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선' 아디다스 무슨 일이…주가 반토막, 미·중·러 시장선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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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3선 마크로 유명한 독일의 세계적인 스포츠웨어 기업 아디다스가 올해 삼중고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위기를 겪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와 중국 시장의 리스크, 그리고 미국 내 정치적 논란이 삼중고의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의 주요국인 미ㆍ중ㆍ러 3개국에서 모두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디다스는 지난달 경쟁사 푸마를 이끌던 비에른 굴덴을 새로운 CEO(최고경영자)로 영입했다. AP=연합뉴스

아디다스는 지난달 경쟁사 푸마를 이끌던 비에른 굴덴을 새로운 CEO(최고경영자)로 영입했다. AP=연합뉴스

“(나이키에 이어) 세계 2위 스포츠웨어 기업의 전례 없는 위기”(FT)는 주가로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23일 기준 아디다스의 주가는 주당 125유로(약 16만9500원)로 1년 전 같은 날(12월 23일)의 반토막 수준이다. 결국 아디다스는 칼을 빼 들었다. 지난달 중순 경쟁사 푸마를 이끌던 비에른 굴덴을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것. 2016년부터 아디다스를 이끈 캐스퍼 로스테드는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으로 원래 임기보다 3년 일찍 자리에서 물러났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러시아에선 국민적 인기에도 눈물 머금고 철수

올해 위기의 시작은 지난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아디다스는 지난 3월, 매출을 거듭 늘려오며 승승장구했던 러시아 시장에서 “모든 형태의 폭력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철수했다. 매장 5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2008년 시작해 2026년까지 계획됐던 러시아 국가대표팀 유니폼 제공 협력도 중단했다.

지난 3월 러시아에서 철수한 아디다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문 닫힌 아디다스 매장 앞을 쇼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지난 3월 러시아에서 철수한 아디다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문 닫힌 아디다스 매장 앞을 쇼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전쟁으로 러시아에서 철수한 글로벌 기업은 1000여 곳에 이르지만 아디다스에는 특히 타격이 컸다. 이 브랜드에 대한 러시아인의 애착이 유별난 탓이다. 러시아인의 ‘아디다스 사랑’은 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유니폼을 고민하던 소련 정부가 아디다스를 공식 후원사로 선정하며 시작됐다. 당시 소련 정부는 글로벌 스포츠웨어 업계 1, 2위를 다투던 나이키와 아디다스 중 미국 회사인 나이키를 선택할 수는 없었다. 러시아 젊은 층은 아디다스의 ‘삼선’ 트레이닝복에 열광했다.

식지 않는 열기 덕에 아디다스는 러시아 스포츠화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23%)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했다. 아디다스 전체 매출로 보면 2%(동유럽 포함 3%)에 불과했지만, 연간 5억 유로(약 6780억 원, 2021년 기준)를 벌어들이며 매출이 계속 성장세였다는 점이 중요했다. 무엇보다 경쟁사 나이키보다 우위에 있던 몇 안 되던 시장에서 철수하게 된 것이다.

중국인들에겐 미움받으며 나이키와 동반 추락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 앞. 올해 내내 이어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아디다스는 큰 타격을 입었다. A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 앞. 올해 내내 이어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아디다스는 큰 타격을 입었다. AP=연합뉴스

1997년 상하이에 첫 매장을 연 이후 1만2000개 넘는 판매처를 확보하며 중국의 ‘국민 브랜드’로 사랑받았던 아디다스는 현재 이곳에서도 힘을 못 쓰고 있다.

올해 이어진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 탓이 컸지만, 지난해 거세게 일었던 ‘아디다스 보이콧’ 여파가 크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아디다스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위구르족의 강제노역으로 면화가 생산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3월 H&Mㆍ나이키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신장 면화 구매를 중단한 바 있다.

중국인들의 거센 반발이 일며 아디다스가 주춤하는 사이 ‘궈차오(애국 소비 트렌드)’ 바람이 불며 중국 브랜드의 매출이 크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기술도 발전해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전체 회사 매출의 20%(2021년 기준)를 중국에서 올렸던 아디다스의 피해는 막심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아디다스의 가장 큰 성장엔진이었지만 올해 중국 매출은 30억 유로(약 4조691억 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때 50억 유로(2019년 기준)를 벌어들였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중국에서의 아디다스 황금기는 끝났다”(독일 비즈니스지 비르트샤프트보헤)는 분석이 나온다.

반유대인 발언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미국 래퍼 카니예 웨스트. 그와 협업한 제품으로 매출을 올려왔던 아디다스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AFP=연합뉴스

반유대인 발언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미국 래퍼 카니예 웨스트. 그와 협업한 제품으로 매출을 올려왔던 아디다스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AFP=연합뉴스

미국선 쏠쏠했던 스타 마케팅, 정치적 논란으로 부메랑

미국에선 반유대인 발언을 일삼는 유명 래퍼 카니예 웨스트 논란이 큰 골칫거리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웨스트와 최근 만찬을 즐겼다는 이유로 곤욕을 치렀을 정도로 미국인의 공분을 사고 있는 인물이 아디다스의 효자 상품 주역이라서다. 아디다스는 2013년부터 웨스트와 협업해 ‘이지(Yeezy)’ 라인으로 쏠쏠한 재미를 봐 왔다.

웨스트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아디다스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0월 웨스트와 계약을 해지하자 이런 결정을 환영하는 이들이 많았음에도 주가는 떨어졌다. 그와의 협업 상품이 매출의 7%를 차지하며 연간 17억 유로(약 2조3058억 원)를 벌어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중고'로 전례 없던 위기를 맞은 아디다스. AFP=연합뉴스

'삼중고'로 전례 없던 위기를 맞은 아디다스. AFP=연합뉴스

로스테드 전 CEO는 “중국의 보이콧이나 러시아의 전쟁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며 외부 요인을 위기 원인으로 짚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궈차오 문화를 세심히 들여다보지 않아 위기를 돌파하지 못했고, 카니예 웨스트가 문제가 많다는 보고가 지속해서 있었음에도 묵살했다”며 현명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아디다스의 라이벌이자 세계 1위 스포츠웨어 기업 나이키가 비슷한 여건 속에서 온라인 마켓을 키우며 실적을 올린 것과 비교된다는 설명이다.

아디다스가 맞이할 2023년 역시 녹록지 않다. FT는 “새로운 수장이 왔지만 핵심 리더들이 여럿 회사를 떠났고 연구개발비용도 30% 이상 삭감되는 등 곪아있는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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