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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때 프탈레이트에 많이 노출될수록 어린이 IQ 낮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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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임신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프탈레이트 등 화학물질에 많이 노출된 어린이일수록 지능지수(IQ)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MC 대학 로테르담 의료센터 연구팀과 미국·스페인 등의 국제 연구팀은 최근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임신 기간 중 프탈레이트 등 비(非)지속성 화학물질 노출이 자녀의 IQ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2004~2006년 네덜란드 로테르담 임신부들의 협조를 얻어 임신 기간에 세 차례 소변 시료를 수집, 화학물질 농도를 분석했다. 분석한 화학물질은 프탈레이트 11종, 비스페놀 1종, 유기인(OP) 살충제 5종 등이었다.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은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는 가소제로 쓰이는데, 식품 포장재와 화장품, 바닥재 등에도 사용된다. OP 살충제는 과일·채소 등에 뿌려지기도 한다. 이들 화학물질은 지속성이 없어 노출 후 빠르게 대사돼 배설된다. 하지만 임신부가 노출되었을 때 태반 장벽과 태아 뇌 혈관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4월 실내 및 여가활동 관련 724개 제품에 대해 안전성 조사를 해 이 중 30개 제품에 수거 등의 명령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 4월 7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서 관계자들이 리콜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4월 실내 및 여가활동 관련 724개 제품에 대해 안전성 조사를 해 이 중 30개 제품에 수거 등의 명령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 4월 7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서 관계자들이 리콜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연구팀은 태어난 아기가 6세가 됐을 때, 엄마와 아기를 초청해 아기의 비언어적 IQ 테스트와 주의력 문제, 공격적 행동, 자폐 특성 등을 평가했다. 모든 조사에 참여한 엄마와 아기는 모두 782쌍이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프탈레이트·비스페놀·OP 살충제 등 화학물질 혼합물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비언적 IQ가 낮았다. 비언어적 IQ 테스트는 패턴·모자이크·퍼즐·상황 등 말을 사용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테스트를 말한다.

화학물질 혼합물에 대한 노출이 적은 경우(1사분위수, 하위 25%에 해당하는 순위)와 비교했을 때, 중간 정도 노출(2사분위수, 50% 순위)은 4점, 노출이 많은 경우(3사분위수, 75% 순위)는 5.5점, 노출이 가장 심한 경우(4사분위수, 100% 순위)는 4.6점이 낮았다.
프탈레이트 노출 수준만 따로 보았을 때는 1사분위에 비해 2사분위는 3.4점, 3사분위는 4.4점, 4사분위는 2.9점이 낮았다.

화학물질 혼합물 노출 정도와 주의력 문제, 공격적 행동, 자폐 특성 사이에는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지난 9월 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 취선관에서 모델들이 화학물질 저감 우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을 선정해 6개 기업 11개 제품을 이날 공개했다.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은 안전기준 적합 확인·신고를 받은 제품 중 기업이 자발적으로 유해 물질을 법적 규제 이상으로 저감하거나 유해성이 낮은 물질로 대체한 제품을 말한다. 연합뉴스

지난 9월 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 취선관에서 모델들이 화학물질 저감 우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을 선정해 6개 기업 11개 제품을 이날 공개했다. 화학물질저감 우수제품은 안전기준 적합 확인·신고를 받은 제품 중 기업이 자발적으로 유해 물질을 법적 규제 이상으로 저감하거나 유해성이 낮은 물질로 대체한 제품을 말한다. 연합뉴스

비언어적 IQ의 저하와 관련해 프탈레이트 종류가 72.8%의 기여도를 보였고, OP 살충제가 27.2%로 그 뒤를 이었다. 비스페놀 A는 비언어적 IQ를 낮추는 데 기여하지 않았다.

프탈레이트 중에서는 모노-(2-에틸-5-카르복시펜틸)프탈레이트(MECPP)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일부 연구에서는 프탈레이트 노출과 자폐 특성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왔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대신 임신부가 화학물질 혼합물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여자아이의 경우 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표본 크기가 작고 체계적인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임신 중 화학 물질에 대한 노출은 태아의 신경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화학물질 노출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더 많은 화학물질과 이들의 다양한 조합을 포함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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