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인물 시화해 흙의 뿌리 찾아 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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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무상씨
『흠뻑 땀이 배도록/뛰고 싶은/정갈한 피 한 방울 되고 싶은 땅.//만나는 이마다 사랑하고/만나는 이마다 이야기하고./내 것이 열 개라면/여섯은 남을 주며/바보스럽게 바보스럽게…//깨끗한 모래보다/진 흙덩이로 남고 싶은 땅,/겸손하며 존중하며 높이며./그저/사람이 되고싶은 땅.』 (『이 땅에서』전문)
이무상씨(50)는 춘천에서 태어나 시로 춘천을 지키고 있는 거의 유일한 시인이다. 서울과의 1시간30분 남짓 거리로 해 문단에 나오면 서울로 가 필명을 드높이고 있는 여느 춘천 출신 문인들과는 달리 이씨는 묵묵히 이 땅에서 춘천의 모든 것을 시화하며 춘천의 시문학 풍토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한시를 쓰셨던 아버님께서 늘「선비는 고향을 지켜야지 고향을 떠나서는 진정한 선비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서울에서 생업의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몇 번 있었지만 여기를 떠나면 내 삶과 시의 진정성을 잃을 것 같아 이 땅을 지키고 있습니다.』
문단에 발을 디뎌 놓던 70년대 작품 발표나 동인 활동을 위해 서울로 드나들기도 했으나 「문단 파워가 집중된 서울 풍도」 때문에 괜한 오해를 불러 자존심만 망가뜨린 것 같다는 이씨는 때문에 낮게 사는 삶 자체의 자존을 위해 서울 발길을 자제하고 있다. 고향 시단을 지키며 활동하기도 벅찬데 서울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진정한 향토 시인의 자세도 아니요, 선비로서의 도리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씨의「고향을 지키며 낮게 흐르는 자존」은 그의 시 세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가 지금까지 펴낸 두 권의 시집『사초하던 날』(82년),『어느 하늘 별을 닦으면』(87년)을 모두 분석한 이 고장 문학평론가 김영기씨는『이씨의 시는 말의 원형 복원과 고향의 원초 발견으로 조상의 흙 속에서 솟아난 시를 쓰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한 반 백년 이 곳에 살았어도 내 고장이 무엇인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이 지역 풍물과 인물들을 시화해가며 내 고장의 뿌리를 찾아보렵니다.』시로써 계속 춘천의 뿌리를 천착해들어 가겠다는 이씨는 성수고교에 재직중이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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