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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찬 아기까지…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에 노출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분리수거된 폐페트병. 플라스틱 가소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프탈레이트에 아기들도 노출되고 있다. [중앙포토]

분리수거된 폐페트병. 플라스틱 가소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프탈레이트에 아기들도 노출되고 있다. [중앙포토]

기저귀를 아직 떼지 못한 어린 아기들도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프탈레이트에 노출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일본에서 발표됐다.

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로로 프탈레이트와 접촉하는지를 파악, 노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일본 나고야 시립대학 연구팀은 14일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아기 기저귀에서 소변 성분을 추출해 프탈레이트 성분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의 아기가 우려될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8개월 아기 1023명 조사

기저귀 자료사진. [중앙포토]

기저귀 자료사진. [중앙포토]

연구팀은 아이치(愛知) 현에 거주하는 생후 18개월 안팎의 유아 1023명(남아 522명, 여아 501명, 평균 18.7개월)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밤새 착용한 일회용 기저귀를 수거해 소변을 추출한 다음, 디메틸 프탈레이트(DMP)와 디에틸 프탈레이트(DEP) 등 8가지 프탈레이트 성분에서 유래한 대사산물 16가지를 분석했다.
분석 방법으로는 탠덤 질량 분석법과 결합한 초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UPLC-MS/MS)를 사용했다.

분석 결과, 16가지 대사 산물 가운데 10가지는 모든 유아 소변 시료에서 검출됐다.
이들 물질의 농도에 대해 기하 평균을 산출한 결과, MECPP(모노-(2-에틸-5-카르복시펜틸) 프탈레이트), MiBP(모노-이소부틸프탈레이), MEOH(모노-(2-에틸-5-옥소헥실) 프탈레이트) 순으로 높았다.

소변의 크레아티닌 성분에 맞춰 조정하기 전에는 상위 3가지 물질의 농도가 각각 23ppb, 21ppb, 15ppb였고, 크레아티닌 성분에 맞춰 조정한 후에는 크레아티닌 1g당 47㎍, 42㎍, 31㎍(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다.

유아 14%가 EPA 기준 초과

임산부의 프탈레이트 노출. [자료: 미 NIEH]

임산부의 프탈레이트 노출. [자료: 미 NIEH]

8가지 프탈레이트 중에서도 DEHP(디-2-에틸헥실 프탈레이트)와 DBP(디-부틸 프탈레이트)의 경우는 일부 유아에서 위험 지수(HQ)가 1보다 크게 나타났다.

특히, 여러 프탈레이트를 합산한 경우 유아의 8%는 유럽 식품안전청이 정한 하루 섭취 허용량(TDI)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이었고, 유아의 14%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독성참고치(RfD)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탈레이트 혼합물의 항(抗)안드로젠 성(antiandrogenicity) 위험지수를 따져본 결과, 크레아티닌 조정 전에는 유아의 36%, 조정 후에는 유아의 23%에서 위험지수가 1보다 컸다.
항안드로젠 물질은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남성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거나 방해하는 물질을 말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UPLC-MS/MS를 통해 기저귀에서 추출한 소변에서 16가지 프탈레이트 대사산물을 동시에 정량하는 방법을 처음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대상자 전체 평균으로는 위험지수(HI)가 1 미만이었지만, 위험지수가 1보다 큰 유아가 있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며 "DEHP와 DBP의 노출원을 식별하는 것이 일본 유아의 위험을 관리하는 데 중요하고 효율적인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어린이도 프탈레이트 노출 

기저귀를 찬 아기. 중앙포토

기저귀를 찬 아기. 중앙포토

이에 앞서 지난 2017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팀은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otal Environment)' 저널에 "국내 유아의 경우 최대 26%가 프탈레이트에서 위험지수 1을 초과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천 기저귀를 사용해 생후 3~15개월 된 유아 171명으로부터 총 286개의 소변 샘플을 채집, 4가지 프탈레이트에서 유래한 대사 산물을 분석했다.

지난 2월에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기영 교수 연구팀이 국내 가정 100여 곳에서 청소기로 수집한 실내 먼지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는데, 모든 가정에서 프탈레이트 성분이 검출됐다.

다양한 아기 용품에도 프탈레이트가 들어있을 수 있다. 중앙포토

다양한 아기 용품에도 프탈레이트가 들어있을 수 있다. 중앙포토

한편, 어린이는 음식·모유·식수 등을 통해 프탈레이트를 섭취하고, 장난감·액세서리 등을 입으로 넣으면서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는 대사가 활발하기 때문에 같은 오염 수준에 노출돼도 음식이나 물, 공기를 통해 체중 1㎏당 섭취량은 성인보다 많은 편이다.

어린이가 환경을 통해 프탈레이트에 노출되면 행동·발달 장애, 호흡기 합병증, 과체중·비만, 대사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프탈레이트는 연간 300만 톤 이상 생산되고 있으며, 식품 포장재와 소비재·가정용 제품, 화장품과 개인 위생용품, 장난감과 놀이용 액세서리에 다양한 프탈레이트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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