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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유역 포르말린 방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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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수도권 취수장 주변 한강수계에 독극물인 포르말린을 무더기로 흘려보낸 무늬목 제조업체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형사9부는 지난 8월부터 한강유역환경청과 합동 단속을 벌여 경기도 포천.남양주.하남 등지의 한강 수계에 포르말린 폐액을 무단 방류한 혐의(수질환경법 위반)로 尹모(39)씨 등 무늬목 제조업자 15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포르말린 공급업자 吳모(42)씨 등 1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적발된 무늬목업체는 29곳, 포르말린 공급업체는 2곳이다.

검찰은 "이들이 고급 장식이 들어가는 가구.마루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체용 방부제로 쓰이는 포르말린을 무늬목에 칠한 뒤 이 과정에서 생긴 폐액을 여과 없이 인근 왕숙천.덕풍천 등에 무단 방류해 왔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적발된 대다수 업체가 최근 3년간 1천ℓ이상의 포르말린 원액을 구입해 작업하면서 원액을 10%로 희석한 폐액 2백71t을 방류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강유역환경청의 정유순 한강감시대장은 "이들 공장지역은 구의.암사 취수장이 위치한 지점과 불과 2~3㎞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단속을 지휘한 이중훈 부장검사는 "일본에 무늬목을 수출하는 한 업체의 경우 내수용은 포르말린을 사용해 제조하면서도, 수출용은 자연 건조 방법으로 만들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무늬목을 자연 건조해야 함에도 건조 기간을 줄이고 곰팡이 번식을 막기 위해 독극물인 포르말린을 쓴 것"이라며 "적발된 업체들은 재정 능력이 충분한데도 최소한의 누출방지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적발된 하남 지역 업주의 한 변호인은 "미군 맥팔랜드 사건 이후 의뢰인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돼 유출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며 대체 약품을 찾아왔다"며 "행정지도나 계도 없이 대대적인 단속으로 구속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반박했다.

이수기 기자

◇포르말린=포름알데히드를 희석한 포르말린(농도 37%)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규정된 유독물질로 사체의 방부 처리나 소독제, 수산양식용 구충제로 쓰인다.

발암성 물질인 포르말린에 심하게 노출되면 중추신경계의 장애나 혼수를 일으켜 사망할 수도 있으며, 직접 피부에 닿는 경우 피부염.알레르기를 일으킨다. 대부분의 OECD 가입국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방류량은 2000년 미8군 영안소 부소장 맥팔랜드 독극물 방류 사건 당시의 방류량(2백28ℓ)보다 1천1백90배나 많은 양(농도기준 1백19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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