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황도 통조림, 해열제·감기약 등을 비축하려는 '패닉 구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제로 코로나' 방역 규제 완화로 비공식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다. 황도는 예전부터 중국에서 감기를 치료하는 민간요법으로 통한다.
CNN은 14일(현지시간)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없는데도 중국에서 황도 수요가 급증하면서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펑파이(彭湃)뉴스는 '과일 통조림의 수도'로 불리는 산둥(山東)성 린이의 한 공장에선 지난주부터 황도 통조림 온라인 일일 판매량이 기존 1000건에서 1만건으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펑파이는 "중국인에게 황도 통조림은 어릴 적 감기에 걸리면 엄마가 사주시던 추억의 음식, 아프면 조건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식품"이라며 "사 먹는 것만으로 심리적 안정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중국 최대 통조림 업체 다롄 리선 식품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황도는 어떤 약효도 없다", "황도 통조림≠약!"이란 글과 함께 "충분히 공급할 예정이니 급하게 사지 마라"고 당부했다. 관영 인민일보도 "황도는 증상 완화에 효과 없으니 비축하지 마라"는 글을 웨이보에 올렸다.
그러나 중국 온라인에선 "누가 뭐라 하건 사재기를 하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CNN은 타이레놀·애드빌 등 해열제와 감기약 수요도 중국에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베이징시 정부는 "의약품 사재기와 비축을 하지 말고, 무증상이면 응급구조대를 부르지 말라"고 당부했다.
수요 급증을 틈타 약값을 올려 폭리를 취한 약국이 베이징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해당 약국은 정부의 방역 조치 완화 뒤 중의약 독감 치료제 '롄화칭원'을 평소보다 5배 비싼 100위안(약 1만8000원)에 팔다가 적발돼 벌금 30만 위안(약 5600만원)을 물게 됐다.
덩달아 홍콩 내에서도 해열제가 완판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중국 본토의 가족과 친구에게 약을 보내기 위해 산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홍콩 보건 당국은 "필요 없는 감기약 구매를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의약품 수요 급증에 관련 기업 주가도 뛰었다.
CNN에 따르면 홍콩에 상장된 중국 최대 이부프로펜 제조업체 신화약품의 주가는 최근 5일간 60%, 지난 2주간 147% 급등했다. 신화제약 측은 CNN에 "생산 라인을 100% 가동 중이며 이부프로펜 생산을 위해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전(深圳)증시에 상장된 구이저우 바이링 그룹제약은 대표 상품인 기침 시럽 수요가 늘면서 주가가 이달 들어 51% 올랐다. 롄화칭원을 만드는 이링제약도 최근 한 달 30% 이상 주가가 뛰었다.
한편 중국 국유 의약 기업인 차이나메헤코사가 미국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 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수입·판매를 할 수 있게 돼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 전했다. 이같은 결정은 방역 조치를 완화한 후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날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4일 하루 동안 2000명이 신규 감염돼 누적 확진자가 37만9918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감염자는 이보다 많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원하는 사람만 받아 정확한 확진자 수 파악이 어렵다며 14일부터 무증상 감염자 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이 8023명을 상대로 실시한 비공식 조사에서 베이징 거주 응답자의 51%가 "코로나에 감염됐거나 감염된 이력이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