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통령 손주 최초 '백악관 결혼식'…'달콤씁쓸 교향곡' 퍼진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대통령의 손녀 나오미의 결혼식. 지난 19일 백악관에서 치러졌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손녀 나오미의 결혼식. 지난 19일 백악관에서 치러졌다. AP=연합뉴스

백악관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면 어떤 기분일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손녀, 나오미 바이든(28)이라면 답할 수 있다. 그는 지난 19일(현지시간) 3살 연하의 연인 피터 닐과 백악관에서 야외 결혼식을 올렸다. 체감온도는 영하에 가까운 섭씨 4도의 날씨였지만 나오미는 긴 팔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야외 결혼식을 고집했다. 이들은 변호사 부부다.

신랑 피터 닐(25), 신부 나오미 바이든(28). 올해 3월 한 패션 행사에 등장한 모습. AP=연합뉴스

신랑 피터 닐(25), 신부 나오미 바이든(28). 올해 3월 한 패션 행사에 등장한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를 치른 직후라는 점과, 미국인의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앞둔 시기임을 고려하면 이들의 결혼식 시점은 꽤 정치적이다. 비판적인 이들은 ‘할아버지 찬스’ 아니냐며 눈살을 찌푸린다고도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흐뭇해했다는 후문이다. 이날은 마침 바이든 대통령의 80세 생일이기도 했다. 백악관에서 대통령의 손주가 결혼한 것은 처음이다. 현직 대통령이 결혼한 기록은 22대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1886년)이 유일하다. 대통령의 딸들은 린든 존슨(36대), 리처드 닉슨(37대), 조지 W 부시(43대) 등 꽤 여러 명이 백악관에서 웨딩 마치를 울렸다.

백악관에서 결혼식을 올린 과거 인물들의 사진들을 모아놓은 전시. 주로 대통령의 딸들이 다수다. 1966년 특별 전시됐던 사진들이다. AP=연합뉴스

백악관에서 결혼식을 올린 과거 인물들의 사진들을 모아놓은 전시. 주로 대통령의 딸들이 다수다. 1966년 특별 전시됐던 사진들이다. AP=연합뉴스

미국 국민의 공공재인 백악관에서 식을 치른 이 부부는 가까운 가족과 지인만 초청했고, 언론의 출입은 막았다. 그러나 미국 매체들은 식이 거행되는 백악관 정원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망원렌즈 등 각종 장비를 동원해 취재 경쟁을 벌였다.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 “망원경을 들고 노트북을 켜며 창의성을 발휘해 취재했다”며 게재한 결혼식 관련 소소한 디테일을 담은 기사는 이날 WP의 인기 기사 중 상위권이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결혼식을 올린 나오미 바이든의 웨딩 드레스. 유독 긴 트레인(신부 베일 뒷자락)이 특징이다. AP=연합뉴스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결혼식을 올린 나오미 바이든의 웨딩 드레스. 유독 긴 트레인(신부 베일 뒷자락)이 특징이다. AP=연합뉴스

우선 궁금한 것. 비용은 누가 댔을까.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것은 아니라는 게 WP의 전언이다. 식 비용은 신부 측, 미국 결혼식에서 으레 전날 하객들에게 대접하는 저녁식사인 리허설 디너는 신랑 측에서 비용을 모두 지불했다고 한다. WP는 그러나 “현직 대통령 손녀의 결혼식인 만큼 경호 인력이 다수 투입돼 꽤나 삼엄한 경계 태세가 멀리서도 보였다”고 전했다.

신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52)의 딸이다. 헌터는 바이든 대통령에겐 모른 척 할 수 없는 아들이다. 마약 투약 소문부터 중국 기업과 연계 루머 등, 스캔들 제조기로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들에겐 골치 아픈 존재였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끝까지 차남을 감쌌다. 헌터는 엄마인 닐리아, 형 보 바이든과 여동생 나오미를 모두 잃었다. 여동생과 엄마는 크리스마스 쇼핑을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형은 이후 투병 끝에 사망하면서다. 이번에 결혼한 헌터의 딸 나오미의 이름은 헌터의 여동생을 기려서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백악관 인근 경호는 이날 결혼식 행사로 한층 더 강화됐다. '출입금지' 표시를 하객들이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백악관 인근 경호는 이날 결혼식 행사로 한층 더 강화됐다. '출입금지' 표시를 하객들이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신부 입장에서 나오미는 아버지 헌터와 어머니 캐슬린 모두의 팔짱을 끼고 등장했다. 울려펴진 곡은 펠릭스 멘델스존의 ‘결혼 행진곡’이 아니었다고 한다. WP에 따르면 신부가 고른 곡은 ‘달콤씁쓸한 교향곡’이었다고 한다. 인생의 달고 쓴 맛을 함께 겪고 헤쳐나가겠다는 의지가 녹아있는 선택이다. 신랑의 아버지인 윌리엄 닐은 ‘사랑의 나눔(Ubi Caritas)’이라는 곡을 합창대와 함께 직접 불렀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결혼식 피로연의 전형적인 순서 중 하나인 신부와 아버지의 춤 외에도 이날은 할아버지도 등장했다. 나오미는 할아버지 바이든 대통령과 춤을 추면서 계속 뭔가 농담을 건넸고, 바이든 대통령은 함박웃음을 지었다고 WP는 하객을 인용해 전했다. 나오미는 할아버지 바이든 대통령을 '팝스(Pops)'라는 애칭으로 부른다고 한다.

나오미 바이든의 결혼식 근접촬영. 가까운 가족과 지인 약 250명이 초청됐다. AP=연합뉴스

나오미 바이든의 결혼식 근접촬영. 가까운 가족과 지인 약 250명이 초청됐다. AP=연합뉴스

불청객도 있었다. 신부 드레스에 계속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던 꿀벌 한 마리다. WP는 신랑 친구를 인용해 “벌을 떼느라 좀 애를 먹었는데 (신랑) 피터가 손으로 잡는 데 결국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언론에 공개한 사진 중엔 백악관의 발코니에서 함께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