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벨기에를 무너뜨린 아프리카의 복병 모로코가 16강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스페인마저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모로코는 7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스페인을 맞아 전·후반 90분과 연장전 30분까지 총 120분을 0-0으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3-1로 이겼다. 8강에 오른 팀들 중 유럽·남미 이외의 대륙 참가팀은 모로코가 유일하다.
양 팀의 경기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승부였다. 전반적인 경기 흐름은 스페인이 주도했다. 차근차근 패스를 주고받으며 모로코 위험지역을 에워싸고 포위 공격을 이어갔다. 이번 대회에 앞서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 받은, ‘확실한 해결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상황까지 동일했다.
모로코는 투박하지만 위력적인 역습으로 맞섰다.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일단 스페인 위험지역으로 공을 보내 슈팅을 노리는 전략이었다. 거함 스페인을 맞아 허를 찌르는 전략을 찾기보다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스페인은 120분간 무려 1063개의 패스를 주고받아 모로코(331개)를 3배 가까운 차로 앞섰다. 볼 점유율도 63%로 21%에 그친 모로코의 3배였다. 슈팅 수(13-5)도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골대 안쪽으로 향한 슈팅만큼은 모로코가 3-2로 앞섰다. 서로가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해 맞선 승부였다.
양 팀의 운명은 승부차기에서 갈렸다. 모로코의 1·2·4번 키커가 침착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한 반면, 스페인 선수들은 1·2·3번 키커가 줄줄이 실축해 ‘자이언트 킬링’의 희생자가 됐다.
모로코는 또 다른 16강전 포르투갈-스위스전 승자와 4강 진출을 다툰다.