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요금 인하 압박에, 알뜰폰 추격…그래도 통신사 CEO들은 “AI”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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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의 휴대폰 매장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통신3사 CEO는 2일 신년사를 발표했다. 뉴스1

서울 용산의 휴대폰 매장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통신3사 CEO는 2일 신년사를 발표했다. 뉴스1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탈통신 전략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일 공개한 신년사에서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KT는 ‘디지코(DIGICO, 디지털플랫폼기업) 확대’, LG유플러스는 ‘플랫폼’을 키워드로 꼽았다.

이게 왜 중요해

오랫동안 3사 체제를 유지한 통신 시장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통신사들이 정보기술(IT)과 결합해 영토를 확장하는 사이, 본업인 통신 시장에 ‘메기'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우선 특정 지역이나 건물에 5세대(5G) 통신망을 깔아 쓰겠다는 ‘이음 5G’(5G 특화망) 도입 기업이 1년 만에 18곳으로 늘었다. “꼭 통신사가 제공하는 전국망 네트워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중. 1020세대들이 몰리는 알뜰폰 시장의 성장세도 심상치 않다. 이런 환경에서 통신3사 CEO들이 올해 성공 모멘텀을 AI와 플랫폼에서 찾고 있단 얘기다. 통신 본업도 지키고, IT 기업들이 앞서간 AI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판단에, 올해가 그 분기점이 될 수 있다

AI로 뭘 하겠다는 거야?

그동안 통신사들이 ‘신사업’으로 키운 AI 기술을 이제는 모든 사업의 기반 기술로 키우겠다고 한다.이들의 경쟁 무대는 크게 둘. AI 기술 역량과 AI 반도체 개발이다. 3사의 역량과 속도에는 차이가 있다.

왼쪽부터 차례로 유영상 SKT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사진 각 사

왼쪽부터 차례로 유영상 SKT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사진 각 사

① AI 기술·서비스 
◦ 유영상 SKT 대표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AI 컴퍼니가 되겠다”고 선언했었다. 올해는 AI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유 대표는 “차세대 인터넷으로 꼽히는 대화형 AI, 메타버스, 웹 3.0은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유무선 통신,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등 기존 사업을 AI로 재정의하고 AI 전환(AIX)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출시한 AI 음성인식 비서 ‘에이닷(A.)’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테크 수준의 기술 역량을 확보하겠다도 밝혔다. 에이닷은 거대 언어모델 GPT-3를 한국어에 특화시킨 서비스다. SKT의 AI 핵심 조직인 아폴로TF의 작품. 아폴로TF는 유 대표가 이끌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관여하는 AI 전담 조직이다.

◦ 구현모 KT 대표도 “AI 기술로는 세계적 수준의 역량에 도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I는 구 대표가 지난 3년간 추진해온 디지코 전략의 핵심. 지난해 11월에는 구 대표가 직접 나서 초거대 AI을 중심으로 한 발전 전략을 발표하기도했다. AI 서비스 뿐 아니라 하드웨어도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초거대 AI ‘믿음’을 상용화하고, 기업고객(B2B)에게 맞춤형 AI 모델을 만드는 전문화 도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오는 3월 예정된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의 연임이 확정돼야 한다.

◦ 지난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기술의 내재화를 꺼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AIㆍ데이터 기술의 내재화가 필요하다”는 것.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해석할 수 있는 AI 기술을 서비스 전반에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황 대표는 “데이터 기반의 고객경험 혁신이 가능한 영역에 AI 엔진을 내재화해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② AI 시대의 쌀, AI 반도체
◦ SKT는 SK 계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합작해 만든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을 통해 새로운 반도체 칩(X220의 후속작)을 연내 공계할 예정이다.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도 개발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갖춰 AI 반도체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계획.

◦ KT도 KT클라우드, 리벨리온, 모레 등과 협력해 ‘한국형 AI 풀스택’(AI 반도체부터 AI응용 서비스 전부를 아우르는 개념)을 구축해 올해 글로벌 진출을 꾀한다. 우선 AI 반도체 하드웨어 설계를 맡고 있는 리벨리온은 내년 3월에 언어 모델을 지원하는 서버용 AI 반도체(NPU)를 선보인다.

통신업, 환경이 어떻길래? 

통신사들이 AI 기반 기술·사업에 주력하려면 본업인 통신이 안정적으로 캐시카우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 알뜰폰 치고 올라오고: 최근 3년간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알뜰폰은 이통 3사를 앞섰다. 1020 세대 고객을 등에 업은 토스가 이달 중 알뜰폰 ‘토스모바일’을 선보인다. 토스 앱의 MAU(월 활성 이용자 수)는 970만명이 넘는 만큼, 토스 알뜰폰 열풍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 ‘5G 요금 인하’ 요구: 5G는 이제 이동통신의 표준이 됐다. 지난해 기준 5G 가입자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56.9%를 차지한다. 정부의 압박도 거세졌다. 지난달에만 세 차례에 걸쳐 “5G 중간요금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 업무보고에서 5G 어르신 요금제와 40~100GB 등 5G 요금제 구간 다양화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도 기존 5G 요금제(24~31GB) 이상 구간 등의 다양한 5G 요금제 추가 출시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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