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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에 화염병으로 맞섰다…전세계가 놀란 '다윗의 저항' [2022 후후월드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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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올 한 해도 국제사회는 갈등과 충돌, 부침이 끊이지 않았다. 2월 24일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0개월째 이어지면서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항전의 구심점으로 떠올랐고,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 세계 공공의 적이 됐다.

팬데믹 이후 심화된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전쟁으로 더욱 악화됐고,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를 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입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방역 정책에 저항하는 백지시위대 물결이 전 세계를 놀라게 했고,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 의문사한 22세의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낳으며 국제사회에 인권과 자유의 가치를 다시금 각인시켰다.

중앙일보가 한 해를 돌아보며 국제뉴스 중심에 오른 10대 인물을 ‘2022 후후월드’로 추려 19일부터 한 사람씩 소개한다. 첫 번째는 우크라이나 결사항전의 상징이 된 젤렌스키 대통령이다.

지난 4월 4일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드러난 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쪽 부차마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4월 4일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드러난 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쪽 부차마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4)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 한해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며 4400만 우크라이나인의 용기와 자유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7년 만에 유럽 대륙에서 벌어진 재래식 전쟁과 핵 위협으로 대륙은 공포에 빠졌지만,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저항은 전 세계에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금 각인시켰다. 반면 힘의 논리를 앞세워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악당'으로 추락하며 고립되고 말았다.

러시아는 전쟁 개시 후 3일 만의 함락을 장담했고, 미국 등 서방에서도 우크라이나가 1주일을 버티지 못할 거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군·민은 러시아군 탱크에 휴대용 대전차포와 화염병으로 맞서며 버텨냈다.

그 중심엔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연한 리더십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전쟁 사흘째인 지난 2월 26일 "나는 대통령 관저에 있다. 항복했다는 가짜 뉴스를 믿지 말라"고 알렸다. 미국이 그에게 '피신'을 제안한 날이었다. 12일째 되던 날엔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나는 숨지 않는다"고 했다. 러시아의 포탄이 수도 키이우에 빗발치고 특수부대가 그의 암살을 시도하던 때다.

전쟁 사흘째인 지난 2월 2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 중심에서 휴대전화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쟁 사흘째인 지난 2월 2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 중심에서 휴대전화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일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2022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며 "그는 용기도 두려움만큼 널리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압도적인 적군에 맞서 결사항전을 택한 젤렌스키의 결단은 역사적으로 흔한 일은 아니다. 타임은 2차 대전 초기 알바니아·벨기에·체코슬로바키아·그리스·폴란드·네덜란드·노르웨이·유고슬라비아 지도자들이 망명을 택했다고 전했다.

코미디언 출신으로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대통령이 된 그가 '항전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도 드물었다. 하지만 다양한 무대 경력은 그가 전장의 지도자가 되는 데 힘을 보탰다. 타임은 "젤렌스키는 적응력이 뛰어나고 긴장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도록 단련됐다. 민심을 읽고 기대에 부응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영국 총리의 전략과 리더십을 따랐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3월 8일 영국 의회 연설에서 "숲에서, 들판에서, 해변에서, 거리에서 싸울 것"이라던 처칠의 연설을 인용해 의원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처칠처럼 "연합군과 함께" 전략을 구사했다.

이와 함께 젤렌스키는 전쟁 기간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수십여 국가의 의회와 국제기구에서 화상으로 연설했다. 또 매일 밤 소셜미디어를 통한 비디오 연설을 이어가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그 결과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총 200억 달러(약 26조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약속했다.

전쟁 후 10개월이 흐르면서 일각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이 출구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유럽과 미국은 가중된 에너지난과 인플레이션으로 전쟁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평화협상을 위한 미·러 정상회담이 있을 거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전쟁을 끝내는 길로 ▶우크라이나 영토 완전성 회복 ▶러시아의 전쟁 배상금 지급 ▶러시아 전쟁범죄 사법처리 등을 요구해 왔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종전 협상론이 다시 제기되자 “유엔 헌장에 기반한 정의로운 평화는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세가 불리할 때마다 핵무기를 입에 올리며 위협하는 푸틴의 속내가 안갯속인 만큼 여전히 전쟁의 끝을 예상하긴 이르다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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