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민주당에 탈당 비수…'꽃무늬 원피스' 여장부 뼈아픈 일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키어스틴 시네마 상원의원. 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변신했다. 사진은 지난달 성소수자 결혼 관련 행사에서의 연설 중. 그 역시 성소수자다. 로이터=연합뉴스

키어스틴 시네마 상원의원. 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변신했다. 사진은 지난달 성소수자 결혼 관련 행사에서의 연설 중. 그 역시 성소수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  미국 뉴요커 일일 뉴스레터의 제목은 이랬다. “세상에나, 키어스틴 시네마 의원이 민주당이었다니 깜짝이야.” 미국 애리조나 주(州) 상원의원으로 민주당 소속인 시네마 의원은 지난 9일(현지시간) 탈당을 선언했다. “민주당의 성향이 나와 맞지 않기에 무소속으로 돌아서겠다”는 게 이유였다. 뉴요커의 뉴스레터 제목은 인기 코너인 ‘데일리 유머’에 나온 것으로, 시네마 의원이 그간 민주당 정체성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왔기에 놀랄 일도 아니라는 시니컬한 논조였다.

뉴요커의 메시지대로 시네마 의원의 탈당 자체는 시간 문제였지만, 정작 탈당을 한 것은 민주당에 뼈아픈 일격이다.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압승을 막으며 나름 선전하긴 했지만 민주당은 한 석이 아쉬운 상황이어서다. 상원 의석 수 100석 중 민주당은 51석을 가져갔지만, 자력으로 확보했던 의석수는 49석에 그쳤던 상황. 나머지 2표는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전 대선 경선 후보와 앵거스 킹 의원과 연대해 확보한 의석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앞둔 지금, 정책이 워싱턴에서의 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선 시네마 의원의 탈당 타이밍은 달갑지 않다. 시네마 의원이 탈당한다고 해도 50석으로 우위는 유지하지만 민주당의 우세란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격이다.

뉴요커 유료 구독자에게 발송되는 뉴스레터 일부 캡처.

뉴요커 유료 구독자에게 발송되는 뉴스레터 일부 캡처.

시네마 의원은 왜 지금 탈당을 선언했을까. 그는 9일 CNN과 인터뷰에서 “솔직히 민주당에도 공화당에도 내 정체성이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는다고 느껴왔다”며 ”나를 선출해준 애리조나 주의 유권자들 역시 현재 양당제에 휘둘리는 정치에 신물을 내고 있고, 그들의 마음에 부응하기 위해 탈당을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소속이라고 해도 상원의원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은 다할 것“이라며 “유권자들에 대한 나의 충심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특정 정당이 아닌 유권자에 봉사하겠다는 주장이다.

당초 시네마 의원은 민주당과 색채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파다했다. 그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두고 양성애자라고 밝혔으며, 민주당에 입당한 이유 역시 그때문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성적 소수자들을 인정하지 않는 공화당엔 입당할 수 없기에 민주당을 택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이후에도 민주당의 주요 법안 통과 고비 때마다 조 맨친 상원의원과 함께 당내 반골 세력으로 손꼽혀 왔다. 뉴요커의 뉴스레터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를 두고 ‘박쥐’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미국 정치 역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강경 대치하면서 정쟁에 휘말리고 있는 데 대한 비판과 함께다. 뉴욕타임스(NYT)는 “시네마 의원을 향해 공화당이 끈질기게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응하지 않아 왔던 것을 볼 때 (무소속으로 남기로 한 것은) 그가 고심을 말해준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는 걸 즐긴다. 패션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화려한 원색과 패턴의 패션스타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여장부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그동안 당적과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고민을 깊게 했으리란 해석이 가능하다.

시네마 의원의 화려한 패션들. AP=연합뉴스

시네마 의원의 화려한 패션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게다가 시네마 의원은 초선이다. 이번 결정으로 그가 다음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재선하리란 보장은 없다. 미국은 확고한 양당제로, 민주당 또는 공화당에 속하지 않은 정치인은 제아무리 재력 또는 실력이 뛰어나도 묻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그가 여러 위험을 무릅쓰고 재선 전인 지금 탈당을 결행한 것이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부글거리는 속내를 다잡고 시네마 의원 측에 올리브 가지를 내밀고 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무소속이 됐다고 해서 시네마 의원과 민주당의 협력이 퇴색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고, 찰스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시네마 의원과 앞으로 잘 협력해나가기로 이야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