 등 KT 안팎의 다양한 후보들을 놓고 이사회가 공정하게 심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내년 3월 주총에서 재신임을 받으면 구 대표는 2026년 3월까지 3년 더 대표직을 맡게 된다.
이게 왜 중요해
민영화 20년 차인 KT에서 연임에 성공한 CEO 3명(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이 중 연임 임기를 모두 마친 이는 전임 황창규 회장이 유일하다.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에 입사한 구 대표는 ‘12년 만에 선임된 KT 내부 출신 CEO’라는 상징성을 갖고 연임에 도전하게 됐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구 대표 연임을 통해 공격적인 배당 정책과 지배구조 개편이 예상된다”며 “통신부문을 전방에 배치하고 비통신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디지코 KT’ 2막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구 대표 취임 이후 KT는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략’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이른바 ‘ABC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고 기업 간 거래(B2B)의 매출 비중을 41%까지 끌어 올렸기 때문. KT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총 12조5899억원, 영업이익은 1조85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업가치도 올라갔다. 취임 초기 약 7조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지난 8월 10조 원대를 회복했다.
변수는 국민연금
내년 3월 열릴 주총의 향방은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좌우할 전망이다. 이날 국민연금은 입장문을 내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KT의 발표에 대해) 기금이사는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의결권 행사 등 수탁자책임활동 이행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KT, 포스코처럼 여러 기관이 지분을 가진 소유분산기업을 놓고 지배구조와 연임 절차에 대한 우려를 표시해왔다. 이달 초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가이드라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횡령·배임 등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사안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게 돼 있다.
앞으로는
KT의 정관에 따라 차기 CEO 최종 후보가 확정되면 향후 임기에 대한 경영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3월 주총 전에 주주들의 의견을 구하는 안건 통보 절차를 진행한다.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KT의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7.79%), 신한은행(5.58%) 등이다. 지분의 57.4%는 소액주주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