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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옛 소련국가들에 "결속하자"…우크라 "두달 내 평화회의 개최 목표"

중앙일보

입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옛 소련 국가들인 독립국가연합(CIS) 정상들과 회의에서 “결속”을 강조하며 이들 국가와 경제협력 강화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로 러시아의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서다.

27일 타스 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CIS 정상회의에서 역내 결속과 교역 강화를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비공식 정상회의로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정상이 참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다섯 째)이 2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보리스 옐친 기념 도서관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정상들과의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와 CIS 국가간 결속을 강조했다.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다섯 째)이 2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보리스 옐친 기념 도서관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정상들과의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와 CIS 국가간 결속을 강조했다. EPA=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전쟁 상황을 의식한 듯 “유감스럽게도 CIS 국가들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CIS 국가들은 공통의 역사와 정신적인 뿌리를 갖고 있고, 러시아어가 다민족 국가들을 결속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결속’을 강조하면서도 ‘의견 차이’를 거론한 것을 두고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겨냥한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면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국제회의 등에서 서서히 러시아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동지적 도움과 중재 조치를 통해 이같은 불일치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뿐 아니라 CIS 내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을 상기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접경 지역(나고르노-카라바흐) 영유권 분쟁으로 교전과 휴전을 반복하고 있고,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접경 수원지를 놓고 반목을 거듭하다가 지난 9월엔 양측 국경수비대 사이에 무력 충돌이 일어났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수십년 간 영토 분쟁을 반복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9월 6일(현지시간)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한 주민이 포탄이 떨어져 폐허가 된 집을 바라보는 모습. EPA=연합뉴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수십년 간 영토 분쟁을 반복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9월 6일(현지시간)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한 주민이 포탄이 떨어져 폐허가 된 집을 바라보는 모습. EPA=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CIS 역내 교역 강화와 통화 문제도 꺼냈다. 그는 “러시아와 모든 CIS 국가 간 무역 증가세가 가파르다”며 “지난 1월부터 10월 사이 양측 간 교역액은 전년보다 6.6% 증가한 815억 달러(약 103조원)를 기록했고, 연말까지 1000억 달러(약 126조 5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CIS 국가들은 상호 결제에서 (달러가 아닌) 각국 통화로 보다 적극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며 “CIS는 수입 대체와 기술 주권, 독립성, 공동 산업 생산 증가 및 과학적 잠재력을 보장하기 위한 조율된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서방의 달러 결제망 퇴출 이후 천연가스 등 에너지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라고 관련국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튀르키예 등 러시아와 가까운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이같은 조치가 잘 먹혀들지 않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즉 CIS 국가들을 이용한 일종의 경제 블록으로 외환 압박에 빠진 러시아 경제의 숨통을 틔우고 싶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유엔 사무총장 중재로 끝내야"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공식 정상회의'를 내년 2월 말까지 개최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드미트로 쿠엘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6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내년 2월 말까지 유엔에서 평화 정상회담을 갖고 유엔 사무총장 중재로 전쟁을 끝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내년 2월 말이면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이 되는 시점이다.

쿠엘바 장관은 “러시아 측이 응하리라 기대하진 않는다”면서도 “튀르키예와 러시아가 곡물 협상을 한 것처럼 다른 국가가 러시아와 협상에 나서는 것은 얼마든지 좋다”고 제3국을 통한 중재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모든 전쟁은 외교적인 방법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수사당국 관계자가 지난 7일(현지시간) 동부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이 투하한 포탄과 미사일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사당국 관계자가 지난 7일(현지시간) 동부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이 투하한 포탄과 미사일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남들이 정한 조건에는 절대로 따르지 않는다”며 “우리는 우리 자신의 조건과 상식에 따를 뿐”이라고 러시아 국영 RIA노스보티 통신에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평화 협상은 ‘절대로 무시해선 안 될 오늘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돈바스 등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점령을 인정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 국토의 5분의 1 정도를 점유하고 있으며 정전 전까지 최대한 점령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대대적인 반격에 현상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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