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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크리스마스? 직접 만든 구겔호프 케이크로 준비해요.

중앙일보

입력

ZGZG MEET 6. 공식 보다 호기심이 먼저, 베이커 고운정  

한식·중식·양식 등 요리의 다양한 카테고리 중에서도 베이킹은 과정이 예민하기로 손꼽힌다. 온도나 습도의 변화, 오븐의 성능에 따라서도 맛과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베이킹은 과학'이라고 말할까. 하지만 까다로운 만큼 매력적이다. 제주도 조천읍 선흘리에 자리한 베카신을 운영하는 고운정 대표는 몸으로 부딪혀가며 베이킹을 배우는 동안 그 매력에 푹 빠졌다. 홍보 일을 하다 카페 브랜딩을 고민하던 친구를 돕기 위해 찾은 제주도의 하루하루가 그를 베이킹의 길로 이끌었다.

물론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정성스레 반죽해 오븐에 넣었다 꺼낸 빵이 기대와 전혀 다른 형태로 나오길 수백, 아니 수천번. 매대에 올리지 못하고 휴지통으로 간 빵이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머릿속에 주입된 공식이 없었기에 자유로웠다. 그렇게 나온 빵은 개성이 물씬 풍긴다. 즐겨 먹던 아이스크림을 떠올리며 만든 '말차 브라우니'나 '메가톤 갸또 쇼콜라' 등 베카신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빵은 제주를 넘어, 육지에 사는 단골을 만들었다.

제주도 선흘리에 자리한 베이커리 카페 '베카신'의 고운정 대표. 베이킹에 입문한 지 5년차인 그는 자신만의 레시피로 독창적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황정옥 기자

제주도 선흘리에 자리한 베이커리 카페 '베카신'의 고운정 대표. 베이킹에 입문한 지 5년차인 그는 자신만의 레시피로 독창적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황정옥 기자

베카신의 빵은 개성이 넘쳐요.  

'개성 있다'거나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아무래도 체계적으로 공부한 게 아니다 보니까 틀이 없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요리에 쓰는 크림을 빵에 얹거나, 익숙한 바질 대신 시금치로 페스토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처럼요. 이러한 점을 신선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 아이스크림 중에 메가톤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 맛을 떠올리며 캐러멜에다가 커피를 넣고 여기에 젤라틴을 넣어서 조합했는데 한입 드시면 이래서 메가톤이라고 얘기하세요. 이렇게 제 의도를 알아주실 때 행복하죠. 말차 브라우니는 묵직한 식감의 브라우니 안에 직접 끓인 팥을 넣고 말차크림을 올렸어요. 생크림이 아니라 가나슈를 이용해 아이스크림 같은 식감이 특징이에요.

베이킹은 요리를 잘하는 사람에게도 어려운 분야죠.   

맞아요. 제게 베이킹은 빈 괄호예요. 아직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니 늘 어렵게 느껴져요. 베이킹 자체가 어렵고 섬세한 과정이기도 하고요. 버터를 태우거나, 녹이거나, 실온에 뒀거나, 차가운 상태 그대로 쓰거나 같은 버터라도 온도에 따라 빵의 질감이 너무 많이 달라져요. 저는 전문적으로 요리학교에 다닌 게 아니다 보니까 실제로 온도별로 다 해보고 차이를 깨닫고, 그다음에 이론을 공부하니까 이해가 빨리 됐어요. 버터를 녹이지 않고 실온 상태로 넣었더니 빵이 뭉쳐서 나오거나 하는 것처럼요.

베카신의 케이크와 구움과자들. 사진 베카신 인스타그램

베카신의 케이크와 구움과자들. 사진 베카신 인스타그램

힘들고 어려워도, 계속 베이킹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요.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예를 들어 180도에서 구워야 하는 빵을 실수로 오븐의 온도를 140도로 설정해서 구웠다면, 보통 다른 사람은 시간이 아까워서 잘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오븐에서 빵을 꺼내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일단 끝까지 구워서 맛을 봐요. 낮은 온도에서 구우니까 생각보다 촉촉하고 폭신한 느낌이 든다는 것을 그렇게 배웠어요. 다음엔 150도, 160도로 온도를 높여가며 구워봐요. 버터도, 메뉴에 맞는 버터가 다 달라요. 그래서 같은 빵을 구울 때 버터 브랜드만 바꿔서 10번을 구워봤어요. 그런데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잖아요. 이렇게 큰 틀과 규칙은 지키면서 그 안에 개성을 담을 수 있다 보니, 베카신의 빵과 구움과자엔 제 취향이 담겨 있어요. 똑같은 레시피라도 제가 좋아하는 질감이나 맛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왔으니까요.

선흘리에 자리한 이유가 궁금해요.  

선흘리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동네예요. 중산간 지역에 자리하고 있어, 제주의 다른 동네에 비해 관광객의 발길이 적고 조용한, 마치 비밀 아지트 같은 마을이에요. 수많은 매력 중에서 최고는 사람이고요. 동네 주민들이 정말 따뜻하고 다정해요. 그런 선흘리에서 베카신은 어린 시절 엄마 손 잡고 가던 방앗간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종종 빵앗간이라고도 불려요. 집 앞 수선화가 피었다며 한 아름 꺾어 예쁜 꽃병에 담아서 가져다주기도 하고, 유기견을 임시 보호하며 돌보는 이웃도 들르고, 제가 읽고 싶어 한 책을 대여해서 가져다주는 이웃도 있어요.

12월의 제주도 하면 생각나는 것은요.

당근이죠, 본격적으로 제주 당근이 나오는 시기거든요. 제주 당근은 향이 정말 좋고 당도가 높아요. 솔직히 저에게 당근은 횟집에서나 보던 식재료였는데, 제주에 와서 생당근을 맛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케이크에 넣었는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당근 농사를 짓는 청년 농부가 파지 당근으로 칩을 만들어 판매했는데, 먹어보니 과자처럼 맛있더라고요. 특히 말리면 수분이 날아가면서 꽃처럼 보일 정도로 예뻐서 케이크 데코용으로도 잘 어울려요.

지글지글클럽에서 선보일 당근 구겔호프. 말린 당근을 장식용으로 사용했는데 꽃처럼 화사하다. 황정옥 기자

지글지글클럽에서 선보일 당근 구겔호프. 말린 당근을 장식용으로 사용했는데 꽃처럼 화사하다. 황정옥 기자

지글지글클럽의 메뉴로 당근 구겔호프를 선택한 이유군요.  

지글지글클럽에서 베카신과 함께 하는 클럽의 이름이 12월의 캐럿이에요. 12월이 되면 육지에선 캐럴이 사방에 울려 퍼지는데, 제주 곳곳에선 맛있는 당근을 만날 수 있어요. 캐럴처럼 맛있는 당근을 재미있게 즐겨보자는 뜻이에요. 크리스마스엔 누구나 특별한 이벤트를 하고 싶잖아요. 당근 구겔호프는 반죽이 어렵지도 않고, 구겔호프 틀을 활용하면 베이킹 초보도 제법 근사한 시트를 완성할 수 있거든요. 무엇보다 온라인으로 함께 소통하며 만드니까, 실패 없이 근사한 구겔호프를 만드실 수 있을 거예요. 참! 당근을 넣은 케이크는 냉장고에 하루 이틀 넣어뒀다 먹으면 더 맛있어요. 23일에 저와 함께 온라인 클럽에서 만나 만들고,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 소중한 분들과 함께 맛보세요.

고운정 베카신 대표의 당근을 듬뿍 넣은 구겔호프 라이브 쿠킹클래스는 ‘지글지글클럽’에서 만날 수 있다. 지글지글클럽은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를 필요한 양만큼 소분해, 라이브 쿠킹클래스 전날까지 집 앞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온라인으로 셀럽과 함께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요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윤지아 셰프의 버섯 감바스와 저탄수빵, 자연주의 요리 교실을 운영 중인 김희종의 해산물 프라이팬 밥, 영양 전문 수의사 양바롬의 반려견을 위한 돼지고기 파인애플 스튜  등 다양한 클럽이 준비되어 있으며 라이브가 끝나는 날에는 각 클럽의 쿠킹 박스가 펀딩 방식으로 오픈되어 라이브 후에도 클럽에서 배운 요리를 다시 만들어 볼 수 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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