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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과징금 맛집’ 된 메타…맞춤형 광고 시대 끝나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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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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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제국’ 메타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맞춤형 광고에 대한 제재가 전방위로 들어오면서다. 맞춤형 광고는 이용자의 검색·구매 이력 등을 수집해 취향에 맞는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운동, 필라테스’를 몇 번 검색하면 플랫폼 광고창에서 운동복 브랜드인 ‘룰루레몬’등이 자주 보이는 원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던 페이스북을 지금의 메타로 키워준 일등 공신이었지만, 이제는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있다.

무슨 일이야

4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는 메타에 총 3억9000만 유로(5255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각각 2억1000만 유로(2831억원), 1억8000만 유로(2426억원)씩 떨어졌다. 해당 소셜네트워크(SNS)에 가입할 때 이용자가 맞춤형 광고에 동의하도록 한 조항이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에 위배된다고 DPC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GDPR은 기업의 법 위반이 적발되면 연간 매출의 최대 4%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일랜드 DPC는 메타에 3개월 내에 EU 규정에 맞출 것도 함께 지시했다.

왜 중요해

① 맞춤형 광고 시대, 끝?
그동안 메타의 캐시카우였던 맞춤형 광고 시대의 관 뚜껑에 각국 규제기관이 못질을 하고 있다.

◦ 애플이 뚜껑 닫고: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이용 데이터를 추적 당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애플은 2021년 4월 iOS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면서 ‘앱 추적 투명성 기능’(ATT)을 도입했다. 이용자들이 맞춤형 광고의 허용·차단 여부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 광고 매출이 전체의 97%에 달하는 메타에 직격탄이 됐다. 모바일 시장 분석업체 플러리 애널리틱스의 글로벌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기능 도입 이후 이용기록 추적에 동의한 이용자들은 전체의 11%에 불과했다. 삼성도 지난해 말 ‘원 UI(One UI) 5’ 업데이트를 통해 맞춤 광고 등을 차단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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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국 정부가 못질: 각국 정부도 맞춤형 광고 규제 대열에 동참하는 중. 이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이용자들에게 ‘적절한 고지 및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한국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메타에 3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메타가 4년간 이용자가 알아보기 쉽지 않게 데이터 정책 전문을 올려놓고 행태 정보를 수집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프랑스 개인정보 감독기구(CNIL)도 2021년 “쿠키를 쉽게 거부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에 6000만 유로(8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② 메타의 삼중고
맞춤형 광고 뿐 아니라 주가 반토막과 실적 하락의 악재가 메타를 옥죄고 있다. 지난해 메타 주가는 64% 이상 떨어져 2016년 상반기 수준으로 회귀했다. 시가 총액도 3340억 달러(4일 기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실적도 마찬가지다. 메타의 매출은 애플 ATT가 본격 적용된 이후 내리막과 정체기를 반복하고 있다. 2021년 3분기 290억1000만 달러(36조원)였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277억1000만 달러(35조원)로 약 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90억 달러(11조원)에서 44억 달러(5조원)으로 반토막 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맞춤형 광고에 타격이 생기면 메타 기업 가치는 12~25%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른 빅테크는

광고 규제의 타격을 메타만 입는 건 아니다.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빅테크가 마음대로 돈벌이에 이용해선 안된다’는 공감대가 전 세계에 규제로 확산되는 중. 프랑스 CNIL도 이날 애플에 800만 유로(107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것이 EU의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구글에도 지난해 한국 개보위에서 692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2021년에는 프랑스 CNIL이 “쿠키를 쉽게 거부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글에 9000만 유로(121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으로는

구글은 2024년 제3자데이터(쿠키)를 제공하는 것을 중지하고 새로운 표준 체제인 안드로이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준비하고 있다. 쿠키를 기반으로 광고를 팔고, 성과를 측정했던 플랫폼과 광고 업계에는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미 애플 '사파리'나 모질라 '파이어폭스' 등은 웹에서도 제3자 데이터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

흔들리는 SNS·광고 제국 '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