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배국 스페인 꺾었다...모로코 8강행, 아랍권 들썩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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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축구대표팀이 6일(현지시간)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우승 후보’ 스페인을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유럽·남미 이외 지역에서 8강에 오른 유일한 팀이 되면서 모로코인들이 크게 기뻐했다. 아울러 모로코가 아랍국가 최초로 월드컵 8강에 오르는 역사를 쓰자 아랍권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식민지배국 스페인 상대 달콤한 승리

모로코인들이 6일 모로코 수도 라바트 도심 거리에 나와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스페인을 이긴 것을 축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로코인들이 6일 모로코 수도 라바트 도심 거리에 나와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스페인을 이긴 것을 축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로코는 이날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대회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3-0으로 승리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모로코 수도 라바트 중심가에는 사람들이 모로코 국기를 흔들며 축구대표팀의 역사적인 승리를 축하했다. 니아마 메둔은 "8강 진출을 위해 치열하게 싸운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모로코인인 것이 기쁘다"고 했다.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도 성명을 통해 "최선을 다해 위대한 스포츠 대회에서 발자취를 남긴 선수들과 기술팀 행정 담당자들에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낸다"며 "대표팀은 모로코, 카타르 그리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모로코인들의 희망과 꿈을 대표한다"고 전했다.

모로코인들이 6일 스페인 빌바오 중심가에 나와 카타르월드컵 16강전 스페인과 경기에서 승리한 것을 자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모로코인들이 6일 스페인 빌바오 중심가에 나와 카타르월드컵 16강전 스페인과 경기에서 승리한 것을 자축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약 80만명의 모로코인들이 거주하는 스페인에서 축하 행사가 격렬하게 열렸다. 바르셀로나·마드리드·빌바오 등 주요 도시의 거리에서 모로코인들이 나와 국기를 흔들고 폭죽과 조명탄 등을 쐈다. 차에 탄 사람들은 경적을 울리고, 식당에 있는 사람들은 의자를 공중으로 들어 올려 자축했다. 다만 스페인 남부 도시 우엘바에선 모로코와 스페인 팬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AP는 전했다.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모니터는 "스페인이 1900년대 모로코 일부 지역을 지배하고, 최근 스페인 내 모로코인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지면서 양국은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라면서 "이번 경기는 모로코에 축구 대결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은 "식민지 시대를 겪은 모로코인에게 스페인전 승리는 특히 달콤하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모로코인들이 6일 프랑스 수도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나와 카타르월드컵 16강전 스페인과 경기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모로코인들이 6일 프랑스 수도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나와 카타르월드컵 16강전 스페인과 경기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모로코 출신 이주민이 많은 프랑스·벨기에·독일·네덜란드 등의 거리에서도 노래하고 춤추는 모로코 축구 팬이 가득했다.

아랍 최초 8강행에 아랍 전체가 환호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의 아랍권 사람들도 축하 행사에 대거 합류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모로코는 아랍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인구의 99%가 이슬람교도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는 "모로코의 승리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 아랍 전체 세계의 승리로 여겨졌다"고 전했다.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이라크의 바그다드, 팔레스타인의 라말라 등 아랍권 주요 도시 주민들이 모코로의 8강행을 축하했다. 요르단인 하젬 알 파예스는 "모든 아랍인의 승리이고, 아랍 땅에서 이룬 것이라 더욱 기쁨이 크다"고 했다.

모로코가 월드컵 사상 아랍국가 최초로 8강에 오르면서 분열했던 아랍국가들이 단결했다.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SNS)에서 모로코가 아프리카 대륙과 아랍국가, 이슬람권 등을 전부 이끌고 있다는 의미의 사진을 공유했다. 사진 트위터 캡처

모로코가 월드컵 사상 아랍국가 최초로 8강에 오르면서 분열했던 아랍국가들이 단결했다.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SNS)에서 모로코가 아프리카 대륙과 아랍국가, 이슬람권 등을 전부 이끌고 있다는 의미의 사진을 공유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아랍 정상들의 축하도 쏟아졌다.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은 경기장에서 모로코 승리를 지켜본 후 모로코 국기를 흔들었다.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의 부인인 라니아 왕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우리를 기쁘게 한 ‘아틀라스 사자들(모로코 축구대표팀 별명)’에게 축하를 보낸다. 모로코가 또 해냈다"는 글을 올렸다.

이외에도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 압둘하미드 알드베이바 리비아 총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아랍에미리트(UAE) 부통령, 무크타다 알사드르 이라크 시아파 성직자 등이 축하 인사를 보냈다. 로이터는 "오랫동안 아랍 국가들을 분열시켜온 정치적 논쟁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9일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A조 네덜란드와 카타르의 경기 관중석에 '자유 팔레스타인'이라고 적힌 깃발이 등장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A조 네덜란드와 카타르의 경기 관중석에 '자유 팔레스타인'이라고 적힌 깃발이 등장했다. AP=연합뉴스

한편 아랍권을 대표하는 얼굴이 된 모로코 선수들은 스페인전 승리 후, 기념사진을 찍을 때 이스라엘과 분쟁하고 있는 아랍권 팔레스타인 국기를 펼쳐 들었다. 알자지라는 "이번 대회에서 모로코 선수들은 물론 일부 관중들이 팔레스타인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고 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깃발로 여겨 경기장 전시에 벌금을 부과한 적이 있지만, 모로코 선수들은 조별리그 캐나다전에 이어 또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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