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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최초 흑인 女대법관 코앞…"여성이란" 질문에 후보자의 답은

중앙일보

입력

커틴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달 23일 상원 청문회장에서 코리 부커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부커 의원은 "당신은 우리의 스타"라며 그의 후보 지명을 환영했다. AP=연합뉴스

커틴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달 23일 상원 청문회장에서 코리 부커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부커 의원은 "당신은 우리의 스타"라며 그의 후보 지명을 환영했다. AP=연합뉴스

“‘여성(woman)’을 정의해보세요.” 지난달 미국 상원 대법관 인준을 앞두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질문이다. 질의자는 공화당 여성 의원인 마샤 블랙번. 금명간 인준이 되면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법관 자리에 오르는 흑인 여성이 될 커탄지 잭슨 브라운(52)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잭슨은 LGBTQ등 성(性) 소수자 권익 보호 등 진보 진영을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 그에게 블랙번 의원이 보수 진영을 대표해 던진 이 질문에, 잭슨은 이렇게 답했다. “저는 생물학자가 아닙니다.” 성적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담은 이 답변은 미국에서 또다른 논란이 됐다. 잭슨 후보자는 낙태 이슈에 관해서도 여성의 선택권(pro-choice)을 존중해야 한다는 찬성론자임을 명확히 한 바 있다.

그런 잭슨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곧 진행된다. 본회의 표결이 남았으나 인준 자체는 6일 현재로선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압도적 다수가 반대하고는 있지만, 현재로써 3인의 이탈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이기도 했던 밋 롬니와 여성 의인 수전 콜린스와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이 인준에 찬성하겠다고 공개 입장을 밝혔다. 대법관 임명 이전엔 잭슨을 지지해왔던 린지 그레이엄 의원이 돌연 반대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공화당 내 3표가 이탈하면서 본회의 통과는 산술적으론 가능해졌다. 뉴욕타임스(NYT)와 뉴요커 등은 5일(현지시간) 일제히 “공화당 3명 이탈로 사상 첫 흑인 여성 대법관 임명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그레이엄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 역할을 한 공화당의 중진이다.

미국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계 여성 대법관이 될 가능성이 큰 커탄지 브라운 잭슨 후보자의 청문회장 현장. 취재 열기가 뜨겁다. AP=연합뉴스

미국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계 여성 대법관이 될 가능성이 큰 커탄지 브라운 잭슨 후보자의 청문회장 현장. 취재 열기가 뜨겁다. AP=연합뉴스

잭슨을 두고 반쪽 인준이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사실 미국에서도 대법관 임명은 정치 성향에 따라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이슈다. 반쪽 인준이 바람직하진 않으나 현실적으로 새로운 게 아니라는 의미다.

상원 인준이 확정되면 잭슨은 대법관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대법관은 별다른 건강 등의 일신상 사유가 없는 한 종신직이다. 올해 52세인 잭슨으로선 강산이 여러 번 바뀔 동안 미국 사법 시스템의 최고봉 자리에 앉게 되는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월 자신을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한 직후, 백악관에서 소감을 밝히는 잭슨.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2월 자신을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한 직후, 백악관에서 소감을 밝히는 잭슨. AFP=연합뉴스

워싱턴DC에서 태어난 잭슨은 마이애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몸담았던 하버드 로 리뷰(Harvard Law Review)에서 에디터로 일했다. 로스쿨 학생 중 선발된 일부가 만드는 법학 관련 저널이다. 엘리트 코스인 셈. 사실 그의 부모 모두 법학을 공부했다. 인종 차별이 아직 심하던 때,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위한 법대를 졸업하고 아버지는 변호사 생활을, 어머니는 교편을 잡았다고 한다. 아버지 덕에 그 역시 법조인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폴리티코 지난달 22일 보도에 따르면 잭슨은 “어린 시절, 매일 저녁 아버지가 법학 관련 책을 잔뜩 쌓아두고 일을 하시는 걸 바라보며 나도 같은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이애미 경찰청장을 지낸 캘빈 로스가 삼촌이지만,  속썩인 친척도 있었다. 그의 삼촌인 토마스 브라운이 코카인 등 마약 소지 및 판매 혐의로 종신형을 받은 적이 있어서다.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중 감형을 받았고, 이를 두고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잭슨은 대학 졸업 후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로서의 경력을 차근차근 밟았다. 대학 시절 만난 남자친구 패트릭 잭슨과 결혼해 두 딸도 낳았다. 남편 패트릭은 의사로, 현재 메드스타 조지타운대 대학병원에서 외과의로 근무 중이라고 한다. 잭슨은 “남편과 나는 평범하지 않은 커플”이라며 “그는 (동부) 보스턴의 전형적인 상류층인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하곤 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잭슨 후보자의 뒤에 앉은 연보라색 정장 차림의 여성은 그의 딸이며 사진 상 딸 왼쪽에 앉은 남성이 그의 남편이다. 딸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지켜보는 사진은 큰 화제가 됐다. AFP=연합뉴스

대법관 후보자의 남편, 패트릭 잭슨이 부인의 청문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의사다. AP=연합뉴스

그는 변호사로 입지를 다지던 중 2009년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로 임명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것은 그가 50대 초반이라는 점에서도 전격 발탁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이라는 점 외에도) 민주당이 중시하는 이슈에 있어서 궤를 같이하는 좋은 후보”라고 평했으나, 공화당을 중심으론 반대 의견도 팽팽하다. 잭슨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불편부당하게 판결하겠다”고 다짐했다.

미국 대법원 전경. AFP=연합뉴스

미국 대법원 전경.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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