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 차이나 사설

중국 코로나 장기화 대비해 감기약 대책 세워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중국의 방역 조치 완화에 따라 감기약 수요가 늘면서 한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의 한 약국. 뉴스1

중국의 방역 조치 완화에 따라 감기약 수요가 늘면서 한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의 한 약국. 뉴스1

감기약 품귀 심각해 원료 수출 중단할 우려

제약사 노력만으로론 한계, 외교채널 나서야

중국 코로나19 방역 해제 여파가 심상치 않다. 중국 베이징 발열환자가 일주일 새 16배 급증했다고 한다. 독감 유사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발열 환자들은 진료와 약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해열진통제 같은 감기약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한국도 13일 신규 확진자가 8만6852명 발생했다. 지난 9월 14일 이후 90일 만에 가장 많다.

국내 상황에도 잘 대처해야 하지만 중국 상황에 더 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방역 완화는 필수적으로 확진자 증가를 야기하고 감기약 수요를 지금보다 훨씬 끌어올릴 게 뻔하다. 그러면 중국은 감기약 원료를 자국 내 제약사에 우선 공급하고 외국 수출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중국을 포함, 인도·미국·일본 등지에서 원료를 들여온다. 국내 생산 원료는 거의 없다.

이런 차원에서 식약처가 7일 국내 제약회사에 중국산 원료 확보를 요청한 것은 선제적인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식약처가 지난 1일자로 국내 18개 제약사에 긴급 생산 명령을 내리고, 그 전에 단일 원료만 쓰던 규제를 풀어 복수 회사 원료를 쓰게 한 점도 적절해 보인다. 식약처는 제약사가 석 달치 원료를 확보했다고 본다. 그렇다고 끝이 아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중국 코로나의 장기화다. 국내 경험에 비춰보면 그럴 위험이 없지 않다. 그러면 인도·미국 등으로 원료 수입처를 다변화한다 해도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점을 고려하면 원료난에 봉착할 수 있다. 게다가 가격이 중국보다 비싸다. 원료 확보는 제약기업 노력만으로 부족하다. 외교 채널이 나서야 한다. 한국의 코로나 경험을 전수하고 검사 키트, 마스크 등을 지원하는 등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번 기회에 감기약처럼 평소에는 하찮아 보이지만 위기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약품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감기약의 대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사처방 조제용) 650㎎ 한 정의 건강보험 가격은 51원에 불과하다. 이렇듯 싸니 생산을 기피했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수요가 급증하자 약을 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이번에 20원을 올렸다지만 업계 산정 원가 인상폭(50원)에 턱없이 부족하다. 다른 약을 생산하지 못하는 기회 손실, 코로나 이후 확대한 생산설비 활용 애로 등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수액제제도 비슷한 신세다. 기초 수액(5% 포도당) 1L가 1500~1600원이다. 물(2L 1700원)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사정 탓에 3개 회사만 생산한다. 수액이나 감기약은 생산설비를 늘리기 힘들어 24시간 공장을 돌린다. 이번 기회에 필수의약품의 비축과 조달의 중장기 전략을 짜고 원가를 엄밀하게 재산정하는 방안을 당국이 검토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