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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구글·페이스북 때린 과징금 1000억, 이게 중요한 이유 셋

중앙일보

입력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4일 구글과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에 역대 최고 과징금 1000억원을 부과함에 따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플랫폼의 투명성에 대한 이용자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게 됐다. 플랫폼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구글과 페이스북에 각각 692억원, 308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각 사]

1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구글과 페이스북에 각각 692억원, 308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각 사]

무슨 일이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근거로 구글에 692억원, 메타에 3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 ‘타사 행태정보’ 수집 : 개인정보 중에서도 이용자의 타사 행태정보를 플랫폼 기업이 마음대로 수집해 갖다 쓴 행위를 불법으로 봤다. 행태정보란 웹사이트나 앱 사용 이력, 구매·검색 이력 같이 이용자들의 개인적인 관심·흥미·기호를 파악할 수 있는 온라인 활동 정보를 말한다. 특히 '어떤 키워드를 검색했는지' 같은 정보는 모바일 시대에 가장 은밀한 사생활 영역으로 꼽힌다.

● 은근슬쩍, 뭉뚱그린 '동의' 버튼: 구글은 지난 6년간 타사 행태정보 수집·이용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옵션 더보기'를 눌러야만 확인할 수 있게 해놨다. 메타는 4년간 이용자가 알아보기 쉽지 않게 데이터 정책 전문을 올려놨다. 플랫폼 기업들은 "우린 잘 설명해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수집 정보의 범위와 목적을 사용자에게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개보위 결정에 대해 이날 플랫폼 기업들은 "우린 이미 이용자들에게 동의받았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동의할 수 없으며, 법원의 판단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깊은 유감을 표하며 서면 결정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보위에 따르면 구글은 서비스 가입 시 타사 행태정보 수집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고, 그 설정 화면(‘옵션 더보기’)을 가려둔 채 기본값을 ‘동의’로 설정했다. [개보위]

개보위에 따르면 구글은 서비스 가입 시 타사 행태정보 수집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고, 그 설정 화면(‘옵션 더보기’)을 가려둔 채 기본값을 ‘동의’로 설정했다. [개보위]

이게 왜 중요해

개인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가 고도화되는 만큼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는 추세다. 개인정보 수집·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는 배경. 이번 개보위 결정은 한국 정부가 이들 빅테크 기업에 제동을 걸고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처분은 온라인 맞춤형 광고 플랫폼의 행태정보 수집·이용과 관련된 첫 번째 제재이자, 국내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에 따른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

개보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계정 생성 시 한 번에 다섯 줄밖에 보이지 않는 스크롤 화면에 행태정보 수집 관련 사항(“파트너가 제공하는 정보”)이 포함된 데이터 정책 전문(694줄)을 게재한 것 외에 별도로 법정 고지사항을 알리고 동의받지 않았다. [개보위]

개보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계정 생성 시 한 번에 다섯 줄밖에 보이지 않는 스크롤 화면에 행태정보 수집 관련 사항(“파트너가 제공하는 정보”)이 포함된 데이터 정책 전문(694줄)을 게재한 것 외에 별도로 법정 고지사항을 알리고 동의받지 않았다. [개보위]

① 개인정보, 공짜 아니다: 윤종인 개보위 위원장은 이날 "플랫폼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이용자 정보를 무단 수집·이용하는 행위는 시정해야 한다"며 "행태정보가 축적되면 사생활이 심각하게 침해된다"고 지적했다. 이용자들의 비판도 계속 이어진 문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서울YMCA 등 시민단체들은 13일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제재를 촉구하며 "맞춤형 광고를 위해 개인정보를 방대하게 수집하고, 실시간 광고 경매를 위해 광고 기술 업체에 이용자 정보를 제공해 (이용자)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플랫폼 기업들을 비판했다.

② 빼앗긴 '손가락 주권': 소셜미디어 시장이 10년 이상 이어지면서 이용자들도 '손가락 주권' 의식이 높아졌다. 플랫폼과 공유할 개인정보의 범위를 일일이 검토하고 결정하고 싶어 하는 것.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개보위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선 구글 이용자의 82% 이상, 메타 이용자의 98% 이상이 플랫폼에 개인정보 수집을 허용하고 있었다. 이용자가 플랫폼의 데이터 정책을 확인하거나 재검토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페이스북의 데이터 정책은 1만4600자, 694줄 분량)하거나 기본값이 '동의'로 설정(구글)된 탓이다. 서비스 가입 절차만으로 그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동의한 이용자'가 된다.

③ 차별받는 한국 이용자 : 개보위는 플랫폼 기업들이 국가별로 이용자들을 차별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유럽에서 구글에 가입할 때는 5단계에 걸쳐 어떤 정보를, 언제까지, 어떻게 쓰는 것을 허용할지 이용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다. 유럽에선 '개인 맞춤 광고 표시', '일반적인 광고 표시' 중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구글 이용자들에겐 이런 절차가 없다. 맞춤형 광고 옵션에 ‘동의’하는 게 기본값이다.

앞으로 달라지나

정부는 플랫폼 기업들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활용하는지 계속 점검할 계획이다. 지난 7월 메타가 한국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이용자들에게 "행태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동의를 받으려다가 이용자들의 반발로 이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개보위는 이 사안을 포함, 국내외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개인정보 처리 동의방식을 조사할 예정이다. 플랫폼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정책, 제도 개선안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계속되는 중이다. 2019년 프랑스 개인정보 감독기구(CNIL)는 "구글이 이용자로부터 맞춤형 광고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았다"며 과징금을 부과했고, 독일 경쟁당국(FCO)도 같은 해 "메타가 이용자 동의없이 행태정보를 수집·이용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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