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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상민 탄핵안 후폭풍 우려에 해임건의 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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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상민

이상민

더불어민주당이 7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처리하기로 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 거론되던 ‘탄핵 직행 카드’는 일단 보류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거쳐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내일(8일)과 모레(9일) 본회의에서 해임안을 처리할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치르고 난 뒤에도 여전히 (이 장관이) 사퇴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도) 해임을 거부한다면, 그때 탄핵소추로 가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 해임안은 앞서 지난달 30일 발의됐다. 민주당은 8일 본회의에 안건 보고가 이뤄지면, 24시간이 지난 9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회법 112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해임안 발의 후 첫 본회의에 그 사실을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당초 지난 1, 2일 본회의에서 이 장관 해임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지 않아 계획이 틀어졌다. 박 원내대표는 비공개 의총에서 “원내부대표들이 의원단 100여 명의 의견을 접수한 결과 과반이 해임안 우선 처리를, 4분의 1은 탄핵소추안 직행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해임안 추진을 ‘국정조사 이후’로 늦추자는 의견도 약 8분에 1에 달했다고 한다.

해임안과 더불어 거론되던 탄핵안과 관련해선 민주당 내 우려가 팽배했다. 익명을 원한 율사 출신 의원은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경우 그 후폭풍은 도대체 어떻게 감당할 생각으로 그런 카드를 꺼내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날 당론으로 이 장관 해임안 처리가 확정됐지만 당내엔 여전히 부정적 기류도 엿보인다. 국민의힘이 해임안 처리 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해서다. 민주당 수도권 초선 의원은 “사실상의 전략 미스”라며 “섣불리 해임안을 추진해 국정조사마저 반쪽짜리가 되게 생겼다는 우려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 역시 “해임안을 처리하면 이 장관을 국정조사 현장에 불러내 추궁하는 모양새가 영 이상하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결국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의지보다 정쟁의 판을 키워 정치적 주도권을 잡으려는 계략”이라며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장관 해임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엄포는 협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해임안이라는 변수를 만들었다”며 “예산만 해도 8, 9일 처리가 쉽지 않은데 그런 변수가 섞이면 파행될 가능성 높다”고 말했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예산안 협상이 결렬되면 자체 수정안을 밀어붙인다는 계획이지만, 헌정 사상 야당이 단독으로 감액안을 의결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7일 169명 전원 명의로 김진표 의장에게 오는 10일부터 12월 임시국회를 개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9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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